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과와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에선 학사 운영과 소통 과정 중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탈리아어과의 일부 학생들은 증원 공지가 지연돼 수강 신청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융인의 경우 전공 교류 제한과 모듈 배정 기준이 불명확해 일부 학생들에게 혼란이 빚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이 두 학과의 대응이 학과와 학생들 간의 유의미한 소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학사 운영과 소통 문제 현황△이에 대한 학교 측 입장△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학사 운영과 소통 문제 현황
이탈리아어과에선 이번 학기 진행된 수강 신청에서 증원 관련 공지가 늦어져 학생들의 학교생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 발생했다.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에 ‘IFL 이탈리아어 A2’ 과목(이하 IFL 과목)의 교수에게 해당 과목의 증원 여부에 대해 문의한 결과 “증원이 예정돼 있으니 기다리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해당 과목을 시간표에 추가할 것을 고려해 2학기 시간표를 구성했다. 그러나 지난 9월 5일 오후 10시 경 조교가 “학과 교수진의 회의 결과 해당 학기 IFL 과목의 증원 계획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학과의 네이버 카페를 통해 통지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하루 남은 정정 기간 중에 시간표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를 겪었다.
융인에선 불명확한 운영 체계와 학생들과의 소통 장애로 일부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융인 학생회에 따르면 2023년도에 전공 교류 학점을 최대 9학점으로 제한한 상태로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으나 학부 사무실 측의 공지 누락으로 인해 학생들은 이번 해 여름방학이 돼서야 해당 제도가 시행 중임을 공지 받게 돼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특히 테크노미디어디자인 세부 모듈 수강의 경우 졸업에 필요한 전공 학점을 채우기 위해 전공 교류 제도가 필수적이었기에 갑작스러운 학점 제한 규정의 신설이 타 모듈에 비해 큰 문제가 됐다. 또한 공지 이전 이미 전공 교류 학점이 9학점이 넘은 학생들에게도 해당 규정이 적용돼 이들의 경우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신입생 모듈 배정에 있어서도 혼란이 발생했다. 조준형 전 융인 학생회장(이하 조 전 회장)에 의하면 ‘신입생 모듈 배정 시 △성적 70%△면접 20%△기타 10%로 구성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총점을 매기고 이 총점을 바탕으로 언어 모듈이 배정된다’는 내용의 공지를 학과로부터 받은 바 있었다. 이에 대해 조 전 회장은 “당시 융인 학부장에게 ‘면접에서 어떤 점을 보는가’ 및 ‘기타에서 반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했고 ‘성적 100%가 맞으며 나머지 요소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니 학생들은 편하게 면접에 응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 모듈 배정에 있어 이탈리아-EU전략 세부 모듈과 패션관광문화산업 세부 모듈을 선택하는 것과 같이 언어-지역학과 기타 학문을 함께 신청해 패션 관련 진로를 설계하던 학생들이 패션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아랍어통번역 세부 모듈에 배정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융인 학생회는 “이번 해는 융인 학생회와 일부 융인 내 교수들의 노력으로 강제로 아랍어통번역 세부 모듈로 배정된 학생들을 희망 모듈로 이적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러나 이는 제도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추후 모듈 배정은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조 전 회장은 “학부가 어떤 체계로 운영되는지 학생들이 알지 못하고 운영 방식 역시 계속해서 바뀌었기 때문에 수많은 혼란이 있었다”며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 또한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임현성(융인융인 학생회장은 “재학 중인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에 비해 조교 인원이 충분치 않아 혼란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학교 측 입장
이탈리아어과 측은 증원이 불발돼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의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17일 ‘학생과의 대화 시간(이하 공청회)’을 마련했다. 공청회엔 △김시홍 이탈리아 학과장(이하 김 학과장)△박문정 교수△조성윤 교수△줄리아(Giulia) 교수가 참석해 △증원 공지가 늦어진 배경 설명△이에 대한 대안 제시△학생과의 질의응답 등을 진행했다. 공청회에선 증원 공지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처음엔 소수의 학생들만이 증원을 신청할 것이라 생각해 증원이 예정된 것처럼 공지했으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해보니 인원대로 모두 증원하기엔 1학년 학생 대상 과목에 고학년들이 많아져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청회에서 김 교수는 “수요 조사 인원이 학교가 규정한 기준을 충족한다면 겨울 계절학기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물론이고 2025학년도 2학기에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이 수강할 수 있는 IFL 과목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학생들이 원한다면 이러한 자리를 더 마련하겠다”며 향후 학생들과의 소통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앞서 상술한 융인의 사안에 대해 김상수 융합인재학부 학부장(이하 김 학부장)은 “이는 교육부가 지향하는 융합 교육을 추진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다”며 “학생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지만 각 모듈별 교수들의 의견이 다르고 학교의 구조 조정 계획과 연관돼 있어 일관된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 학부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학교는 광역화 모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공과 이중전공의 이수 학점을 조정 중이다. 