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연구자 전학선 우리학교 법전원 교수를 만나다

등록일 2025년03월05일 16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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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선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 교수(이하 전 교수)는 1991년에 우리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우리학교 대학원을 거쳐 파리 11 대학(Université Paris-Sud)에서 헌법 및 헌법소송법 분야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헌법재판소 재판연구소 재판연구원으로 일했으며 광운대학교 및 단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는 우리학교 법전원에서 후학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 및 제도에 대한 다양한 저서 및 논문을 발표했으며 유럽헌법학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우리나라 헌법의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우리학교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땐 사회 과목에 여러 과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법학이 포함돼 있었고 공부에 흥미를 느꼈죠. 법조인의 꿈을 꾸진 않았지만 법학 분야를 계속 공부해 보고 싶어 우리학교 법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2. 우리학교 재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제가 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시절엔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기 어려웠고 시험도 제대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학점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서 틈틈이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체로 성실한 편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공부를 마치고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서 놀기도 했습니다.

  

Q3. 재학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지금의 법전원도 그렇지만 과거 우리학교 법과대학 안엔 다양한 학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중앙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고 법과대학 안에 있는 공법학회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학회 회원들과 함께 공부했고 당시 지도 교수님이셨던 이강혁 교수님(이하 이 교수님)이 가끔 저녁을 사주시기도 했습니다. 나중엔 이 교수님과 함께 등산도 다녔던 기억도 납니다. 이 외에도 제가 대학원생이었을 때 공법학회 100회 기념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때 외부 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고자 당시 평화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초청 인사를 한 번 부탁했습니다. 놀랍게도 당시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전 대통령)이 우리학교에 강연자로 찾아왔습니다. 대학원 강의실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몰렸던 기억과 노 전 대통령과 다 같이 중국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4. 파리 11 대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사실 우리나라 법학엔 독일법이 많이 소개돼 있어 많은 학생들이 독일로 유학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엔 이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랑스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근대 국가의 탄생이 시작된 곳이고 법학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이므로 파리 11 대학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론 헌법행정법 중 헌법 소송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그 외에도 기본권 파트 및 권력 구조 등을 공부했습니다.

 

Q5. 파리 11 대학 재학 시절 겪으셨던 고충이 있나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언어였죠. 이 교수님께 프랑스 유학을 추천 받은 후 수락은 했지만 저는 불어를 전혀 몰랐기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후 대학원에 들어가 불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후 본격적으로 유학길에 올랐지만 그래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만약 내용을 아는 상태에서 불어 강의를 들으면 어느 정도 해석이 될 테지만 당시엔 우리나라에 전혀 소개가 안 된 생소한 내용들이라 더욱 해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당시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상태로 다 같이 프랑스에 갔고 그곳에서 5년 2개월 정도 생활했기 때문에 많은 고충이 있었죠.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공부를 병행하려니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Q6. 헌법재판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98년 말부터 2003년 2월까지 헌법재판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엔 △검사△박사학위 소지자△변호사△판사 등의 다양한 법조계 인원들이 모여서 일하곤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는 특정 사건을 맡으면 해외 자료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재판관들은 해당 보고서를 참고하며 회의를 통해 선고가 이뤄집니다 

  

Q6-1. 헌법재판소 재판연구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시작된 이른바 ‘과외 금지법’은 헌법재판소가 2000년도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때 이 과정에 참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나친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었고 이후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의 사교육이 금지됐습니다. 원론적으로 ‘과외 금지법’은 위헌이었고 재판관 대부분이 이를 동의했으나 일부의 재판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엔 저도 무조건 위헌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재 사교육 열풍이 극에 달한 사회를 바라보니 일부 재판관들의 합헌 결정이 이젠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이 외에도 국가 유공자 취업 가산점 제도 등의 판결에 참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Q7. 프랑스 헌법 및 제도에 대해 다양한 저서와 논문을 발표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헌법 및 제도와의 차이점과 개선점이 궁금합니다.

여러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엔 이원집정부제 혹은 반대통령제로 불리는 체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7년 임기를 수행하며 의회는 내각을 구성합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대통령은 외교 및 국방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의회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즉각적인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단 점입니다.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가 혼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죠.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상식적인지’의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다수라고 힘으로 밀어줘서도 안 되며 반드시 소수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물론 프랑스도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대체로 소수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상식적’인 정치 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권이 민중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제도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대립과 갈등만 있고 대화가 없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Q8. 최근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탄핵 정국이다 보니 이와 관련된 헌법 재판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대한 특정 정당의 입장과 논리를 배제한 공정한 헌법 재판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국회 및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혹은 국가 권력 구조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9.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가 궁금합니다.

더 이상의 새로운 연구는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기에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연구를 잘 정리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180편 정도 논문과 많은 책들을 작성했는데 이를 후배들이 잘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자 합니다. 또한 공법의 정통 이론을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1~2년 공부한다고 되는 내용이 아니기에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올해 1년간 한국공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유익한 학회가 되도록 무사히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2학년 여름방학 땐 앞으로 어떤 분야로 나갈지 큰 방향은 잡길 추천합니다. △고시△공기업△대학원△사기업 등 어떤 분야든 2학년 여름방학엔 그 방향을 잡아야 졸업까지 남은 2년간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그래야 안정적으로 진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법전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국가 리더 융합 전공을 추천합니다. 강의를 들으며 법학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전원 입학 시 유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죠. 고등학교 다닐 땐 자신이 하기 싫은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서 전체적인 성적을 높이는 것이 원하는 대학을 진학하는 데 유리합니다. 그러나 대학에선 자신이 싫어하는 것 대신 좋아하는 과목을 최대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자 노력하고 찾은 후엔 열심히 매진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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