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꾸준히 도시화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도권 중심의 기반시설 건설과 효율성에 치중된 도시계획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낙후되거나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이 증가해 획기적인 도시계획의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에 대해 홍경구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도시환경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도시환경에 관한 이론 중엔 ‘환경 결정론’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현재 살고있는 환경에 따라 사람의 △삶을 대하는 태도△일상적인 행동△철학이 바뀔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현재 도시화율이 약 91%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도시민에겐 도시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Q2. 우리나라의 현재 도시계획 체계가 궁금합니다.
먼저 우리나라 전체의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국가계획’이 있습니다. 그 다음은 ‘수도권 계획’이 있으며 단계별로 도 단위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계획’과 ‘기초 시구단위 계획’이 있습니다. 수도권을 관리하는 ‘수도권 정비법’ 같은 특별한 법도 존재합니다.
Q3. 수도권 도시계획과 비수도권 도시계획 간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은 기본적으로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 문제로 인해 지방도시의 축소와 쇠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자생력이 강해서 저출산 시대에 올 충격을 어느정도 버틸 수 있지만 지방도시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위치한 공장이나 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서 비수도권의 혁신을 목표로 하는 도시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공공기관을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전해 그 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기업△학교가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게끔 하는 ‘혁신도시’가 있습니다. ‘부산 혁신도시’나 ‘울산 혁신도시’가 그것이죠. 이 외에도 원주의 경우 산업과 연구 시설을 중점으로 하는 ‘기업도시’라는 도시계획을 새롭게 수립해 따르고 있습니다.
Q3-1. 도시계획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 과밀화 현상이 초래하는 원인이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도권엔 높은 임금의 일자리와 다양한 기반시설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도권으로 통하는 도로교통망이 잘 형성돼 있어서 접근성이 높아 수도권 인구 과밀화 현상이 더욱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방도시에 살고있는 시민이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지자 지역 병원이 아니라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찾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
Q4.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이 갖고 있는 한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유튜브(Youtube)’ 같은 매체를 보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도시환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빠른 변화입니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죠. 이런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특징은 장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지만 한계도 존재합니다. 도시계획이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죠. 특히 부동산 정책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해야 함에도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정책의 방향을 바꾸곤 합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 결정 방식은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Q5. 아파트 중심의 도시경관이 우리나라 도시계획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적이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파트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운영관리의 편의성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공사비도 저렴해 양질의 상품으로 거래하기도 안성맞춤이죠.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않아서 단독 주택 위주의 도시계획을 수립하면 하숙집이나 빌라 같은 형태의 주거 문화가 많아질 겁니다. 사람들은 그런 주거형태보단 아파트 같은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자연스럽게 원하게 되죠. 결국 우리나라는 아파트 위주의 도시경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Q5-1. 획일화된 주택단지와 계획단지가 존재하는 미국과 유럽같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아파트 중심 도시경관이 특히 문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우리나라의 아파트 중심 도시경관이 문제가 된다는 인식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도 얼마든지 개성을 가질 수 있어요. 당장 서울에 있는 일부 고급 아파트를 보더라도 개성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파트는 고급 아파트가 아닌 일반적인 아파트인데 이런 아파트를 고급 아파트처럼 개성 있게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높아진 집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획일화된 도시경관이 청년층에게 심리적인 위축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도시경관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보다 경제적 편리가 보장된 아파트의 안정성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Q.6 도시계획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도로교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경우 출퇴근 시간 수도권 대중교통과 도로의 혼잡도가 문제입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 또한 각 지역의 사정에 따른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경우 도로가 넓지만 국토가 거대해 도시간 연결을 수행하는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이 열악합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도시이기도 하죠. 유럽의 경우 도로가 정체되는 경우가 우리나라처럼 빈번하지 않지만 이는 유럽의 도시가 우리나라의 도시들처럼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의 도로교통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현실에 가장 알맞은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Q7. 우리나라 도시의 △공원△녹지△휴게시설과 같은 지속가능한 공공시설의 현황과 한계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녹지를 조성하기 위해 ‘공개공지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건설할 때 외부 공간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제도죠. 이 제도를 통해 다른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한계점도 존재합니다. 먼저 공원같은 공공시설은 지자체에서 세금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이런 시설의 증가는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야기하기에 지자체는 현재 세율에 맞는 적정선만큼의 공공시설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Q7-1.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궁금합니다.
일단 공공시설의 부족 문제나 도로교통에 관한 문제는 결국 세금과 직결됩니다. 비수도권의 경우 대중교통의 수요가 수도권보다 적기에 만약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공원을 늘리고 비수도권 대중교통의 배차 간격과 질을 높인다면 북유럽 복지국가들처럼 시민들이 소득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많은 논의과정이 필요하기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근 우리나라는 도시계획의 진행 과정에서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획일화된 아파트 경관 문제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모전을 통한 다양한 디자인의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물론 민간 건설회사의 경우 고급 아파트가 아니면 공사비가 많이 투입되는 다양성 높은 아파트 건설을 꺼린다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 다음으로 지속가능한 공공시설 확충의 경우 재건축이나 신도시 아파트를 지을 때 1층을 공원과 주상복합시설로 채워 시민 친화적인 도시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형 공원을 조성해 효율적으로 녹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판교 신도시가 있는데 다른 신도시와 녹지 면적은 비슷하지만 하천 중심으로 이뤄진 선형 공원이 다른 도시의 원형 공원이나 사각형 공원에 비해 주거지와 접하는 면적이 넓습니다.
Q8. 우리나라는 신도시를 개발할 때 지속가능한 공공시설을 확충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시설들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원과 같은 시설은 자연환경을 만들어 주기에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맑은 공기와 운동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방면으로 시민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이로운 시설이기도 합니다.
Q9.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를 위해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시민들이 더욱 성숙한 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개인의 공간만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합니다. 그 이유는 시민이 교양과 문화를 겸비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도시도 문화와 교양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조성되길 희망합니다.
김도현 기자 07do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