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을 소설로 담는 김진명 작가를 만나다

등록일 2025년05월07일 19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진명(법 76) 작가는 1993년 첫 소설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출간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그는 명실상부한 밀리언셀러(Million Seller)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김진명 작가는 데뷔작부터 시작해 늘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와 역사의 흐름에 깊이 천착하며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풀어내고자 했다. 그는 △고구려△글자전쟁△풍수전쟁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김진명 작가의 인생과 그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자.

 

 

Q1. 우리학교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옛날엔 진학 지도 시스템이 부실했기 때문에 대학 진학 시 스스로 판단해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 전 법이 사람을 처벌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해 어떤 것을 규제하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굉장한 의미와 가치를 다루는 것이고 철학 중에서도 굉장히 엄격한 철학을 다루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법학과를 철학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진학해 보니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당시 법학과는 암기용 실전법을 배우고 사법고시를 치는 것이 주목적인 학과였죠. 그래서 학교에 다니는 동안 법학과에 입학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나중엔 법학과에서 배운 논리와 추리 기법이 소설을 쓸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Q2. 작가로서의 정체성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정체성은 사회와 공간 속에서 형성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사회에서 계속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정체성이 생깁니다. 또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묻기 전 ‘작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해본다면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적 측면에서 작가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비판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 의식이 생겨 우리나라에 만연한 문제들에 대해 온전히 순응하기보단 한 겹 더 깊숙하게 들어가 다르게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Q3. 첫 소설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데뷔한 1993년 당시엔 우리나라 사회의 절대 악은 북한이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수천 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왜 최고의 악으로 맞서 있어야 되냐’는 반감과 ‘북한은 중공 및 소련의 대변자가 되고 남한은 일본과 미국의 대변자가 돼 서로 대치하는 것이 옳은가’란 반감이 생겼습니다. 또 다른 계기는 ‘핵무기’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단 이야기를 두고 미국이 원격 폭격을 한단 사실이 기정화가 됐던 시기였습니다. 그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제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왜 우리나라에서 다른 목소리가 안 나왔나’는 것이었습니다. 큰 주제가 대두되면 여러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선 어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갑갑한 심정이었습니다. 5천 년 역사를 같이해 온 민족으로서의 목소리는 왜 안 나오냔 마음이었죠. 그래서 제가 민족의 목소리를 대신 내야겠다고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Q3-1.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출간 후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데뷔작의 성공이 이후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기분이 매우 좋았고 데뷔작의 큰 성공은 이후의 활동에 분명 영향을 미쳤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계속 실패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기 마련이지만 첫 소설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으니 다음 소설을 낼 때 ‘실패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그러나 철학에선 세속과 실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전 그런 철학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었기에 첫 소설이 성공했다고 해서 ‘두 번째 소설도 크게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명상록’엔 ‘이 세상의 부와 명예는 헛된 것이다. 그것에 집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는 견인주의적 철학이 담겨 있고 저는 이를 명심하고 있었습니다.

  

Q4. 데뷔작의 출간 이후 사회 현실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왜 같은 민족끼리 미국과 중국의 대리인이 돼 대치해야 하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또한 북한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국군 강화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 ‘북한과 교류하는 것이 더 좋은 대안이다’는 다른 시각이 생겼습니다.

 

Q5. 소설을 집필할 때의 과정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토해내는 것’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주제 의식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대해 토해 내놓을 나의 시각은 무엇이냐’를 다루며 다수가 생각하는 것을 깰 수 있는 지점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멋진 언어를 구사하는 데 집중한 글이 많지만 오랫동안 힘 있고 깊이 있게 활동하는 작가가 별로 없죠. 작가는 비판 의식을 갖춰야 하고 작가 의식은 깊은 사색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힘을 키운 뒤에 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Q5-1. 작가님의 작품은 여러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데 작품 속에서 이런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어떻게 균형 있게 배치하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은 아주 간단히 말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도 소설이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장치 중 하나인 이유는 보통 거짓말은 금기시되지만 거짓말을 해야만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을 소설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래 추구하는 것은 약자의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지킬 힘이 없는 진실은 보통 강자에 의해 묻히거나 사라집니다. 그래서 기록된 사실과 나열된 사실 속의 내재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을 제 소설의 한 영역으로 생각하고 그런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진실이 존재하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체성이 희미합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중심이 되는 관이 없습니다. 이것을 찾아내는 것이 제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중점을 맞춰 소설을 씁니다. 소설에서 약간의 허구는 수단일 뿐 제가 다루는 것은 ‘진짜 진실’입니다.

 

Q6. 사회적정치적 사건들을 소설의 주요 소재로 많이 다루시는 이유와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다루는 것이 주로 묵직하고 무거운 주제입니다. 이를 독자들이 잘 받아들이게끔 하기 위해서 추리 기법과 살인사건을 사용하고 살을 얹습니다, 그러나 내면의 진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경제△안보△역사△외교 등의 분야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힘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찾아가는 것입니다.

 

Q7. 독자로부터 받은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평생 책을 본 적이 없는데 작가님 덕분에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와 ‘애국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도소 내 베스트셀러(Best Seller)가 제 책들인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접시꽃 당신‘이란 시를 쓰신 도종환 전 문화부장관님이 제게 하는 이야기가 “교도소에서 변하지 않고 인기 있는 두 작가가 있는데 저와 당신입니다”고 하시더군요.

 

Q8.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문학의 시간과 공간을 훑어보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문학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선한 의미를 확장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문학 또한 우리 존재와 역사를 선한 쪽으로 규정하고 그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Q9. 향후 출간 계획이나 문학 활동에서 기대하고 있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고구려’ 10권을 목표로 쓰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부상이 우리나라 운명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고 현재 중국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견제하고자 하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존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을 때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난 과학 기술이고 또 하나는 정신력이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신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믿고 의지할 만한 가치관이 부족하고 심지어 중국의 흡수까지 염려할 정도로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정신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소설을 선택했습니다. 소설을 통해 국민들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고 고국과 민족의 위대한 혼과 떨림을 가질 수 있어야 하죠. 우리나라 국민들은 삼국지의 작은 인물은 다 알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선 잘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구려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는 ‘고구려’를 삼국지보다 재밌게 쓰는 것입니다. 한민족을 뭉치게 하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현재 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작가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소질△자질△천재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느냐’입니다. 이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죠. 프로 세계에선 자질과 소질이 아닌 ‘누가 더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자면 일단 성실해야 합니다. 자신의 목표 방향을 가지고 그냥 하루하루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것이죠. 성실함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를 지망하는 후배뿐 아니라 우리학교 후배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

김민서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