그렇기에 융인 또한 모듈 배정 원칙을 계속해서 수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공 교류 관련 혼란에 대해 김 학부장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훨씬 더 자유롭게 해주자는 방향으로 계속 회의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전공 교류 관련 혼란을 겪은 이유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전공 교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여러 상황에 의해 제한되는 교류 과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학부장에 따르면 영어통번역학부(이하 영어) 등은 폐과 존치에 따라 영미지역학이나 영어통번역학 과목을 융인이 아닌 영어에서 운영하는 상황이었기에 융인 학생이 영어 과목을 수강할 경우 전공으로 인정해준다는 개념으로 전공 교류를 운영했다. 또한 ICT&AI(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Artificial Intelligence) 세부 모듈과 융합비즈니스 세부 모듈의 경우 파견 교수 제도로 운영하기에 담당 단과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공 교류 과목을 개설했다. 이에 따라 각 모듈별 주임교수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전공 교류를 운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이 ‘전공 교류 가능 강의에 제한이 없다’는 오해를 하며 교수와 상담 없이 전공 모듈과 무관한 강의를 수강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것이 김 학부장의 입장이다. 융인 학생회 측 또한 “학부장이 최대한 학생들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며 “지금은 혼란이 해결된 상태다”고 전했다.
모듈 관련 학생들의 의문에 대해 김 학부장은 “성적 100%로 결정했다는 정보는 옳지 않다”며 “다만 모듈 배정 시 1지망의 경우 실제로 성적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해 배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학부장은 “매년 모듈별 지원 상황이 다르기에 그때마다 교수님들이 회의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밝히며 “필요할 땐 학생들과 상의해 최대한 개선 중이다”고 전했다. 융인 학생회 또한 “김 학부장으로부터 앞으로는 모듈 배정에 있어 성적과 함께 성적 이외의 요소가 다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며 언어 모듈의 수강 인원 또한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사 운영에 있어 학생들과의 보다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이탈리아어과에선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탈리아어과에서 진행한 공청회에선 IFL 과목 증원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논의하며 학과 측과 학생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청회에 참여한 이탈리아어과 학생들은 공청회 현장에서 ‘학과 측에서 학생들이 겪는 문제를 인지하고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에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학사 운영의 변화 및 문제 발생 시 학교와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한다면 상호 간의 오해를 최소화하며 양측의 입장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융인의 사례는 학생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측에 활발히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융인 학생회는 “학부 운영이 합의된 바와 다를 시 학생회 측에 연락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며 “바뀐 제도가 운영 내규로 정착돼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학부 측과 꾸준한 소통 중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융인 학생회 측은 전공 교류 학점 제한 관련 곤란을 겪은 학생 2명과 함께 학부 측과 논의 후 이를 해결했다.
이와유사한 타 학교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동대신문에 따르면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열린전공학부에 대한 재학생의 의견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동국대 측은 후속조치위원회(이하 후속조치위)를 구성했다. 후속조치위는 △교무팀△단과대학 학장△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 구성돼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로서 기능했다. 이번해 두 번 진행된 후속조치위 회의에선 소수학과 인원 미달 보호 장치 및 사회복지학과 전공 수업 이수 지체로 인한 초과 학기 등의 안건이 논의됐다. 이외에도 성대신문에 따르면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학생회 ‘워너비’는 학생들과 교수 간 활발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사제 Q&A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며 교수와 학생 간 쌍방향 의사소통을 활성화했다.
소통이 미비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체계적인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학교와 학생들 간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생과 학과 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 함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