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유학생은 재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일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이 매일 사용하는 △우리대학 공식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종합정보시스템(이하 종정시)△카카오톡 알림톡△HelloLMS 등의 핵심 디지털 플랫폼 대부분에서 외국어 지원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대학보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 유학생 중 60%가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성적△수강신청△장학금과 같은 중요한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되거나 놓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5개 외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어 대학’의 디지털 환경이 정작 유학생에게는 닫혀 있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서 △디지털 플랫폼 언어 지원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디지털 플랫폼 언어 지원 현황
현재 우리대학 유학생들이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시스템 중 대부분이 한국어로만 제공된다. 외대학보가 우리대학의 주요 디지털 시스템을 직접 점검해 본 결과 유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핵심 플랫폼 전반에서 영어 지원이 되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대학에서는 △한국외대 앱△한국외대 ID△HelloLMS 앱과 더불어 주요 공지 서비스인 카카오톡 알림톡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우리대학 공식 모바일 앱인 한국외대 앱의 경우 앱 설정을 영어로 바꾸고 접속하면 각 카테고리 명만 영어로 제공되며 △공지사항△메시지△학식메뉴 등 접속 시 ‘This service is displayed in Korean only(이 서비스는 한국어로만 제공됩니다)’라는 안내창이 뜨고 한국어로 표시된다. 또한 학생증 디지털화 앱인 한국외대 ID는 다국어 기능 없이 한국어 인터페이스만을 지원한다. 우리대학 학사 운영의 핵심 플랫폼인 HelloLMS 앱도 마찬가지다. 특히 HelloLMS 앱에서 강의계획서와 강의 공지사항에 대한 자동 번역 기능조차 지원되지 않아 한국어로만 게시되고 있다. 더불어 학사 공지 사항도 외국어 지원을 하지 않아 유학생들이 수강 신청 안내나 성적 처리 일정 같은 행정 공지를 파악하는 데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우리대학 유학생 A 씨는 “LMS에 올라온 공지 내용은 간단한 내용이 아니면 따로 번역기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에 검색해 봐야 이해할 수 있어서 불편하다”라며 “시험이나 성적 평가 방식 같은 중요한 것들은 한국인 친구한테 한 번 더 확인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장학금 공지△주요 진로 행사△특강 일정 등 다양한 공지를 전달하는 우리대학 카카오톡 알림톡도 한국어로만 발송되고 있어 많은 유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대학에서 운영하는 각종 온라인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대학 공식 홈페이지에는 언어 전환 버튼이 있지만 이를 누르면 ‘This provides an unofficial translation by the Google translate. For more information, mail to univ_info@hufs.ac.kr(이는 Google 번역을 통한 비공식 번역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univ_info@hufs.ac.kr로 문의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뜬다. 해당 안내에 적혀있는 메일 주소는 우리대학 정보전략팀의 메일로 정보전략팀에 문의해본 결과 실제로 해당 메일로 연락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학교 차원의 검수를 거친 공식 번역이 아닌 구글에서 제공하는 자동 번역 기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대학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사항의 한국어 원문과 영어 번역본을 비교했을 때 어색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으로 번역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재수강 과목 연결 일정 공고’라는 제목은 ‘Announcement of retake subject connection schedule’로 번역돼 있는데 이는 ‘과목 연결’을 ‘subject connection’으로 직역한 것이다. 이는 원문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표현으로 ‘Announcement of Schedule for Linking Retaken Course Records’가 더 적절한 번역이다. 더욱이 홈페이지에 수시로 게시되는 팝업 공지와 배너는 자동 번역 대상조차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유학생은 팝업의 내용 자체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실제로 우리대학 유학생 B 씨는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뜨는 팝업은 텍스트만 따로 복사해서 검색하지도 못하고 직접 번역하기도 힘들어서 꼼꼼히 보지 않았다가 강의평가 기간을 놓쳐서 성적 열람에 지장이 생긴 적이 있다”라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도서관 홈페이지 역시 팝업 공지와 배너 홍보물이 한국어로만 운영되고 있어 대출 기한 연장이나 열람실 운영 변경과 같은 주요 정보들이 유학생들에게는 제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 교환학생 C 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열람실 운영 시간이 바뀌어서 헛걸음한 적이 있다”라며 “한국인 친구에게 말했더니 도서관 홈페이지 팝업에 공지가 돼 있었다고 해서 그 후로는 도서관 홈페이지 팝업도 따로 사진을 찍어 번역기를 사용해 번역하고 있다”라고 불편했던 경험을 전했다. C 씨는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모국어라서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못 쓰겠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불편하고 서럽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우리대학 대부분의 행정 처리를 담당하는 종정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이트 내 메뉴 이름까지는 영어 지원이 되지만 정작 중요한 세부 내용은 한국어로만 지원되고 있다.
