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시대, 노사의 상생을 위해선

등록일 2025년03월05일 16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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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10,030원으로 인상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시간당 1만 원을 넘긴 셈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상률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구체적인 산식과 기준이 없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안김과 동시에 청년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꾸준히 비판받아 온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변화△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변화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0원으로 전년 대비 1.7% 인상됐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지만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란 타이틀과 함께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건비가 높아진 만큼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장 운영 시간 단축△직원 고용 규모 축소△키오스크(KIOSK) 설치 등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층은 일자리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주의 근로 시간을 늘리고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알바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2025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변화된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해 알바 신규 고용 축소 및 중단에 가장 많이 응답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문제점

이처럼 최저임금의 인상은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해 기준이나 산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서 합의제 방식으로 결정한다. 최임위는 △공익위원△근로자△사용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37년 이래로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단 7차례뿐이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야 하고 이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이러한 삼원적 구성이 사회적 합의 도구로 기능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취약성도 존재한다. 먼저 노동계와 경영계의 상이한 요구안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오늘날의 최임위는 합리적인 기준 아래 숙고와 합의를 통해 적정 수준을 찾기보단 소모적인 갈등만 매년 반복한다”며 “현행 최저임금 결정 체계는 노사 대립이 극명하고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위원회의 규모가 비대해 숙고와 협의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90일로 제한된 심의 기한은 시간 부족으로 인해 빈번히 합의가 무산되는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결정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유사 근로자의 임금 등 네 가지의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산출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노사는 매년 갈등을 겪었으며 법정시한을 넘기고 나서야 공익위원들의 표결에 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 이번 해 최저임금 역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최임위에서 공익위원들의 손에 의해 결정됐다. 지난해 최임위에서 노동계는 △근로자 생계비△물가상승률△실질임금 저하를 근거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를 요구했다. 끊임없는 신경전 끝에 공익위원 측은 1만~1만 290원을 제시했으나 노동계는 아쉬움을 표했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기까지 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 기여△근로자의 생활 안정△내수 경제 활성화△노동 생산성 향상△노동 시장 보호△사회 안정△소득 분배 개선△임금 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흥정하듯 이뤄지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최임위 전현직 공익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이하 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는 현재까지 최저임금 심의 구간을 설정한 후 본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이원화 구조 및 결정 체계를 구간 설정결정으로 분리하는 개편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회에서 개편안을 도출해 내더라도 실제 제도 변화가 이뤄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프랑스의 경우 △근로자의 임금인상에 따른 구매력 상승률△소비자물가 상승률△정부 재량이란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여기서 정부 재량은 정부가 여타의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통계상으로 제시되는 인상률에 추가로 부여하는 인상률이다.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원칙상 1년에 한 번 조정되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특정 3개월 동안 2% 이상 상승하는 경우엔 자동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1년에 최대 네 번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될 수도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이하 중앙심의회)와 지역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지방최저임금심의회(이하 지방심의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표준 제도라 불리는 일본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중앙심의회가 정한 표준 금액을 바탕으로 지방심의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노사는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형식으로만 최저임금 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통해 각국이 정부 주도하에 자국의 △경제 상황△고용 구조△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결정한단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개편이 어렵다면 △근로자△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임금 지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업무 개선 조성금’이란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업장 내 가장 낮은 임금의 인상액과 이로 인해 임금이 상승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대해 김진관 노무사는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을 덜기 위해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양극화된 노사 요구안의 차이가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금융권의 지원도 필요하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20개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금융지원방안을 발표하며 경기 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위해 3년간 매년 7,000억 원 규모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약 10만 명이 연간 4,360억 원의 이자를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이미 연체를 했거나 연체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의 경우 기존 사업자 대출을 최대 10년의 장기 분할 상환 상품으로 대환해 주며 평균 2.51%p의 금리 감면도 실시할 예정이다. 오는 3월부턴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사업 정리 후 대출금을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재기 의지가 있는 사업자들을 위해 약 2,000억 원을 출연해 소상공인 상생보증대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이 오히려 그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구체적 기준이 없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 여러 방면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기업의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다.

 

 

박지연 기자 10ji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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