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길을 디자인한 신건국 패션 사업가를 만나다

등록일 2021년04월03일 17시1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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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국(동양학·중어 98) 씨는 의류업계 퇴사 후 패션 브랜드 ‘ESNC’(이하 에센크)를 런칭했다. 에센크 런칭 후엔 △가죽공방 운영△강연△창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패션 아이템과 브랜드 제작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패션 사업가의 길을 걷는 그의 삶을 따라가 보자.

Q1. 우리학교 중국어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줄곧 해외에 나가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대학생이 해외로 나가는 일이 드물었어요. 그래서 해외 취업이 가능한 중국어과에 지원했습니다.


Q1-2. 대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제 미래와 삶에 대한 고민을 자주 했습니다. 고민을 하던 시기에 사기업 주최 공모전과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 중소기업을 탐방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차원에서 기업의 개선점을 찾는 공모전에 참가한 것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Q2. 중국어과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패션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패션기업 ‘신원’이 제 회사 지원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그 기준은 △주말에 쉴 수 있는가△회사에 해외 관련된 업무가 있는가△회식 강요가 없는가 였어요.
신원은 국내엔 패션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유통도 하고 있습니다. 입사해 처음으로 발령받은 국내 브랜드 관리 부서가 적성에 맞지 않아 핸드백 생산 부서로 옮기게 됐어요. 마침 핸드백 생산 부서에 상품 생산의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중국어 능통자가 필요했거든요. 부서 이동 후 자연스레 핸드백 생산 과정을 알게 됐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개인 사업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업을 하게 되면 저만의 색깔이 필요 할 것 같아 틈틈이 생산 과정을 공부했어요.


Q3. 에센크 런칭 배경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6년간 중국 주재원으로 생활하며 저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창업의 방향을 고민하던 당시 중국엔 제조 공장이 사라지고 소비재 산업이 들어오는 추세였어요. 주변에 공장을 운영하는 분들도 더 이상 제조업만으로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죠. 이에 전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 한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신원의 생산 부서에서 배운 것을 이용해 공방운영에 관한 계획을 세웠어요. 퇴사 3년 전부터 철저히 준비해 퇴사 후 1년 뒤 에센크를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Q3-1. 우리학교 중국어과에서 배운 것이 패션사업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중국 파트너와 함께 일할 때 중국어를 전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생산에 필요한 질 좋고 저렴한 원자재 대부분이 중국에 있기에 현지 파트너와 일할 때가 많아요. 제가 하는 사업은 중국을 거치지 않곤 진행 할 수 없어요.

Q3-2. 런칭과정에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요?

창업 및 운영 자본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균형 잡힌 판매와 운영은 성공적인 사업의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판매와 운영엔 자본이 필요하죠. 공방을 시작한 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예요. 예를 들어 한 종류의 가방 제작엔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의 비용이 들어요. 그러나 디자인 샘플을 담당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공방에서 만들게 된다면 비용을 아낄 수 있죠. 현재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중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소량의 원료를 투자받아 샘플 제작비용을 아끼고 있어요. 그렇게 4년이 지나자 브랜드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운영에 제일 중요한건 투자할 자본과 보유한 자본의 적절한 조율이란 걸 알게 됐죠.


Q4. 강연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퇴사 전 샘플 제작 연습을 위해 연 작은 공방을 보고 수업 문의가 들어왔어요. 망설였지만 브랜드 운영을 위한 자금도 필요했고 알고 있는 지식을 적용해보고자 싶어 강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른 공방 강연과 차이를 두려고 실제 브랜드 운영에 사용된 자료를 기반으로 강연을 하고 있어요.


Q5. 패션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실용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에센크도 실용적인 디자인과 좋은 소재를 강점으로 둔 우수한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Q6. 앞으로 이루고 싶은 사업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중국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10%를 중국 온라인상에서 판매했어요. 판매 일주일 만에 모든 제품이 품절됐는데 그때의 성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 운영하고 있는 카페 ‘마로네’처럼 중국에서도 카페 속 공방을 운영해 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중국에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론 저와 같은 목표를 지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많은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Q6-1.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게으른 자 궁핍이 도적같이 찾아온다’란 문구가 제 가치관입니다. 직장인이 되고 여러 번 힘든 일을 겪었어요. 외환위기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됐고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성경에서 이 문구를 봤고 이후 기독교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매사 성실히 임하고 있어요. 인생에서 힘든 고비를 만날 때 마다 흔들렸는데 저만의 기준을 확립하고 나니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Q7. 창업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많이 놀아 봤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최선을 다해 찾길 바라요.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는 취미를 찾게 된다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또한 창업과정에서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땐 도움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그만큼 다시 베풀면 되거든요.


박채빈 기자 02chaeb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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