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치활동 참여율 저조, 학생 목소리 사라진 캠퍼스

등록일 2025년03월05일 16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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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며 각 대학의 학생회 중 후보 부족과 낮은 투표율로 인해 정식 출범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는 최근 대학 내 학생 자치활동 참여율이 급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학내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생 자치활동 축소는 △공동체 의식 약화△대학의 사회적 책임 약화△학생 권익 보호 취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에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대학생의 자치활동 참여율 현황△대학생의 자치활동 참여율 저조의 원인 및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학생의 자치활동 참여율 현황

학생 자치 기구는 학생들의 대표자로서 직접 교내 정책을 논의하고 구성원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학생 자치활동의 참여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11월 22일 기준 20개 △단과대△독립학부△동아리연합회 중 후보자 부재로 선거가 무산된 단위가 8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지난 2023년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에서 투표율 24.4%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었다. 이 외에도 서울여자대학교는 지난 2023년 54대 총학 회장 후보의 미등록으로 인해 총학 회장 선거에 난항을 겪었다.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 총학 역시 후보자 공석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학생 자치활동의 관심도 하락은 투표율 감소 및 후보자 부재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총학생회 대표자 후보 부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참여율 감소로 이어지며 학생회 조직의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엄온세(영어영문 24) 영미문학문화학과 학생회장은 “학과 학생회의 경우 부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생 자치활동 관심도의 저하는 학생 자치활동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난다. 학교 측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며 학생 자치 기구가 단순한 행사 운영이나 홍보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학과 학생회 부원으로 지난 학기 활동한 A 씨는 학과 학생회의 운영에 대해 “지난해 학과 학생회는 제휴 사업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학생의 자치활동 참여율 저조의 원인 및 문제점    

대학생들이 학생 자치활동에 무관심해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사회적 요인을 언급할 수 있다. 많은 학생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학내 문제보단 개인적인 진로 준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인턴십△자격증 취득과 같은 실질적인 진로 개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며 자치활동 참여도가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 실제로 A 씨는 “학과 학생회 참여를 고려했지만 대외활동 및 학업에 투자하는 것이 취업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학생회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생회가 실질적인 학내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단 구조적 한계도 무관심의 이유 중 하나다. 학교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사안이 재정 및 행정상의 이유로 거부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거듭되며 학생들은 학생회의 실질적 영향력에 회의를 느끼고 점차 자치활동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학생회의 협상력이 약화하며 학생들의 의견이 학내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워지고 결국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멀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B 씨는 “학생회와 학교의 협상에서 학생회의 의견이 반영되는 일이 많지 않기에 학생회 활동에 대해 무관심해졌다”고 밝혔다. 일례로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의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 측이 등록금을 5.49%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동국대 총학 비대위는 “등록금 인상을 통해 재정적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기 전 등록금이 적절하게 운용됐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등록금 인상이 결정되며 교내 학생 대표 기구로서 역할이 제한적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학생 자치활동의 축소는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먼저 비대위 체제의 학생회는 대표성과 운영의 한계로 인해 정식적인 학생회에 비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투표율 미달 또는 입후보자 공석으로 인해 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할 경우 기본적인 학생 자치 업무를 수행하고 임시 운영 기구로 비대위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비대위는 한시적인 기구로 정식 학생회와 달리 정책적 의사결정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학내 정책 개편 요구나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학생회는 대학과의 협상을 통해 △등록금 동결△복지 확충△학사 운영 개선 등의 사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비대위는 공식적인 의결 기구가 아니므로 대학 측과의 협상력과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비대위장은 학생회장과 비교했을 때 사퇴 선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에 사퇴와 선출이 반복되는 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한계로 인해 학생 자치가 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대신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준혁 전 한양대학교 사회대학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를 운영하면서 정책의 연속성 문제와 정당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자치활동의 축소는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 또한 약화할 수 있다. 학과 학생회 및 동아리연합회와 같은 자치 기구는 학생들이 연대와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해 왔으나 이러한 활동이 축소될 시 대학은 단순한 학업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 활동이 축소되고 학생들이 대학을 ‘개인적인 학업을 위한 장소’로만 인식하게 되면 대학 내 공동체 문화와 학내 연대 의식이 점차 사라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작년에 입학한 C 씨는 “대학교에서 다른 학우들과 비슷한 관심사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했으나 현실에선 수업이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학생 자치활동이 약화될 시 대학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고등교육법 제28조는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 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 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대학의 존재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회는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권 보호△인권 문제△환경 보호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두고 연대 활동을 주도하며 위와 같은 대학의 목적을 수행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학생 자치가 약화되며 대학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학이 단순한 교육 기관으로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생 자치활동의 약화로 인해 대학 내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현재 학생 자치기구의 문제 중 하나인 운영의 투명성과 실효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생회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학생회의 역할을 단순한 행사 기획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정책 제안과 협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야 한다. 독일 대학들의 경우 학생 자치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AStA(Allgemeiner Studierendenausschuss)라는 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다. AStA는 학생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위해 △가족 및 장애 학생 지원△경제적 지원△법률 및 주거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며 학생들이 학내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일의 AStA 시스템처럼 학생회가 정책 제안과 협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발전한다면 단순한 행사 기획을 넘어 실질적인 학내 의사 결정 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학생들의 학생회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방법 또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공과대학에서 실시된 실험에 따르면 학생회 선거 투표자 중 추첨으로 상금을 받을 기회를 주겠단 이메일을 받은 집단은 아무 안내를 받지 않은 집단보다 투표율이 눈에 띄게 높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채프먼 대학교(Chapman University)의 경우 학생회는 투표율 하락에 대응하여 후보자 소개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디즈니랜드(Disneyland) 입장권을 추첨으로 주는 등의 경품 전략을 사용해 학생들의 투표를 유도한 바 있다.

 

또한 학생회 활동을 일정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학생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존재한다. 실제로 국민대학교의 경우 교내 비교과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플러스알파(+α)’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학생회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의 누적 시간에 따라 학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대학 학생회장과 부회장은 40시간 그리고 학생회 간부 및 일반 회원은 20시간의 활동 시간을 인정받아 학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학생들의 자치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학 내 학생 자치활동이 축소되는 것은 단순한 관심 부족의 문제가 아닌 학내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학이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선 학생 자치활동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학생들 스스로 자치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대학도 이를 지원하는 체계적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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