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땅, 드러나는 도시의 민낯

등록일 2025년05월21일 23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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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중이던 30대 남성이 지반 붕괴로 인한 추락 사고에 휘말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싱크홀(SinkHole)’ 사고다. 해당 사고는 도심의 지하 설계 및 관리의 취약점과 그로 인한 도시 환경에서의 안전 문제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도심 속 싱크홀 발생 현황△도심 속 싱크홀 원인△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도심 속 싱크홀 발생 현황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중이던 30대 남성이 지반 붕괴로 인해 추락하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싱크홀은 △가로 20m△깊이 30m△세로 20m에 이르는 대형의 공동(空洞)이었으며 수색에 투입된 소방 당국은 “쏟아진 토사와 얽힌 공사 장비로 인해 수색이 매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지반 침하를 넘어 도심 지역의 지반 관리 체계 전반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오토바이로 배달하거나 차량을 운전해 생계를 이어가는 시민들에게 싱크홀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복병이다. 지난 3월 27일 이코노미뉴스(EconomyNews)와의 인터뷰에서 한 배달 기사는 “도로 위에서 10시간 이상 보내는 배달 기사에게 싱크홀 사고는 재앙이나 다름없다”며 “사고 전에 징조가 있었단 이야기도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는데 이런 위험 지역을 사전에 경고해 주는 체계가 조속히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연평균 400건이 넘는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국토안전관리원이 제출한 ‘최근 5년간 싱크홀 발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957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경기도(197건)△광주(122건)△부산(85건)△서울(81건)△전북(70건)△강원(68건)△대전(66건) 순으로 싱크홀이 많이 발생했다. 주요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446건)△다짐 불량(171건)△굴착공사 부실(82건)△기타 매설물 손상(64건)△상수관 손상(39건)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제2차 국가 지하 안전 관리 기본계획’(2025~2029)을 새로 수립하며 향후 5년간의 지하 안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심 속 싱크홀 원인

앞서 언급한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싱크홀 문제의 발생 원인으론 △하수관 손상(876건△다짐 불량(350건△상수관 손상(263건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의 원인으로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인위적인 지하 환경 변화와 구조적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선 노후 지하 매설물에서 비롯된 토사 유실 문제가 지목된다. △가스관△상하수도관△통신선 등 주요 도시 기반 시설은 대부분 20년 이상 된 경우가 많고 일부는 50년이 넘은 곳도 있다. 이들 관로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누수가 장기간 방치되며 지하 토양을 조금씩 깎아내고 이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이 지반을 지탱하지 못해 붕괴되는 것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1년간 서울에서만 1,100건이 넘는 상수도 누수가 발생했다. 특히 도심지 고밀도 지역에서 발생한 누수의 상당수는 도로 함몰과 연관돼 있었다. 지난 3월 26일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싱크홀 대부분은 지하관로에서 토사가 빨려 나가며 생긴 공간이 위에서 눌리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되는 구조다”며 “하지만 이런 공극(空隙)은 육안으론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전 탐지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후 지하 매설물로 인해 발생한 땅꺼짐 사고의 경우 초기 현장조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싱크홀로 인한 피해를 키우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28일 국토원 관계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노후된 상수관으로 인해 땅꺼짐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초기 현장 조사가 실행되기 전에 현장이 복구되거나 신고가 늦게 접수되는 사례가 많아 조사하기 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원인은 무분별한 지하 개발이다. 특히 대도시에선 △공동구*△대형 상업시설 건설설치△지하철 연장 등으로 지하 공간의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사전 지반 조사 및 지하구조물 간섭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지난 2022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반 정보 통합 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대형 공사장의 42%가 인근 지하 시설물의 위치나 심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난 2023년 3월 26일 이정훈 한국 지반 환경 기술 협회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하 개발을 할 때 반드시 해야 할 지반 정밀 탐사와 GPR** 등이 예산과 시간 문제로 생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특히 민간 시공사들은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후순위로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국 지자체 중 지반 레이더 탐사 장비를 보유하고 정기 운용하는 곳은 30% 미만에 그쳤다.

 

 

◆나아가야 할 방향

국토부는 지난 2014년 서울 송파 석촌 지하차도 지반침하 사고를 계기로 민관 합동 특별팀을 구성해 같은 해 12월 지반침하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싱크홀 관련 특별법’은 지난 2016년 제정돼 2018년부터 시행됐다. 해당 특별법은 지하를 안전하게 개발하고 이용하기 위한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공공의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사후 처리에만 의존했던 싱크홀 사고를 사전에 미리 방지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 2015년 3월 15일 이인환 UGS(UnderGround Safety) 융합연구단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지반 침하가 많이 발생했던 △도로 정보△상하수도 정보△하수관 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DataBase)로 만들 수 있다”며 “이를 분석해 어디가 위험한지 미리 확인하고 실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영국은 싱크홀 사고 예방을 위한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나라 중 하나로 지하 시설물에 대한 관리 강화와 함께 지하 개발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특히 런던(London)과 같은 대도시에선 지하 개발이 급증하면서 지하 공간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스△전력△통신 등의 주요 시설이 상호작용하는 지하 공동구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지반 안정성을 필수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지하 개발 시 반드시 사전 지반 안정성 분석을 요구하며 공사 전 해당 지역의 지하 시설물의 위치와 심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단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반 안정성을 평가하는 정밀 탐사가 필수적으로 이뤄지며 모든 대형 공사는 이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영국 정부는 지하공간 안전을 위한 법적 의무를 명문화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 원인 분석과 책임 소재 파악을 철저히 진행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관리 소홀과 투자 지연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더불어 구조적 원인에 맞춘 사전 예방과 체계적 관리가 선행돼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예방 가능한 도시 재난으로서의 싱크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기술적 대응과 함께 시민 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안전망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더 안전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공동구: △가스△전력△통신 등 지하 공동관로

**GPR(Ground Penetrating Radar): 지하 구조물이나 지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술로 싱크홀 발생 원인을 탐지하고 분석하는 데 활용돼 고주파 전자파를 이용해 지하에 있는 물체나 공극을 감지하는 방법

 

 

정소희 기자 09sohe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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