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영어학부영미지역학부 00) 훈련관(이하 김 교관)은 에미레이트(Emirates) 항공의 객실승무원 및 부사무장으로 근무하며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저비용항공사 티웨이(T’way)에서 △객실사무장△면접관△훈련교관을 거쳐 현재는 기장과 부기장의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19년 동안 항공사에서 근무하며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김지영 교관을 만나 승무원에 대해 알아보자.
Q1. 우리학교 영어학부에 입학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영어를 좋아했고 영어와 관련된 삶을 살고 싶었기에 전공도 항상 영어만 고집했습니다. ‘어떤 대학이 가장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란 질문이 학창 시절 저의 최대 관심사였기에 자연스럽게 ‘한국’과 ‘외국어’란 키워드가 있는 우리학교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후 영어를 더 공부하고 싶어 최근에 우리학교와 연계된 사이버한국외국대학교의 TESOL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사실 전공 공부에 열심인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실용 언어나 교양 과목에 더 많은 관심을 뒀죠. 우리학교의 최대 장점이 해당 언어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그 언어와 문화를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단 점입니다. 덕분에 전 동기들과 달리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됐어요. 그러나 사회에 나와 보니 우리학교 영어과 출신이라고 하면 영어 실력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러한 인식 덕분에 저는 영어와 관련된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영어를 잘하게 됐고 우리학교를 통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되려던 목표를 이뤘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학내 영어 뮤지컬 학회를 진행했는데 덕분에 내향적이었던 제가 외향적으로 바뀌는 등 승무원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Q3. 졸업 후 승무원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엔 승무원이란 직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친구 따라 승무원 학원에 갔을 때 상담 실장님 유혹에 넘어가 등록했죠. 그때부터 승무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과 소통하며 승무원이 훌륭한 직업이란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열심히 준비했어요. 도중에 해외항공사 취업 사기까지 당하는 등 다사다난한 준비과정이었지만 정작 ‘승무원’이란 직업이 무엇인지 항공사에 입사하고 5년이 지난 후에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Q4. 승무원으로서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은 무엇인가요?
승무원은 비행기 문이 닫히는 순간 좁은 기내 안에서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하는 직업입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조종사의 존재 이유가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라면 승무원의 존재 이유는 그 과정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때론 무대 위 주인공이 돼 이끌어가고 때론 스태프(staff)가 돼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자질이 필요하기보단 모든 상황을 파악한 후 정확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력△업무 분담력△환경 적응력△빠르고 정확한 상황인식 능력입니다. 이는 단순히 아르바이트 경험이나 관련 공부를 통해 생기는 역량은 아닙니다. 실생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어보는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는 역량이죠.
Q5. 장거리 비행을 비롯한 여러 비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체력 및 정신건강 관리의 비결이 있을까요?
장거리 비행 자체가 무리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수면 및 식사 시간△새벽 시간대의 업무△잦은 이착륙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단 기본적인 체력 관리와 식단 관리는 필수입니다. 승무원 준비하시는 분들 보면 체중을 과도하게 신경쓰시는 경향이 있지만 체중 및 인바디(Inbody) 수치보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건강이에요. 또한 승무원은 △급변하는 업무 환경△불규칙한 스케줄△사람과의 관계 등 모든 정신적인 스트레스(Stress)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을 잘 파악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신과 잘 소통하고 스스로를 아껴주셔야 합니다. 저는 △비폭력대화△상담심리학△코칭(Coaching)을 전공했고 제 동료들은 △등산△마라톤△명상△복싱△요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마음△몸을 챙기고 있습니다.
Q6. 승무원 생활 중 좋았던 기억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아마 모든 승무원의 행복한 기억은 △생명이 위험한 승객이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될 때△승객들이 내리면서 두 손을 꼭 잡고 감사함을 표시할 때△어린이 승객이 그림과 편지를 써줬을 때△좋은 동료들과 완벽한 비행을 마쳤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슬프고 아쉬웠던 기억이 사실 더 많습니다. △가족과 친구의 경조사△고인을 모신 유족 승객 앞에서 다른 승객들을 위해 웃어야 할 때△승객이 사망하셨을 때△예측 불가능한 스케줄 준비 등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승무원이란 직업을 고찰해보고 더 열심히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6-1. 반대로 승무원 생활을 하며 느낀 고충엔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에미레이트에서 근무할 시기엔 두바이(Dubai)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이에 결국 국내항공사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또한 다국적 동료들과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컸습니다. 어떤 문화권에선 가위바위보 게임을 전혀 모른다고 해요. 부사무장 시절 장거리 비행에서 휴식 시간 순서를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가 해당 국적의 승무원에게 지적을 당한적도 있습니다. 또한 인종차별 문제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티웨이 항공으로 이직한 후엔 회사가 점차 성장해나가는 한가운데에 서있다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꽤나 고통스러웠죠. 지금은 ‘T’way’가 아닌 ‘Godway’라고 불릴 정도로 승무원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항공사가 됐지만 초기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한 달에 공식적으로 5일만 쉬고 비행한 적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Q7. 에미레이트에서의 승무원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외국 기업의 임원 분이 아래와 같이 말씀한 적이 있습니다. ‘객실 승무원은 인간사의 모든 것을 경험한 이들이다. 그들은 편안함을 벗어난 생활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당신이 감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화 이상을 겪어본 이들이다. 스트레스와 피로를 다룰 수 있으며 △인내△절제△표현의 균형을 안다’고 에미레이트 출신을 채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Q8. 승무원 생활 중 팀워크(Teamwork)가 중요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승무원은 모든 순간이 팀워크이기에 절대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직업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업무 분담이 확실히 이뤄져 있고 이 과정에서 서로 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실제로 팀워크 및 소통과 관련된 정기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항공사에서 사고 발생 시 인적 오류와 관련해 가장 먼저 보는 부분도 소통과 팀워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대인관계 능력이 정말 중요한 직업입니다.
Q9. 항공 승무원을 훈련시키는 교관으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부터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원하는 활동이 적성에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여러 부서에서 일했지만 가장 잘 맞는 부서가 객실 훈련팀과 현재의 운항 훈련팀입니다. 그리고 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배우고 얻는 부분 또한 크고 배움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교육할 때 보람과 성취감이 컸습니다. 교육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헌신이라고 생각하기에 실제로 지금도 승무원 준비하시는 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에 있습니다.
Q10. 승무원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승무원을 떠나 해당 직군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옛날엔 면접 준비만 열심히 하면 승무원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직무역량을 중요하게 보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스펙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나는 얼마나 준비가 돼있는지△승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악하고 준비하시는 게 첫 번째입니다. 또한 항공사마다 성격도 정말 다릅니다. 같은 삼성계열이라고 해도 삼성전자에 지원하기 위한 조건과 에버랜드(Everland)에 지원하기 위한 조건이 다르듯이 단순히 △국내항공사△외항사△대형 항공사△저비용 항공사로만 접근하시면 곤란합니다. 각 항공사의 △기업이념△운영 분위기△인재상이 완전히 다르기에 본인에게 잘 맞는 항공사를 선택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승무원이 되고 나서의 모습을 그려보시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토록 어려운 과정을 통해 승무원 되고 나서 얼마 안돼 그만두는 분들이 많거든요. 승무원도 결국에는 인생이란 선 위의 하나의 점일 뿐입니다. 어디까지나 잘 살기 위한 수단이 돼야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인생의 모든 과정을 치열하지만 즐겁게 잘 보내셨으면 합니다.
최소윤 기자 09soyo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