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동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다

등록일 2024년11월06일 02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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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동(법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 교수(이하 정 교수)는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공정거래법학과 겸임교수와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우리학교에서 법조인을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정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보호법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정 교수는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민사법학회 판례 연구회와 한국신탁학회 추계학술대회 등의 여러 학술대회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우리학교 법학과 학생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 법전원 교수로서 우리학교에 돌아온 그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법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첫 대학을 이공계열로 진학했습니다. 거기서 △공학△과학△수학과 관련된 전공 수업을 많이 수강했었죠. 그렇게 공부를 하던 중 변리사란 직업을 알게 됐는데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선 자연과학과 공학뿐 아니라 법학에 대한 학습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변리사를 목표로 하기 전에 법학이 어떤 학문인지 경험해 보고 싶어서 민법총칙과 헌법 수업을 수강하게 됐습니다. 특히 민법 수업을 들었을 때는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듯한 전율이 느껴질 만큼 민법이 정말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계약△권리능력△무효와 취소△행위능력 같은 개념들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법학을 더 깊게 접할수록 결코 가볍게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점을 깨달았습니다. 또 방대한 양과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법학을 전공으로 배워보고자 다시금 열심히 수능 준비를 한 후 우리학교 법학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1학년 2학기를 마친 당시 민법 교수님께서 학부 조교로서의 근무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후 2학년 2학기부턴 법학 연구 보조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석박사 과정생들의 분위기를 느껴보라며 대학원 수업도 청강할 기회를 주셨어요. 그렇게 4학년 때까지 열심히 법학 연구를 도와드렸습니다. 다른 동아리나 비교과 활동은 못 했고 충실하게 어문계열 및 법학 과목을 들으며 남는 시간은 오롯이 교수님의 연구와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이었죠. 특히 가정형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교수님께서 직접 학비를 지원해 주시기도 해 큰 은혜를 입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Q3. 우리학교 법학과 학생에서 이제는 법전원 교수로서 모교의 후배들을 가르치게 됐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우리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했을 때 엄청난 활력과 위안을 얻었습니다. 약 80명의 학생들이 저를 바라보며 마치 레이저를 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런 모습에서 20년 전의 제 자신이 다시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어캣(Meerkat)처럼 저를 쳐다보는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부실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식을 전달해야겠단 열망이 더욱 커져 강의를 열심히 준비해야겠단 다짐을 했습니다.

  

 

Q4. 법학 교육 및 연구직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학부 조교로서의 연구 보조 경험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죠. 당시 저는 조교로 일하며 여러 IT 기업들의 이용약관을 분석하고 불공정한 내용을 찾아내는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무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교수님께서 제 열정을 높이 평가해 학자의 길을 권장해 주신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제 민법학자로서의 진로 결정을 제가 더욱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죠.

  

 

Q5. 소비자 권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근대 법학의 성립 과정에서 왕권과 소수의 권력자로부터 법에 의한 지배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18세기에 근대적 법학이 출현한 후 20세기 산업혁명 과정에서 약자 계급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과 소비자법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민법과 소비자법을 함께 연구하는 이유는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서 나타나는 지위 불균형 문제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습니다.

 

 

Q6.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독일 법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사비니란 학자는 로마법 전문가였는데 그는 독일 법학의 높은 수준을 창출하기 위해 로마법을 연구했습니다. 즉 독일 법학의 발전을 위해 로마법을 깊이 탐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저 역시도 우리나라 법학의 수준을 한층 높이겠단 비슷한 취지를 갖고 있었기에 그 뜻을 이어받아 독일 유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Q7.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진행했던 연구들 중 가장 기억에남는 연구나 정책 개선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비자와 관련된 △국회 소비자법 개정 작업△여러 하위 법령행정규칙 제개정 사업△행정부 고시 제정에 깊이 관여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했지만 특히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Q8. 게임물관리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에서의 활동 경험이 교수님의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과거에는 2000년대 초반의 ‘바다이야기’ 사건이 큰 이슈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행성△중독성△청소년 유해성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고 우리나라에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온라인 게임 규제가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게임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도 부당한 피해를 막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많은 게임 콘텐츠가 활발히 출시되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공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이는 정당한 게임 플레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여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에선 우리나라 소비자 정책의 총괄적 역할을 경험했습니다. 소비자법을 주전공으로 삼고 있다 보니 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피해 방지를 위한 연구에도 참여하며 더욱 깊은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Q9. 교수님이 생각하는 법학도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요?

법학은 천재가 하는 학문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법학은 △깊이 고민하고△많이 생각하고△많이 읽는 학생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성에 맞춘다기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학문이기에 단지 어렵거나 양이 많다는 이유로 주눅 들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 산을 오르는 과정과 같아서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결국 정상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등산에 소질이 없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꾸준히 △고민하고△생각하고△읽으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즐기며 지속해 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Q9-1. 교수님이 생각하는 법학 공부의 적합한 방식은 무엇인가요?

선택의 문제입니다. 시험을 쳐야 한다면 판례 위주로 공부해야겠죠.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시험은 합격할 수 있으나 ‘기초공사’가 금방 무너지게 됩니다. 기초를 단단히 하기 위해선 조문과 그 조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 대위권이란 제도는 왜 있지?” 또는 “손해배상범위는 왜 여기까지이지?”와 같은 그 조문들이 왜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두 개 중에 자기 상황에 따라서 선택하면 됩니다.

 

 

Q10. 학과 관련된 최신 현안이나 경향 중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궁금합니다.

변호사법과 리걸테크(Legal Tech)*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이 △고소장△계약서 작성△법률 상담 등에서 변호사 역할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며 새로운 법률 서비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에선 이러한 기술의 활용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행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법률 시장에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법이 주전공인 제 입장에선 이러한 변화는 법률 소비자들에게 접근 가능성을 높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걸테크 기업과 변호사 업계가 균형 있게 발전하고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연구 중입니다.

 

 

Q10-1. 판사나 검사와 같이 법조 관련 공직도 대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판사나 검사도 대체되진 않겠지만 이와 같은 영역에서도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은 참고 자료에 불과하기에 규범적 판단은 결국 인간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11. 법학 연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합니다. 우리학교 법전원에는 진심을 다하는 지도 교수님들이 포진해있다는 점에서 자교로의 진학이 굉장히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걸테크(Legal Tech) :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법률 서비스에 정보기술(IT)이나 인공지능(AI)을 적용하여 법률 업무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

 

 

이승원 기자 08seungwon@hufs.ac.kr

정소희 기자 09sohe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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