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속 성소수자 인권, 무지개는 언제 뜨나

등록일 2021년05월08일 16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근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낸 변희수 전 하사(이하 변 전 하사)와 김기홍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의 자살이 차별과 비난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사회 속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학교 내에서도 성소수자는 성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치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우리학교 상황△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나가야 할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

지난달 3일 변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1월 육군본부는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단을 내려 강제 전역을 통보했다. 변 전 하사의 성전환 수술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발언이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변 전 하사는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았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이자 녹색당 비례대표에 출마했던 김기홍 씨 또한 이번 해 2월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91명 중 65.3%가 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성정체성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일상생활 속 공공기관 이용을 포기한 적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19.5%는 선거 투표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 후 법적 성별이 드러나 받는 차별이 두렵다고 전했다. 성소수자인 재학생 A 씨는 “예전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성소수자는 차별과 혐오를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불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추모 논평을 통해 “두 분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다”며 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의 한 클럽에 사회적 관심이 기울였다.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곳이란 것이 일부 언론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언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은 방역에 대한 비판이 아닌 성소수자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클럽 방문자들은 아웃팅*을 당해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바 있다.
대학 사회 내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질타와 차별은 만연하다. 지난해 2월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대) 법학대학에 합격한 성소수자 B 씨는 입학을 포기했다.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B 씨를 두고 이화여자대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의 페미니즘 동아리와 소모임이 공식적으로 트랜스젠더 학생의 입학을 반대한단 서명운동을 받아 숙대 측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거세진 학내의 반대 여론에 B 씨는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


◆ 우리학교 내 성소수자 상황은

우리학교도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공간은 아니다. 동성애자 재학생인 C 씨는 먼저 이성 연애를 전제로 하는 대학문화를 지적했다. C 씨는 “이성애인의 유무를 묻는 물음이 가장 곤란하고 싫었다”고 답하며 아웃팅에 대한 불안감도 토로했다. C 씨는 “아웃팅 후 소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오현정 성소수자 전문 심리상담가는 “우리나라에선 아웃팅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크다”며 이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문화와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사회문화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 또한 성소수자에겐 불편한 점 중 하나다. 그 예로 성별 표시가 없는 성중립 화장실을 들 수 있다. 자신의 겉모습에 신경 써야 하는 일반 화장실과 달리 성중립 화장실에선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41%는 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현재 성중립 화장실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성소수자 인권 모임 ‘외행성’에선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맞서고 자신의 심리적 불안감을 공유할 수 있다. 회원 D 씨는 “아웃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들과 연애에 대해 얘기하면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며 “비슷한 성소수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학교엔 정식 허가를 받은 성소수자 중앙동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동아리 심사 회의에서 동아리 연합회가 명부를 검토할 때 회원의 성정체성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내의 공식적인 활동을 보장받는 것에 있어 중앙동아리가 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실제 외행성은 동아리 홍보를 위해 설캠에 현수막을 걸었지만 수시전형 준비로 철거됐다. 동아리 회원 D 씨는 “철거 이유에 대해 문의했으나 정규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물로 보장받지 못한단 말을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우리학교 설캠 제38대 동아리연합회 ‘동고동락’은 동아리 활동 지원비와 활동 증명서 발급을 위해 회원 명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타 대학 동아리연합회의 사례를 조사해 학교 본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향후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전했다.

◆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은

우리학교에선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에 따라 학내 모든 구성원은 연간 2시간의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영상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인권교육 등을 다룬다. 우리학교는 2019년부터 온라인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성적조회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폭력예방교육엔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캠 성평등센터 교직원 F 씨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서 제작되고 우리학교는 그 영상을 구매해서 사용한다”고 전했다.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성평등센터 교직원 G 씨는 비용문제로 어쩔 수 없이 서울대학교 교육 영상을 사용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해 우리학교와 양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설캠 총학 ‘새벽으로부터’는 “새맞이 인권포럼과 전체 인권 수련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담론의 장을 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려 한다”고 밝혔다. 글캠 총학 ‘온(ON)’은 학교에 지속적으로 통합인권센터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인권연대주간’을 통해 성소수자를 포함한 여러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장을 실현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외행성은 총학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앞으로 펼쳐질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직원 G 씨는 모든 사람은 언제든지 존중받아야 한단 점을 강조하며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이 인권 관련 행사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에선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해 스위스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인종과 종교에 대한 차별 금지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에 공개적으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하거나 차별을 선동하는 행위를 하면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2015년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했다. 2016년 뉴욕시의회는 시내 모든 공중화장실에 성 구분을 없앤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안은 화장실에 성별 구분을 하지 않고 성중립 간판을 의무화하란 내용을 포함한다. 2018년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산하 서머빌 칼리지(Somerville College) 또한 성소수자 단체의 요구를 반영해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또한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단 주장과 대치하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중립 화장실 설치 또한 불법촬영과 성추행 등 성범죄 표적의 우려로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 실제 2016년 강남역 근처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여성 혐오 살인사건이 일어나 성별 개념을 두지 않는 성중립 화장실의 안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선 우리학교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속 차별을 성찰해 볼 때다.

*아웃팅: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강제로 노출시키는 행위



박채빈 기자 02chaebin@hufs.ac.kr

박채빈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