단과대학 및 학과별 강의 수강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제공하는 수강편람 또한 외국어 지원을 하지 않는다. 우리대학은 e-book 자료 홍보관에 매 학기 △신입생△재학생△편입생 대상 수강편람을 PDF 형식으로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어 지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150페이지에 달하는 수강편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우리대학 유학생 D 씨는 “수강편람에 어떤 강의를 언제 들어야 하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는 건 맞지만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 입장에서 수강편람을 직접 다 읽어보고 내게 해당하는 강의 목록을 찾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며 “결국 혼자서 수강편람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다른 유학생들에게 물어봤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언어 미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대학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국어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대학보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조사해 본 결과 이들 대학은 모두 한국어와 별개로 영어로 된 공식 홈페이지를 함께 운영 중이다. 영어 홈페이지에서도 △공지△입학 정보△학사 정보가 동일하게 업데이트되며 팝업과 배너도 영문화했다. 더 나아가 △건국대학교△국민대학교△세종대학교△중앙대학교의 경우 중국어를 포함해 3개 국어로 분리된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따라서 우리대학도 영어 홈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하고 △배너△주요 공지△팝업을 영문으로 동시 게시하는 운영 체계를 갖춰 볼 수 있다. 정식 영어 홈페이지를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면 우선 팝업 공지와 주요 배너만이라도 영문 병기를 의무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는 공식 홈페이지와 앱에서 영어를 지원해 유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E 씨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언어 때문에 불편했던 적은 딱히 없었다”라고 밝혔다. 학과 홈페이지 차원에서는 자동 번역 기능을 도입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학과 홈페이지에 한해선 자동 번역 기능을 도입해 일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대학 경영학부는 영어와 중국어 구글 자동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더불어 우리대학에서 운영하는 앱에도 영어 병기를 도입해 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대학원 과정의 공식 행정 언어를 영어로 지정하고 학사 관련 공지를 영어로 우선 발송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우리대학 또한 강의계획서나 수업 공지는 담당 교수의 재량이기에 제외하더라도 △성적 처리△수강신청△휴복학 안내 등 대학 차원의 학사 행정 공지는 영어 병기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해 볼 수 있다. 카카오톡 알림톡 역시 본문 하단에 동일한 내용을 영어로 추가한다면 유학생의 정보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때 전문 번역 인력이 없더라도 인공지능 번역 도구를 활용해 초안을 작성하고 담당자가 간단히 검수하는 방식으로 운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아가 단과대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과거 제39대 영어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자치번역위원회를 결성해 주요 공지와 수강편람을 영어로 번역해 배부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사업을 시행한 비대위원장 신유정 씨는 “단과대학 내에서 지원자를 받아 자치번역위원회를 꾸렸고 기존에 한국어로만 제공되던 수강편람을 영문으로 번역했다”라고 전했다.
재학생의 약 20%를 차지하는 유학생 비율은 우리대학 디지털 시스템의 다국어 지원 투자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45개 외국어를 교육하는 대학이 정작 유학생에게 영어 공지 하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현실은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대학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다. 단기적인 해결책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차원의 변화를 바탕으로 장기적 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서울소재 16개 대학 : △건국대학교△경희대학교△고려대학교△국민대학교△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성균관대학교△세종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연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홍익대학교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