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총장 선거의 마무리, 선거 과정을 돌아보며

등록일 2025년12월03일 14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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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우리학교 제13대 총장 선거에서 강기훈 후보가 당선됐다. 새로운 총장의 취임으로 향후 학교의 운영 방향과 중장기적 비전이 재정립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총장 선거의 준비부터 실행까지 언급된 여러 문제도 함께 주목해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은 향후 우리학교의 의사결정 구조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제13대 총장후보선거 과정△이번 총장 선거의 아쉬운 점△앞으로의 총장 선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제13대 총장후보선거 과정 

이번 제13대 총장후보선거에선 총 9명의 후보자가 출마했고 네 차례의 공개토론회가 진행됐다. 제1차 공개토론회는 지난 10월 27일 ‘총장 후보자의 대학 운영 철학과 리더십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2차 공개토론회는 지난달 3일 ‘대학 경영 및 거버넌스(송도캠퍼스 운영방안 및 법인과의 관계 등)’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3차 공개토론회는 지난달 10일 ‘△교수(연구 및 처우 등)△직원(행정 및 복지 등)△학생(교육 및 복지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4차 공개토론회는 지난달 26일 1차 투표에서 상위 4위를 차지한 △기호 1번 장지호 교수△기호 2번 윤성우 교수△기호 3번 최승필 교수△기호 6번 강기훈 교수로 후보를 대상으로 자유 주제로 진행됐다.

 

양 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측은 총장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노력을 보였다. 지난 9월 22일엔 ‘꼬.꼬.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총장 선거 이야기’ 강연을 기획해 지난 총장 선거 과정을 알아보며 학생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지난 9월 29일엔 제13대 총장 선거가 있는 해를 맞아 ‘총장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제13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과거를 돌아보다’와 ‘총학생회장이 낋여주는 총장 선거 A to Z’와 같이 선거 정보 및 선거에 대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들을 제작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지난달 20일엔 전체학생총회를 소집해 △제13대 총장 후보 선거 일정 및 선거 대응 현황 보고△제13대 총장 후보 선거에 대한 일만외대 학생 요구안 결의의 건△학교법인 정상화를 위한 대 법인 애국외대 일만외대 결의문 채택의 건에 대해 보고 및 결의하고자 했다.

 

제13대 총장후보선거의 1차 투표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7시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득표율 10% 이상을 기록해 2차 투표에 진출한 후보는 △기호 1번 장지호 교수(13.8%)△기호 2번 윤성우 교수(19.1%)△기호 3번 최승필 교수(11.7%)△기호 6번 강기훈 교수(28.5%)였다. 2차 투표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다수 득표자 2인인 기호 2번 윤성우 후보(23.8%)와 기호 6번 강기훈 후보(46.0%)가 마지막 3차 투표에 진출했다. 마지막 3차 투표는 지난달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기호 6번 강기훈 교수가 71.3%를 득표하여 우리학교 제13대 총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총장 선거의 아쉬운 점

