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인문과학관에서 ‘2024년 상반기 전체 학생 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개최됐다. 해당 전학대회에선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산하 특별자치기구의 인준 및 재인준 의결이 이뤄졌다. 그러나 도서관학생위원회(이하 도학위)의 인준이 부결되면서 총학 특별자치기구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총학생회 특별자치기구의 운영 현황△총학 특별자치기구 운영 미비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총학생회 특별자치기구의 운영 현황
총학 특별자치기구는 총학이 관장하기 어렵거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영역과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총학 산하에 설치된 기구이다. 현재 설캠 총학 산하엔 △공간운영위원회△도학위△문예갈래협의회△생활자치도서관△영상사업단△학생복지위원회△훕스포츠(HUFSPORTS) 등 총 7개의 특별기구가 마련돼있다. 이들은 각자 회칙에 따라 운영되며 매달 총학이 참여하는 특별기구 연석회의를 통해 설캠 총학의 방향성에 맞춰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경우 지난 2019년 7월에 통번역연합회를 제외한 모든 기구들이 총장 산하 기구로 전환돼 통번역연합회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설캠 총학 특별자치기구의 인준 및 재인준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안건으로 우선 심의된다. 중운위에서 해당 기구의 인준 및 재인준 필요성을 논의한 후 전학대회에 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의결을 받게 된다. 모든 특별자치기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해당 인준 절차를 거치게 되고 인준이 부결되면 임시기구로 전환돼 활동이 제약된다. 이후 재인준이 부결될 시 해체 절차를 밟게 된다.
이렇듯 인준재인준 과정에 대해 이민지(사회미디어 19) 생활자치도서관 관장(이하 이 관장)이 밝힌 중점적인 기준으론 “해당 기구의 필요성이나 운영 미비점 등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운영 미비의 원인으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인력 부족△예산 부족△행정적 지원의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들은 지난해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영상사업단의 재인준 부결과 더불어 이번해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도학위의 재인준 부결로 드러났다.
◆총학생회 특별자치기구 운영 미비의 원인
지난 4월 9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도학위는 재적 성원 74명 중 △찬성 13명△반대 35명△기권 26명으로 재인준이 부결됐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도학위의 운영 문제가 가장 크게 지적됐는데 우선 이제승(영어영문 24) 영어대학 비례대표(이하 이 비례대표)는 도학위의 구성원 감소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사석화와 도서관 쓰레기 및 화장실 관리에 대한 지적도 언급됐다. 실제로 이 비례대표는 “열람실을 하루 2회 순찰하며 사석화를 감시하고 철거하는 것이 도학위 구성원의 주된 업무인데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실제로 이들이 순찰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민석 당시 정치외교학과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나 비대위장) 또한 “관련 민원에 대해 총학과 협업해 의견을 수합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여러 지적 중 인원 감소에 대해 도학위장은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인원이 늘면 자치회비를 더 받아야 하기에 지금 인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열람실 순찰 업무 방기 의혹에 대해선 도학위장은 “현재의 순찰 체계는 △수업 시간△전공△학년 등 재학생들의 생활방식이 천차만별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총학과의 소통 강화를 주문하는 지적에 대해선 “총학과 소통 및 협업을 강화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도학위의 재인준은 부결됐다. 또한 학우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있어 사석화쓰레기로 불편해하는 점을 도서관 측과 논의하길 바란다는 요청에 대해 도학위장은 “사석화와 도서관 쓰레기 및 화장실 관리로 불편함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학술정보팀과 매 학기 논의 중이다”고 현재 논의가 진행 중임을 밝혔다. 도학위의 재인준 부결 원인에 대해 오창화(사회행정 22)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오 회장)은 “도학위의 가장 큰 비판은 사석화 관리 등 도학위가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기준이 전학대회 대의원들과 상이했기에 부결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3학년도 하반기 중운위는 영상사업단에 경고를 발의했고 전학대회에서 영상사업단의 재인준이 부결됐다. 이 결정은 도학위와 유사한 파행 운영 문제 외에도 존재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특히 ‘외대의 역사를 남긴다’란 설립 취지 반영 부족과 기존 홍보대사인 타 영상 기구와의 차별성 부족이 주된 비판 지점이었다.
문예갈래협의회(이하 문갈협) 또한 유사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이번해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문갈협은 재인준 의결에 성공했으나 문갈협과 산하 동아리들이 설캠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및 동연 산하 중앙동아리와의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해당 전학대회에서 민지원(서양어이탈리아어 22) 서양어대학 학생회장은 “매 전학대회마다 동연 및 동연 산하 동아리와의 차이점을 고민해 오긴 하나 명확한 제안이 없다”며 “믿어달란 말만 반복될 뿐이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문갈협은 “동연 산하 동아리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표한다”며 “문갈협과 그 산하 동아리는 우리 학교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동아리란 점에서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과거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학대회에서 재인준에 성공한 영상사업단의 사례는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 단장은 “작년 상반기에 존재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해결하고자 기록물 보존 사업을 기획했다”며 “우리 학교의 역사를 영상으로 기록한다는 구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영상사업단 기구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정 단장은 운영 방향 정립 및 개선 또한 재인준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총학 산하 특별기구로서 취지에 맞는 양질의 작업물을 뽑을 수 있도록 지침이나 촬영편집 등을 개정할 것이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총학의 도움 또한 재인준 성공에 있어 주요한 역할로 작용했다. 정 단장은 “지난해 재인준이 부결된 후 학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총학과 함께 기구의 개선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며 “이런 논의와 그에 따른 결과물이 가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이렇듯 재인준이 부결된 단체가 차후의 전학대회에서 가결이 되기 위해선 전학대회에서의 피드백을 수용반영해야 한다. 오 회장은 “각 특별기구는 전학대회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해 방향성을 수립하고 및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며 “전학대회가 상호 간의 발전적인 개선 사항들을 조율 및 논의하는 장이 됐음 한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는 자치회비 분배에 관한 회의를 사전에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치회비의 효율적인 운용뿐만 아니라 각 특별기구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사전사후적인 피드백(feedback) 또한 진행할 수 있었다. 한편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는 지난 2022년에 특별자치기구에 대한 독립적인 예산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해당 체계는 특별자치기구 간 예산 분배와 관리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더불어 연세대는 해당 체계를 통해 이들이 필요한 예산을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체계 또한 마련했다. 경희대와 마찬가지로 연세대의 사례 역시 특별자치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며 학생들의 필요에 맞게 예산을 분배하는 체계를 구축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일련의 제도적 개선에 대한 논의가 우리 학교에서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총학생회 특별자치기구는 총학생회가 비출 수 없는 곳을 비추는 가로등이다. 만약 이러한 가로등이 어두워진다면 특별자치기구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위기에 처한 우리의 특별자치기구들에 대한 학내 구성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하다.
정소희 기자 09sohe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