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장단 선거본부 ‘외대에게’(이하 외대에게)가 입후보했다. 재선거로 새로운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탄생할 거란 기대 속에 이번 달 2일 총학생회장단 후보자 공청회가 열렸다. 한편 지난해 양캠퍼스 단과대학(이하 양캠 단대) 중 학생회를 선출한 단대는 20곳 중 총 8곳으로 나머지는 재선거를 치르거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외대에게 공약을 분석해보고 양캠 단대 학생회 선출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
◆ 외대에게 공약 심층 분석
외대에게가 내놓은 공약은 크게 프로젝트형과 카테고리형으로 나뉜다. 프로젝트형 공약은 총 세 가지로 △총.력.전: 총장 후보 역량 전격 평가△등.교.생: 등록금과 교육권 운동하는 대학생△대.자.보: 대학생 자치권 보장이 있다. 카테고리형 공약은 △교육△문화△소통△생활·복지△인권△자치 등 6개의 범주 아래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 학생의 총장 선출 권한을 명시한 총장 후보 선출 규정 개정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외대에게는 이번 해 총장 선거에서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은 어렵지만 한정된 범위에서 최대한 학생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원(영어·ELLT 18) 외대에게 총학생회장 후보자(이하 이 후보)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가와 국회에서 총장 선출 선거에 대한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대학 평가 지표에 넣잔 의견이 일고 있다”며 “교수 측에서도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총장 후보자의 ‘학생 정책 중심 토론회’와 ‘공개 질의 프로그램’을 공약으로 세웠다. 학생 정책 중심 토론회에선 장학 제도와 같이 학생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중심으로 다뤄 총장 후보자가 얼마나 학생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이어 외대에게는 고등교육법 제11조 3항을 근거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외부전문가 위촉위원회 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우리학교 등심위는 학생에게 불리한 구조다. 현재 등심위는 △학교위원 4명△학생위원 4명△외부전문가 1명으로 구성되지만 외부전문가를 총장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등록금 운동 관련 공약에 대학 수입 재원 다양화를 포함했다. 현재 우리학교 재정 수입은 등록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법인의 법정부담금 납부가 적어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 수입 다양화는 경쟁력 있는 수익 사업을 촉구하고 대학별 법정부담금 납부 비율을 제시해 법인의 책임을 묻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해 2월 발생한 김나현(서양어·프랑스 15)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김 회장) 대표성 부정 사건을 계기로 외대에게는 학칙 전면 재개정 및 학칙 개정 과정에 학생 참여를 공약으로 세웠다. 김 회장의 대표성을 부정한 학칙이 1974년 제정됐단 점을 들며 우리학교 설캠 총학생회 ‘새벽으로부터’는 이를 알리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 이에 학교 측은 총학생회에게 대자보를 철거해달란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외대에게는 이를 학생 자치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이외에도 카테고리형 공약엔 △수요에 맞는 강의 인원수 확충△원격수업관리 위원회 발족△인권·여성학 등 교양 과목 개설△인권주간 ‘가시화 프로젝트’ 시행 등이 있다. 우리학교는 매 수강신청 기간마다 인원 제한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외대에게는 각 과별 전공필수 과목에 대한 수요를 전수조사하고 수요가 많은 과목 중 일부는 이클래스(e-class)를 통해 온라인 강의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비할 예정이다. 또한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번갈아 하는 미러링 제도에서 수업의 질 차이나 이클래스 서버 불안정 문제 등 열악한 환경이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이에 원격수업관리 위원회를 발족해 관련 문제점을 다루기로 약속했다. 한편 인권·여성학 등 교양 과목은 사회적 제도나 문화를 공부하고 어떻게 또 다른 소수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담론의 장 형성을 목표로 한다. 가시화 프로젝트는 소수자 인권에 대한 영상 사업이나 참여형 토크쇼 등의 다층적인 인권 프로그램이다. △노동자△성소수자△여성△장애인△채식주의자 등 다양한 계층의 소수자 이야기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이들의 문제를 학생 사회에 환기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기타 카테고리형 공약은 다음의 표와 같다.
◆ 양캠퍼스 단과대학 학생회 선출 현황
지난해 우리학교 단대 학생회 선출 투표는 설캠 △국제학부△사회과학대학△중국학대학과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공과대학△동유럽대학△바이오메디컬공학부△자연과학대학에서 이뤄졌다. 그중 실제 학생회가 선출된 곳은 △국제학부△바이오메디컬공학부△사회과학대학△자연과학대학△중국학대학뿐이다. 나머지 단대는 모두 입후보자의 부재로 재선거가 치러졌거나 예정 중이다.
설캠 단대 학생회의 경우 학생회 선거에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무산되면 보통 재선거 전까지 기존의 학생회장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비대위 체제로 운영한다. 현재 재선거를 통해 학생회를 선출한 단대는 △사범대학△상경대학△일본학대학으로 세 곳이다. 재선거에서도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된 곳은 △서양어대학△아시아언어문화대학△LT학부다. 세 단대는 이번 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경영대학△영어대학△LD학부는 모두 각각 한 팀의 재선거 후보자가 등록을 완료한 상황이다. 이번 달 중순 치러지는 온라인 선거를 통해 재선거 투표자 수가 정족수를 넘기고 찬성표가 과반수 이상 되면 새로운 학생회가 탄생한다.
글캠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글캠 단대 중 △경상대학△국제지역대학△인문대학△통번역대학이 후보자 미등록으로 인해 학생회장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위 단대는 현재 별도의 재선거 없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재선거는 후보자가 나오고 유효투표율에 미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에만 열린단 세칙이 있기 때문이다.
공과대학과 동유럽대학은 지난해 투표를 통해 학생회장을 선출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단대 모두 당선인이 징계를 받거나 사퇴해 학생회장 자리가 궐위된 상태다. 공과대학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위원회에서 진행했던 회계 감사 결과에 따라 당선인을 포함한 당선인 학과 학생회 관련 인물이 정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으며 당선인 자격이 취소돼 학생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공과대학은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이며 추후 재선거는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동유럽대학의 경우 지난 1월 당선인이 개인 SNS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자와 접촉한 모습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에 지난 2월 1일 사퇴해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으며 현재 보궐선거를 논의 중이다.
◆ 새로운 학생회와 비대위 체제에 대한 반응
학생회와 비대위는 큰 차이를 지닌다. 학생회장은 학내 구성원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학생 대표 권한을 위임했기에 대표성이 확보된다. 하지만 비대위장은 비대위 설립위원회에서 중앙집행위원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당성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비대위는 학교 측으로부터 대표성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해 실무 과정에서 학생회와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새로운 총학 선출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일고 있다. 민근혜(아시아·인도어 20)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의 목소리를 대표로 전하는 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이번 재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지닌 학생회가 탄생하고 학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우리학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총학생회장 후보의 영어대학 학생회 선거 관련 논란과 영어대학 학생회장 시절 진행된 행사의 횡령 의혹이 전해져 우려된다”며 “투표 전 제대로 된 해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이에 이 후보는 후보자 공청회에서 두 건 모두 사실무근이라 주장했다.
비대위 체제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전해진다. 박훈민(통번역·영어 15) 씨는 “우리 단대가 이번 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 조금 아쉽다”며 “비록 학생 전체 투표를 통해 선출되진 않았지만 학내 의견을 잘 반영하는 비대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