어둠 속 고립된 이들을 비추는 구원의 손길 최정규 변호사를 만나다

등록일 2024년05월29일 23시5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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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규(법 95) 변호사(이하 최 변호사)는 지난 2000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현재 법무법인 원곡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고 김홍영 검사 사건 및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공익 소송을 담당했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경기지소장으로 활동하며 장애인들을 대변하는 변호사로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최 변호사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제가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는 우리학교 법학과였습니다”란 답변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성적에 맞춰 지원했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학입시’라는 주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고등학교 시절은 너무 싫었지만 대학 생활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진행됐던 법학 전공수업도 정말 흥미로워 공부의 재미를 발견했고 이는 사법시험에 도전해야겠다는 용기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공부만 한 건 아니고 공법학회와 수화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Q3. 변호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요?

공익 제보를 했음에도 오히려 피의자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외국인에게 윽박지르며 자백을 강요하는 수사관의 문제를 세상에 알렸는데 오히려 그 수사관의 정보를 알렸다는 이유로 제가 피의자가 된거죠. 대한변호사협회가 성명을 발표하고 여러 시민단체도 저를 위한 구원 활동에 나서서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피의자가 됐던 경험이 의뢰인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줘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4. 공익 소송 사건을 담당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공익법무관△대한법률구조공단△법률구조 활동을 해왔기에 이러한 활동 중 이주민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배상소송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개업 후에도 공익소송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Q5. 공익 소송 사건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았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담당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중에선 가족과의 연고조차 없는 20명의 장애인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고 장애인 단체에서 법률 지원을 요청해와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됐어요. 해당 사건을 수임한 당시엔 개업하고 얼마 안 됐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큰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라 이들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마음에 시작했던 일들이기에 이렇게까지 오래 주목받는 사건이 될 줄 몰랐습니다.

 

Q5-1. 함께 주목받았던 ‘고 김홍영 검사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법부의 체계를 당시와 비교해 보면 해당 사건의 담당 유족 대리 변호사이자 ‘얼굴없는 검사들’의 저자인 최 변호사님의 시각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 식구 감싸기’란 문화는 검찰조직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검찰조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 기소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홍영 검사의 가해자가 부장검사라고 해서 그를 처벌하지 않는 검찰이 다른 조직의 직장 내 괴롭힘을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을까?’란 의문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4년 만에 해당 부장검사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죠. 이를 통해 작은 변화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Q6.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경기지소장과 사랑샘 재단 이사로 활동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계십니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법시험 2차를 마치고 발표를 기다리며 학교로 돌아와 남은 1학기를 다닐 때 수화동아리 ‘손소리샘’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제 전공과목이 ‘법학’에서 ‘수화’로 바뀐 것처럼 일주일 내내 동아리 활동에 매달렸죠. 이때의 경험을 그 이후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Q7.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일단 대부분의 법과 판례가 사회적 약자가 아닌 기득권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야 하죠. 그렇기에 공론화 방법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 문제를 공유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가 직접 글을 써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시사인 ‘세상에 이런 법이’ 연재△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SBS ‘인잇’ 연재가 다 그런 맥락입니다.

 

Q7-1. 장애인에 관한 사법부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이로 인한 어려움들도 궁금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습니다. 해당 법률이 시행된 지 16년이나 지났기에 그 차별이 조금은 사라져야 함에도 아직 여전하다는 사실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실제로 장애인에 대한 법률지원을 할 때 만나는 △검찰청△경찰청△국가기관△노동청△법원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계속 애쓰고 있습니다. 

 

Q8. 일반 사건과 구분되는 공익 사건의 특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사실 공익 사건의 정의가 따로 있진 않아요. 나름대로 제가 정의를 내리자면 ‘당사자 구제에 집중하는 일반 사건과 달리 사건의 과정과 결과가 단순 구제를 넘어 사회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익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당사자 한 사람이 아닌 유사한 처지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점에서 일반 사건과 구별됩니다. 

 

Q8-1. 변호사님께서는 주요 공익 사건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이유로 변호사님은 공익변호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공익 전업 변호사는 아닙니다. 개업변호사로 활동하며 일반 사건도 진행하고 공익 사건도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현재 진행하는 사건 중 공익 사건의 비율이 70%를 넘으니 공익 ‘반’업 변호사라고는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Q8-2. 공익변호사 중 프로보노(pro bono)* 성격으로 봉사하는 변호사와 차이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요즘 대형 로펌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위해 별도로 법인을 만들고 그 법인에서 공익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저희 ‘법무법인 원곡’은 프로보노 활동을 ‘봉사’로 하지 않고 ‘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법인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됩니다. 2명이 변호사로 시작해서 12년이 지난 현재 총 구성원 11명의 규모로 성장한 것처럼 앞으로도 더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Q9.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인과 의뢰인의 관계는 ‘고용’과 ‘도급’이 아니라 ‘위임’입니다.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의뢰인이 나를 믿고 사건을 맡겨주신 것이니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성실하게 맡겨진 사건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10. 변호사를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걸어가는 길이 처음부터 선명하고 명확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희미하고 불명확하더라도 열심히 걷다 보면 조금씩 길이 보일 겁니다. 지금은 막막하다고 생각하시는 그 길을 성실히 잘 걸으신다면 꼭 좋은 길에 다다르실 거라고 믿습니다. 꿈꾸는 바를 이루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프로보노: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의미. 보통 변호사의 공익 활동을 지칭한다.

 

 

이병찬 기자 08byeongcha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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