이번 총장선거에서 드러난 아쉬움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소극적인 학생 참여가 문제로 지적됐으며 이 과정에서 전체학생총회의 운영상 문제도 지적됐다. 1차 선거에선 투표율 60.36%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체별 투표율을 따져볼 때 △교원 97.22%△직원 96.71%△학생 58.67%로 나타났다. 2차 선거에선 투표율 55.7%에 주체별 투표율은 △교원 98.4%△직원 96.7%△학생 55.7%로 나타났다. 3차 선거에선 투표율 59.8%에 주체별 투표율은 △교원 94.9%△직원 97.5%△학생 58.2%로 나타나 전반적인 학생들의 투표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선거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투표율뿐 아니라 지난달 개최된 전체학생총회의 성사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각 캠퍼스 별로 안건을 양캠이 통일한 채 진행한 전체학생총회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총학에선 의결정족수 미달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은 지난달 20일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설캠 총학 역시 의결정족수 충족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오후 5시에 시작된 전체학생총회는 반복적인 정족수 미충족 상황이 이어지며 약 3시간이 지난 오후 8시에 이르러서야 성사됐다. 이에 추운 날씨에 장시간 대기해야 했단 점에서 학생들은 적잖은 불만을 표출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홍보가 이뤄지긴 했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학생들이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오래 대기해야 했다”며 “이에 비춰 볼 때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이번과 같은 ‘지연 성사’의 선례가 생기면 이후 비슷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다시 소집해야 할 때 처음부터 참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앞으로 전체학생총회 성사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체학생총회가 늦게 성사된 배경에 대해 나민석(사회정외 22) 설캠 총학회장(이하 나 회장)은 학생사회가 ‘모이는 경험’을 상실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전체학생총회가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나 회장은 “모이는 연습이 돼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 총학 집행위원회가 각 단과대 회의에 참여하며 학생들을 설득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전체학생총회에 먼저 참석한 학생들이 주변 학생들을 데려온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단수추천제와 복수추천제에 대한 법인 이사회와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 또한 존재했다. 기존 총장 선거는 복수추천제도를 통해 1위와 2위 후보 모두를 법인 이사회에 추천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단수추천제로 변경됐다. 단수추천제는 구성원의 민의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한단 취지로 1위 후보만 법인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법인 이사회는 복수추천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 회장은 “선거에서 1위가 해당 직을 맡는 것은 당연한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에 장단점을 논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단수추천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선거판이 흔들린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나 회장은 구성원에겐 실질적 이익이 크지 않단 점도 강조했다. 대학의 3주체인 △교수△교직원△학생 역시 이번 논란에서 단수추천제에 대한 선호를 드러냈다. B 씨는 “복수추천제로 진행돼 학교 구성원으로부터의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임명되면 선거의 의미가 무엇이냐”며 “민주 절차를 유지하기 위해 단수추천이 맞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우리학교 교수 C 씨는 “복수추천제는 재단이 최종 권한을 행사해 마음대로 결정할 여지가 있어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선거방식에 대한 법인 이사회와의 갈등도 이번 총장선거의 아쉬움으로 제기됐다. 우리학교는 지난 1993년부터 교수직선제를 이어오다 지난 2021년부터는 학생과 교직원에게도 총장 선출 투표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우리학교 총장 법인이 지난해 6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직선제 변경 방법을 검토하며 논란이 발생했다. 대학의 3주체인 △교수△교직원△학생 역시 법인이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학생 E 씨는 “학교의 향후 4년을 책임질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견해를 전했다. 교수 D 씨는 “오늘날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가 다양한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간선제화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총장 선거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앞으로의 총장 선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학생 참여와 법인과의 관계 두 가지 측면에서 제시할 수 있다. 학생 참여는 투표율로 직결된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선 학생들이 선거 과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는 전체학생총회였으나 운영상 문제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또 이번 전체학생총회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시설인 오바마홀 대신 야외에서 진행돼 많은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나 회장은 “전학생들이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적 공간인 본관이 보이는 잔디광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참석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도적 장치 개선을 강조했다. 나 회장은 “서울시립대처럼 ‘서면 동의서’를 도입해 안건 설명과 표결을 서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 일부 학생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재적 성원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보 방식에 대해선 “축제나 경품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싶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순수한 의지로 참여하는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법인과의 관계의 경우 단수 및 복수추천제와 직선제 및 간선제 두 가지로 나눠 법인과 조율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단수 및 복수추천제의 경우 “단수 및 복수추천제 갈등과 관련해 총학이 바라는 대안이 있는가?”란 질문에 나 회장은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므로 우선 이번 선거는 지금 방식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선거가 마무리된 후 3주체와 법인 간의 논의 여부를 포함해 천천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방식 논란에 대해선 나 회장은 “우리학교의 총장 선출 구조가 학교의 고유한 역사적 맥락 위에서 형성된 것으로 단순히 사립학교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수성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이 주장한 간선제는 구성원이 참여하는 간선제가 아닌 사실상 법인이 직접 총장을 뽑는 방식이므로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민주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직선제 유지가 필요함을 상기시켰다.

 

앞으로의 총장 선거는 사립대학의 특성뿐 아니라 우리학교의 역사적 맥락과 고유한 특수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며 동시에 민주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학의 3주체와 법인이 함께 총장을 선출하는 만큼 특정 구성원이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현재 선거 제도의 빈틈을 정비하고 개인 간의 감정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총장은 학교의 향후 4년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안건을 제시할 땐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논의하고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총장선거는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절차△제도△학생 참여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연 기자 11ju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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