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예방교육은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매년 유사한 내용의 형식적인 교육에 그쳐 많은 학생 사이에서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 또 본래 교육의 목적과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 역시 가중되고 있다. 해당 기사를 통해 △폭력예방교육 실행 현황△성적 열람과 연계된 폭력예방교육△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폭력예방교육 실행 현황

우리학교는 교내 인권센터 주관하에 양성평등기본법 등 관련 법률과 학내 규정에 따라 매년 폭력예방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법정의무교육에 해당하는 폭력예방교육은 4대 폭력인 △가정폭력△성매매△성폭력△성희롱에 관한 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은 이러한 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매해 2시간 이수해야 하며 대학은 그 결과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이때 학교 종사자 교육 참여율이 75% 미만이거나 학생 참여율이 50% 미만일 경우 해당 학교는 부진기관으로 지정돼 △공공기관 감사 대상에 등재△기관장에 대한 특별교육 실시△부진기관 선정 사실의 언론 및 인터넷 공표와 같은 제재를 부과받는다.

◆성적 열람과 연계된 폭력예방교육

현재 우리학교는 폭력예방교육 미이수 시 성적열람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에 대해 상당수의 학생이 불만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소재현(영어영문 24) 씨는 “성적 열람을 빨리하고 싶은데 성적과 관련 없는 폭력예방교육을 반드시 들어야만 해서 답답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타 대학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이하 한양대) 등이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 참여 독려를 위해 지난 2020년부터 교육 이수 시 최대 5시간의 인성품을 인정해왔고 지난 2022년부터 교육 미이수 시 성적 공시 기간 내 성적 확인을 제한하는 방침을 추가했다. 반면 이와 같은 지침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과거 성평등센터가 학생들의 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 이수를 하지 않을 시 학기 말 성적 확인을 못 하게 하는 강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실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민원이 폭주해 현재는 해당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조정현 우리학교 인권센터장 (이하 조 센터장)은 “교육 미이수자에 대한 성적열람 제한 관련 규정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겠으나 법정의무교육으로서 1년에 2시간 이상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이다”며 “미이수자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별도의 방안이 없기에 교육 실효성 제고를 위해 교칙으로 의무화해 성적열람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정정 기간에만 열람이 제한되고 성적 입력 확정 후 확인기간 동안엔 열람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폭력예방교육은 정말 실효성 있는 교육인가

외대학보에서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답변은 △매우 그렇지 않다(62.5%)△그렇지 않다(25%)△보통이다(12.5%)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의견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로는 △교육의 내용이 지루하고 다소 피곤하다는 점△매년 교육 영상의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는 점 등이 있었다. 또 폭력예방교육을 끝까지 집중해서 시청하는지에 대한 답변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가 62.5%△‘그렇지 않다’가 37.5%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폭력예방교육을 주의 깊게 들을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며 “틀어놓고 듣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밝혔다. 또 재학생 B 씨는 “교육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며 시대상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조 센터장은 “물론 매년 항상 새롭고 더 좋은 내용을 제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2시간이란 제한 내에서 매번 다양한 콘텐츠로 교육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며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은 반복하더라도 계속 동일한 내용을 교육하는 게 이 교육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더 나은 폭력예방교육을 위해선 △영상의 숏폼(Short-form)과 카드뉴스로의 대체△오프라인 교육 실시△일정 단위 자선 학점 부여를 통한 학생 참여 유도△자진 참석 시 봉사 시간 부여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일례로 덕성여자대학교의 경우 과거 △인권주간행사를 통해 교육 이수를 독려하는 홍보 진행△전문성 있는 강사를 초빙해 대면 교육 실시△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한 학생에게 비교과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교육 수단을 확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한양대의 경우 인권 주간을 지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해 학생 참여형 인권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교육이 되더라도 반드시 2시간의 법정이수시간을 충족해야만 하기에보다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조 센터장은 “법정이수시간인 ‘2시간’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상 제한돼 있다”며 실제 교육의 질적 선택 및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즉 실효성 있는 교육을 위해선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능동적인 대책 도입 역시 시급한 시점이다.

상술했듯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에 관한 의문과 불만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폭력예방교육은 ‘성평등한 인식 제고 및 안전한 사회문화 조성’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그 실효성의 제고가 필요하다. 여러 의견을 반영한 교육 내용 개편과 다양한 교육 방식의 도입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영빈 기자 09young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