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죽음의 순간엔 지나온 삶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일컫는다. 그리고 그것을 주마등이라고 부른다. 만약 이 주마등을 내 마음대로 편집하고 보정해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박문영 작가의 소설 ‘주마등 임종 연구소’는 이러한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이 소설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원하는 마지막 기억을 영상으로 제작해 주는 연구소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후 준비에서 나아가 사후 준비까지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시대에 다다른 것이다. 특이한 점은 지원자가 선택한 단속 구간들을 더 생생하게 확장할 수 있단 점이다. 복원도 가능하며 전문 인력과 첨단 장비를 통해 상담이나 시뮬레이션으로 회상을 돕는 등 철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종을 맞이할 때 다시 행복했던 순간에 존재하기 위해 그 순간을 찾는 기간 동안 해당 연구소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사후 장례 처리도 맡길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만 보이는 연구소의 사업에서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부작용은 미미하다던 광고와 다르게 지원자 한 명이 임종 체험 과정 중 발작을 일으키고 깨어난 후에도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직원 천미조는 해당 사건을 더 알아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명 소장은 조용히 덮는 것이 최선임을 주장하며 갈등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안락사가 안고 있는 뜨거운 감자의 연장선을 공상 과학으로 풀어내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죽음이란 개념은 찬성과 반대 측 모두 인간의 존엄성이란 근거를 들어 주장할 수 있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찬성 측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자기 결정권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 가치이므로 생명을 쉽게 포기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반박한다. 주마등 임종 연구소는 가장 두려운 죽음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치환하는 생각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지운 안락사를 보여준다.
안락사의 윤리적 논쟁을 넘어 이 소설이 보여주는 임종의 기록 또한 흥미롭다. 지난해 국제도서 칼럼에 투고했던 ‘장미 박람회’는 한 열정적인 방송 감독이 사연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다큐멘터리로 담으며 인간이 죽음 앞에서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를 낱낱이 밝혔다. 주마등 임종 연구소 역시 복수를 하며 혼란과 고통의 감정 속에서 죽음을 맞는 지원자가 있는 것처럼 인간은 숨이 멎기 직전까지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눈을 감는다.
소설에선 다음과 같은 주요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을 수 있다면 역으로 그 순간에서 삶을 살아가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이냐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향후 나의 주마등은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찰해 보는 건 어떨까.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