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큐텐(Qoo10) 계열의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Tmon)과 위메프(Wemakeprice)(이하 티메프)에서 판매 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해 전자상거래 업체 사용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큐텐 계열사 측의 재정적 어려움과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이번 사태는 판매자들의 운영 자금 부족과 물품 매입 어려움 등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원인△현재까지 제시된 해결 방안△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전자상거래 업체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큐텐 계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platform)들에서 판매 대금의 정산 지연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와 입주 업체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주된 원인으론 플랫폼의 재정적 어려움과 관리 부실이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서 티메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기준 8% 수준이다. 그러나 6월 쇼핑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쇼핑앱) 활성자 수 기준으로 869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약 6만 개의 업체가 티메프에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작지 않다.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는 환불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티메프 환불 지연 문제와 관련해 4일간 소비자 피해 상담이 4,0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티메프는 당초 30억 원 규모의 환불을 약속했으나 3분의 1만을 지급한 채 사실상 환불 중단을 선언했다. 임하영(서양어이탈리아어 23) 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상품에 대한 환불이나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최근 티메프 관련 뉴스를 접한 뒤로부터 전자상거래 업체 자체의 안전에 대해서도 우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입점 업체들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티메프에 입점한 업체 대부분은 영세 업체이기에 약속 기일에 판매 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회사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관계부처의 추산 결과 지난 5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정산되지 않은 금액이 2,745억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판매자들은 서둘러 정산을 요구했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티메프에서 약속한 날짜까지 정산이 되지 않자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특히 업계에선 거래금액이 큰 디지털가전과 여행 상품 항목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윤건일 태진컴 대표는 “5억 원 가량이 미정산돼 회사 운영 자금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원인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티메프 측의 운영방식과 구조에 있다. 티몬은 상품을 판매한 달의 마지막 날짜 기준 40일 뒤에 정산을 진행하며 위메프는 판매일 기준 2개월 뒤 7일에 정산한다. 유사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네이버 쇼핑(Naver Shopping)과 지마켓(Gmarket)의 경우 고객이 ‘구매확정’을 누르면 일주일 내로 정산이 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두 플랫폼 모두 정산이 늦는 편이다. 또한 에스크로(escrow)* 결제를 이용해 판매금액을 일정 기간 보관하다 안전하게 지급하는 ‘안전거래’ 방식과 달리 티메프는 고객의 구매대금을 직접 보관하고 정산한다. 검찰은 티메프 측이 구매자들의 결제 대금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고 이를 일명 ‘정산금 돌려막기’에 사용했기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특히 모기업 큐텐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QooExpress)를 나스닥(NASDAQ)에 상장하는 것을 시도하며 부족한 자금을 티메프의 판매 정산 대금으로 대신하려던 것이 지적됐다. 실제로 큐텐은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티메프의 자금을 끌어들여 미국 기업 ‘위시(wish)’를 2,3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무리한 상장을 위해 무리한 기업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미흡한 대처 또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달 8일 티메프의 첫 정산 지연 사태가 알려진 이후 티메프 측은 입장문을 통해 “당시 일부 판매 회원들의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해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티메프의 입장문을 공정위가 믿고 안일하게 대처해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비판이 일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하 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업체 입장을 신뢰하고 그 이후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즉 공정위는 티메프 측의 입장을 믿고 현장 실사 진행 혹은 피해주의보를 발령하지 않았단 것이다. 결국 대규모 환불 지연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에야 현장 점검이 이뤄졌다. 공정위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단 지적에 대해 한 위원장은 “제도 미비점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며 “분명한 대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제시된 해결 방안
이러한 티메프 사태에 대해 구영배 큐텐 대표(이하 구 대표)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발표해 사과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구 대표의 입장문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큐텐 측은 △긴급 유동성 확보△입주 업체 지원 프로그램△피해 회복용 자금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며 현재는 긴급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확보△큐텐 자산 및 지분의 처분△해외 자금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발생한 고객 피해에 대해선 양사에서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으며 지속해서 추가 피해 접수와 환불을 실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추가적으로 입주 업체에 대해선 지연 이자 지급 및 판매 수수료 감면 등을 포함한 보상을 통해 입주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티메프 사태 정상화를 위해 합동 현장 점검을 실시해 △대금환불 의무△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 점검△판매 대금 미정산 현황을 면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는 환불 지연 또는 거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 조정 지원을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운영해 집단 분쟁 조정 준비 및 민사소송까지도 적극 지원할 예정임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히 여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여행 업계에 계약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과 소상공인 및 피해 중소기업에 약 2,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약 5,600억 원 가량의 세금을 투입할 것이다”고 금융위원회를 통해 밝혔다. 또한 “티메프에서 발행된 상품권 발행사와 사용처에 협조를 요청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피해를 막을 예정이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전망은 어둡다. 대표적으로 11번가와 컬리(kurly)의 경우 수년간 매년 1,000억 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드 할부 결제가 있다. 결제 금액이 20만 원 이상이고 3개월 이상 분할해 납부하기로 한 신용카드 회원의 경우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할부계약 철회 및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여행 상품 등 고가의 상품을 할부 결제한 소비자들이 신속하게 환불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영 구조가 안전한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용하는 것 또한 소비자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피해 예방 대책이 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티메프 사태를 통해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자금력을 갖춘 전자상거래 업체로 고객들이 대거 몰릴 것이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개인의 주의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므로 이커머스 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혁 역시 필수적이다. 티메프와 비슷한 오픈마켓(openmarket)** 형태의 수익 모델은 고객 유입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겨 출혈 경쟁을 심화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론 플랫폼의 분리 운영 방안이 있는데 실제로 알리바바(Alibaba)의 경우 타오바오(Taobao)와 티몰(Tmall)을 분리해 플랫폼을 운영한다. 타오바오는 소규모 판매자를 위한 플랫폼이며 티몰은 대형 기업을 위한 플랫폼이다. 카테고리와 규모에 따라 판매 업체를 분리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각 플랫폼이 각자의 강점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해결을 위해 인도의 스냅딜(Snapdeal)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냅딜 역시 티메프와 유사한 위기를 겪었으나 이후 △결제 시스템 개선△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판매 대금 선지급△정부의 금융 지원을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를 실행한 바 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판매자와 소비자의 피해가 크며 전자상거래를 자주 이용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낀다는 점에서 스냅딜의 사례와 같이 신속하고 체계적인 해결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큐텐이 사업을 안정화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스크로(escrow) 결제: 구매자가 결제한 대금을 에스크로 서비스에 보관한 뒤 판매자 측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 후에 대금을 정산 받는 결제 방식.
**오픈마켓(openmarket): 플랫폼에 판매자들을 입점시켜 물건을 판매하게 하고 수수료를 받는 운영 구조.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