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와 맞바꾼 어음, 이젠 실현돼야 할 때

등록일 2024년09월11일 18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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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리학교 학생들에겐 차기 학생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권이 부여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는 공청회 및 정책자료집을 통해 공약을 공개하며 투표의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과대학 학생회에선 관련 기구의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감시가 부재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약 이행 평가 기구의 설치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공약 이행 평가 기구의 설치 현황

공약 이행 평가 기구란 당해 학생회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언급된 공약들의 실제 이행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에선 총학생회칙에 기반해 중앙공약이행평가위원회(이하 중공평위)를 둬 총학생회(이해 총학)의 공약 이행도를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양어대학 학생회 역시 회칙에 존립 근거를 명시해 해당 기구의 설립 및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해당 기구는 본래 과 학생회장(단)을 대상으로 한 공약 이행 평가 기구였으나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공약 이행 평가가 부재하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이외에도 사회과학대학(이하 사회대) 학생회는 교육자치국 차원에서 월별 공약이행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곤 실제 공약 이행 점검만을 위한 별도의 기구 설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경우 총학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공약 이행 정도를 확인하고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서 관련 보고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글캠 총학의 홈페이지엔 ‘총학생회 공약’이란 명칭의 게시판이 존재하나 ‘추후 업데이트 예정입니다’란 안내 문구만 표시돼있는 상황이다. 회칙에서도 관련 기구의 설립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캠 내 단과대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임현성(융인 22) 융합인재대학 학생회장은 “총회 형태의 단과대학 주최의 행사에서 학생회 활동보고와 겸해 관련 보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으나 이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두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이유로 “단과대학 차원에서 스스로 공약 이행 평가 기구를 구성하게 된다면 오히려 자의적 평가에 따른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설립이 필요하다면 중앙감사위원회와 같은 상위 단위 차원에서의 기구 설치가 이뤄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관련 기구의 미비는 자칫 공약 이행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짐으로써 공약을 보고 투표한 유권자에게 선거 자체에 대한 효용감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노연정(중국중언문 22)씨는 “항상 공약을 보고 투표에 참여하지만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며 “필요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에게 진정성을 갖고 권리를 행사한 유권자의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단과대학 학생회 차원에서 공약 이행 평가 기구를 정례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임시 기구에 그친다면 해당 문제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기에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정기총회에서 회칙의 형태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학내에 설치돼있는 공약 이행 평가 기구의 체계를 참고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공평위의 경우 총학생회칙 137조 및 138조를 통해 평가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완료△정상추진△일부추진△보류△폐기 다섯 가지의 척도로 공약 이행률을 평가한다. 이후 △완료△정상추진△일부추진으로 분류된 공약의 경우 이행된 것으로 분류하고 보류 및 폐기로 분류된 것은 미이행으로 분류해 최종적인 공약 이행률에 대한 산출이 이뤄진다. 이와 같은 내용을 각 단과대학 학생회칙의 실정에 맞게 변용한다면 상시적 공약 이행 평가를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제58대 중공평위 위원장단은 “중공평위의 평가 지표는 5개의 척도로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단과대학의 공약 이행 상황도 충분히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준 중 일부추진과 정상추진의 경우 30%나 50% 등 수치로만 나타나 있어 위원 개인별로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단 문제가 있다”며 “단과대학에서 지표를 적용하고자 하는 경우 보다 세밀한 예시를 들어 평가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서양어대학 공약이행평가위원회(이하 서공평위) 역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서공평위는 서양어대학 운영위원회 중 2인이 위원장단을 맡게 되며 일반 위원은 공개모집을 진행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후 중공평위와 동일한 척도를 사용해 공약 평가가 이뤄지며 이를 정기 및 임시 서양어대학학생대표자회의에서 보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특히 평가위원 본인이 속한 학과의 공약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시켜 공정성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다. 

 

반드시 기구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학생회 국서로의 기능적 통합이 이뤄지는 것 역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대 학생회의 사례처럼 국서 차원에서의 업무로 규정하여 지속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단과대학 학생회 집행위원회 내에서 교육 관련 기능을 관장하는 부서에게 업무 분장을 진행하는 형태로 변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신진호(사회정외 23) 사회대 학생회 교육자치국장은 “지난해 중공평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유권자로서 학우들의 공약 이행 여부에 관한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당 업무를 진행하게 됐다”며 월별 공약이행평가보고서 발간의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자체적 공약 이행 평가에 따른 공정성 문제에 대해선 “집행위원회 차원에서의 공약 이행 평가 보고서 작성과 더불어 운영위원회의 평가와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노력 역시 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단순한 제도적 정비 이상으로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및 상세한 내용 설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사회대 학생회의 경우 보고서의 내용을 일반 학생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홍보물을 제작해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업로드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행 여부 분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 척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학생들의 이해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단위 대표자로서 공약뿐만 아니라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약을 어음으로 해 학생 대표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 만큼 이를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기구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평가해 이를 학생회 스스로의 발전 동기로 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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