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공포로 자리 잡은 전기차, 기술과 제도의 측면에서

등록일 2024년08월28일 15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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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전기차의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8시간 만에 진화됐으나 거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남겼다. 천문학적인 피해 규모와 배상문제는 일부 시민들로 하여금 ‘전기차 포비아(Phobia)’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 지원 조례 개정△지상 전기차 충선시설 설치 유도△출동 골든타임 확보 및 소방장비 확충△화재예방형 충전기 보급 등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와 김병준 변호사(인과율 법률사무소)를 통해 전기차 폭발 문제의 원인과 관련 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Q1. 최근 발생한 전기차 폭발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전기차의 배터리 폭발 화재 사고의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리튬(Lithium) 이온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 사고는 주로 대부분 내부단락*에서 발생하는 열폭주로 인한 폭발이 주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Q1-1. 전기차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과충전△배터리 결합△외부 충격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중 먼저 과충전에 따른 화재 발생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전과충전으로 인해 전해질 용액에서 과도한 양의 리튬 이온이 한꺼번에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게 되면 전기저항에 의해 열폭주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거죠. 하지만 충전율이 100%라고 해서 반드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것이 화재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완충률을 제한해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려는 시도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Q1-2. 다음으로 배터리 결합으로 인한 화재 발생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리튬 이온 배터리 내부에는 리튬 이온만 통과할 수 있는 ‘분리막’이 존재합니다. 분리막에 결함이 발생하면 지나치게 많은 리튬 이온이 이동해 열폭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Q1-3. 마지막으로 외부 충격으로 인한 화재 발생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팩에 손상이 생길 경우 상술한 분리막이 손상돼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해질 용액에서 느리게 생성되는 작고 뾰족한 덴드리머(Dendrimer)* 결정이 분리막을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Q2.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로 리튬 이온 배터리가 가장 많이 채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 용량이 충분히 크고 충전 및 방전 특성이 전기차에 사용하기 적절해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Q2-1. 리튬 배터리의 한계와 그에 대한 기술적 보완 방법은 무엇인가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화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며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 또한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선 정부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친환경성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Q3. 전기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바람직한 대처는 무엇일까요?

전기차의 배터리 화재는 예고 없이 발생하기에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므로 뾰족한 대안 또한 없습니다. 운행 중에 화재 발생을 인지하면 가능한 빠르게 주변의 자동차나 보행자가 없는 곳으로 차량을 정차한 후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입니다. 내연기관차 역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나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확산 속도가 느리고 전기차보다 진화가 용이합니다.

 

Q4. 전기차 폭발 사고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거 환경에서 발생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추가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아파트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전기차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 화재가 급속히 퍼지고 독성이 강한 유해 가스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추가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로 인해 화재의 확산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스프링클러와 같은 설비가 없으면서 주차된 차량의 밀집도가 높고 출입구의 층고가 낮은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다면 이는 큰 피해를 야기하게 됩니다. 

 

Q5. 전기차 폭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드시 차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차량의 바닥에 설치돼 있는 배터리의 외부 상태와 성능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점검에 필요한 설비를 확충하고 점검 기준 또한 마련해야 합니다. 

 

Q5-1. 또한 개인 차원에서 전기차 폭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역시 정기 점검 이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기술과 제도를 갖추기까진 전기차의 보급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Q6. 전기차 폭발 사고에 따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의 진행 과정과 그 현황이 궁금합니다.

전기차 폭발 사고에 따른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우선 피해차주들이 가입한 보험을 이용해 이뤄집니다. 실제로 이번 청라 전기차 폭발 사고 이후 수백 건의 보험접수가 이뤄졌습니다. 이후엔 폭발 사고의 책임소재를 찾아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만약 전기차 차주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해당 차주에 대해 구상권 행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한편 해당 전기차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권 행사가 이뤄지게 됩니다. 현재 피해접수를 받은 보험사가 보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책임소재를 밝힌 후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Q6-1.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기차 폭발 사고의 보상 제도는 어떤 한계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기차 폭발 사고에 따른 보상 제도의 한계는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단 사실에 기인합니다. △배터리 결함△사용자 과실△충전기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폭발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의 성능을 확실히 시험해 보증해야 하며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 설치된 충전기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합니다. 

 

Q7. 전기차 폭발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책임 소재는 어떻게 가리게 되나요?

폭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엔 현재 시스템 안에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위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법원이 양측의 주장 및 객관적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됩니다. 

 

Q8. 전기차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있나요?

현재 전기차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전반적으로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동차안전도평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 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해당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전기차의 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등의 강제력은 없습니다. 현재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에 신차를 출시할 때 자체적으로 △배터리 용량△전비△최대출력 등은 공개하고 있으나 배터리 제조사 및 제품명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Q8-1.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까요?

이번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폭발 사고에서 문제가 된 차량의 중국산 배터리는 해당 평가를 거친 적이 없고 이미 해외에서 대규모 리콜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문제가 되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구매를 소비자들이 지양할 수 있도록 배터리 실명제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해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나 해당 제도를 통해서도 소비자가 직접 배터리 정보를 알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배터리 실명제 도입을 통해 소비자가 안전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내부단락: 셀 내부에 쌓여있는 양극과 음극이 직접적으로 접촉해 강한 화학 반응 일어나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

**덴드리머: 나무의 형태를 닮은 가지가 수없이 많은 삼차원 상태의 새로운 개념의 고분자 구조를 묘사적으로 일컫는 용어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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