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동유럽·헝가리어 90) 감독(이하 김 감독)은 2006년 데뷔작인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시작으로 △끝까지 간다△터널△비공식 작전으로 영화계에 큰 획을 그었다. 또한 김 감독은 ‘넷플릭스(Netflix)’의 ‘킹덤 시리즈’와 ‘아신전’의 연출을 맡으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들과 OTT(Over-the-Top) 시리즈의 연출까지 사로잡은 김 감독을 만나 보자.
Q1. 우리학교 헝가리어과에 입학하게 된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 동유럽 국가들과 처음 수교하는 북방 외교에 대한 내용이 언론에 많이 보도됐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과 처음으로 수료를 맺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것들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입학하게 됐죠.
Q2.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거장 감독들의 인터뷰를 보면 다들 특별한 사연이 있지만 전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사실 감독이란 진로를 결정한 것이 27살로 다소 늦은 시기였습니다. 하고싶은 일을 해본적 없이 27살이나 된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난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고향이었던 강릉에서 친척분이 영화관을 운영하셨기에 어릴때부터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 영화관을 ‘놀이터’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그 놀이터에서 한번 더 놀고 싶다. 내가 정말 꿈꾸던 것을 한번 해보자”란 생각으로 영화감독을 꿈꾸게 됐습니다.
Q3. 영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는 크게 △프리 프로덕션(free production)△프로덕션(production)△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 이 세가지의 과정을 거쳐 제작됩니다. 프리 프로덕션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이 과정에선 적합한 배우와 스탭을 찾고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을 상의하고 결정합니다. 대게 3~4개월에서 길면 1년 이상 걸리기도 해요. 프로덕션은 현장에서 영화를 찍는 과정입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소요되죠. ‘비공식 작전’의 경우 7개월이 소요됐어요. 마지막으로 포스트 프로덕션은 프로덕션 과정에서 찍은 영상들을 △색보정△음악 삽입△편집△CG(computer graphics)작업 등을 진행하는 영화 제작의 마무리 과정이에요. 급한 경우엔 3~4개월이 걸리기도 하지만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영화가 제작됩니다.
Q4. 우리학교에서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친구들과 즐겁게 보낸 기억이 많은 것 같아요. 동아리나 학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같이 졸업여행을 갔던 기억도 나는데 그 때 어울렸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Q5. 영화를 제작할 때 본인만의 영감을받는 요소가 있으실까요?
“본인만의 영감이란 것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긴해요. 특별히 영감을 받는 것 보단 모든 찰나의 순간이 제게 영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평범한 일상에서도 감각을 열어두고 예민해지려는 편이에요. 특히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습관 같은 사소한 것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감각을 열어두는 것 같아요.
Q6. 영화 제작에 대한 가치관이나 목표가 있나요?
거창한 가치관이나 목표는 없어요. 하지만 상업영화감독으로써 가져야할 덕목은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야하는 것이죠. 사실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는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것이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은 나 자신이기에 영화의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나를 만족시켜야해요. 관객들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르겠지만 감독은 알고 있기에 첫 관객인 저를 만족 시킬 수 있도록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부끄럽지 않고자 노력해요. 제가 가장 기피하는 말이 “이만하면 됐어”입니다. 이 생각을 되새기며 저 스스로를 다 잡고 의심하며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Q7. 감독님께서 영화를 통해 지적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영화를 통해 사회를 지적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것 같아요. 다만 저는 주로 주인공을 둘러싼 시대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특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고자 해요. 영화 ‘터널’과 ‘비공식 작전’에서도 시스템이 붕괴됐을 때 희망을 보이는 소시민이 주인공이었고 그런 주인공을 둘러싼 시대의 공기를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Q8. OTT가 발달함에 따라 영화관 관객 수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OTT와 달리 영화만이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편의성 부분에서 OTT를 따라올 플랫폼(platform)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용 영화가 사라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이는 극장용 영화가 OTT 영화에 비해 관객에게 참여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한번에 3-4개의 시리즈를 보는 ‘정주행’이 가능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만큼 극장용 영화는 관객들에게 ‘고도의 집중’을 요하죠. 참여를 통해 느끼게 되는 만족감은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극장용 영화가 이러한 경험을 관객에서 선사한다는 점에서 OTT가 대세이지만 영화의 변형과 영향력 축소는 있어도 극장영화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Q09. 영화제작 중 겪었던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킹덤 1’을 촬영하며 좀비영화인만큼 대략 40명 정도의 배우들을 좀비를 연기하는 배역으로 캐스팅했고 몇 개월 동안 연습시켰어요. 좀비들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성 배우 분이 다리를 건너는 도중 무의식적으로 장애물을 피했다고 하셨습니다. 좀비가 장애물을 피해서는 안되는데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씀하셨죠. 화면상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자신의 배역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저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를 반문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Q10. 본인의 영화만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영화만의 차별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저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뿐입니다. 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Q11. △각본상△감독상△작품상 등의 다양한 수상 이력이 있는데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상은 목표가 아니라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보너스(bonus)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육체와 정신이 허락하는 한 영화를 찍고 싶지만 제 영화가 박수를 받지 못한다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죽을 때 까지 영화를 찍기 위해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그만큼 제게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이에요.
Q12. 영화 감독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분들은 주변으로부터 말리고 싶다는 조언을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제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제 주위어른들은 모두 반대했어요, 그런데 저는 지금 영화감독이 됐습니다. 기성세대의 말이 반드시 정답은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하는 이 조언도 그렇죠.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예체능 계열은 어느정도의 재능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 일을 해보기 전까진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재능이 있는 지 없는 지 파악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죠. 영화감독이 되는 과정은 고난이겠지만 당신이 영화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결국은 ‘영화를 사랑한다면 시도해봐라’ 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유솔 기자 07yu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