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간

등록일 2025년06월04일 15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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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달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누군가에겐 자신의 일자리를 가져갈지도 모른단 공포심을 누군가에겐 자동화된 사회에 대한 희망감을 심어준다. 이렇듯 각자가 지닌 감정의 색깔은 다르지만 인공지능이란 변수의 개입으로 인류의 미래가 크게 변화했음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미래의 인류가 인공지능 앞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단순 노동으로 치부되던 많은 절차들이 간소화될 것임은 틀림없다. 항상 경제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진화해온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여기서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린 어떤 인류로 진화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오늘날의 눈부신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된 암기력과 연산능력은 더 이상 인류의 전유물(專有物)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연산 속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명령어 몇 개로 상황에 맞는 수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명의 똑똑한 인간이 모든 법조문을 암기하기 위해선 수십 년이 걸리지만 인공지능은 암기라는 개념조차 무색하게 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법조문을 알려준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인공지능과 구별될 수 있는 고유한 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능력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은 사유(思惟)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물을 보고 다른 개념을 떠올리는 능력이야말로 감히 인공지능이 앗아갈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권능이기 때문이다. 우린 나비를 보고 꽃을 떠올릴 수 있으며 따뜻함을 피부로 느낄 때 봄을 생각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도 은유적 표현을 할 수 있다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사고 결과를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단지 수많은 데이터의 집합으로 그럴싸한 결괏값을 보여주는 눈속임을 할 뿐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 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인간 역시 이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했을 뿐 태생적으로 이런 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즉 부단한 노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자극에 노출되지 마라. 자신의 뇌가 생각할 수 있는 원천을 끊임없이 제공해라. 책도 좋고 길가에 핀 꽃도 좋다. 반복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사유하는 인간은 분명 인공지능이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다음으론 ‘많이 경험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글이고 더 나아가야 이미지이다. 그마저도 인공지능이란 주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쓴 내용을 모아 자연스럽게 편집한 것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은 분명 ‘사랑’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과 연인으로서 주고받는 사랑의 감정을 구분하진 못한다.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해본 자가 쓴 글과 그렇지 못한 자가 쓴 글은 분명 그 맥락을 달리한다. 이 두 가지 능력을 갖춘다면 우리는 인류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인공지능과 충분히 차별화된 존재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그린 미래에는 분명 인공지능이 포함되어있다. 증기기관이 그것이 지닌 편리함을 앞세워 인류를 산업혁명으로 이끌었듯이 인공지능만이 지닌 장점은 분명 우리를 또 다른 차원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미래에서도 인류가 남아있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도 그에 맞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될 것이다. 

 

 

이승원(외대학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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