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폐쇄를 앞두고 방사성 오염수(이하 오염수) 방출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정화와 희석 과정을 거쳐 안전하단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 환경단체△우리나라△일본 내부에선 희석 과정을 거쳐도 오염 물질의 총량은 동일하다며 방출에 반발했다. 이런 반대에도 일본 정부는 방출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를 만나 일본 오염수 방출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오염수 처리 방식엔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방출△수증기 방출△지상 저장△지층 주입△지하 매설△해양 방출 등이있습니다. 다양한 오염수 처리 방식 중 환경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무엇인가요?
저장 용기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지상 저장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지상저장 시엔 오염수 저장 용기를 확대할 수 있어요.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엔 약 1,000개의 저장 용기가 있는데 이를 3,000개로 늘리면 대규모 오염수 처리가 가능합니다. 주민이 살지 못하는 구역에 250만 톤 규모의 친환경 저수지를 건설하는 방식도 있죠. 이는 오염수를 희석할 필요 없이 저장할 수 있고 오염수를 △공업용수△농업용수△음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언급한 다른 방식은 일본이 방출하려는 125만 톤 규모 오염수를 처리하기엔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현재로선 막대한 양의 오염수 처리엔지상 저장 방식이 최선이에요.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해양 방출 외 다른 방식을 검토하지 않은 듯합니다.
Q1-1. 일본 정부가 국내외 반대의 목소리에도 해양 방출을 진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염수로 인한 자국 영토 오염을 태평양 공해 오염으로 전가하기 위함이라 봅니다. 일본은 물 부족 국가예요. 일본 정부의 발표처럼 오염수가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하다면 바다에 버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Q2.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농도와 성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오염수에 대해서도 정화 처리를 거쳐 안전하다고 할 뿐 구체적인 성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 거라 예상하나요?
오염수엔 △세슘△스트론튬△요오드△제논△삼중수소△중수소△크립톤△플루토늄 외에도 국내 원전에선 나오지 않는 200가지 이상의 △방사성△독극성△부식성 물질이 많이 들어있을 거라 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선 핵연료와 원자로가 모두 녹고 파손됐기 때문이에요.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악인 단계로 정한 원전 5기에서 10기에 해당하는 7등급 사고입니다.
Q3. 오염수가 바다에 방출될 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오염수 방출은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오염수가 방출되면 △갑각류△어류△해조류 등이 오염수의 세슘과 스트론튬 등에 오염될 수밖에 없어요. 이런 해산물을 먹으면 체내 유전자가 손상 또는 변형되고 백내장과 백혈병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Q4.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식은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입니다. 알프스가 무엇인가요? 타 원전에서 알프스를 사용한 사례가 있나요?
알프스는‘ 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약자로 일본이 자국 기술로 만든 오염수 처리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핵시설 방사성 물질 제거에 사용된 적 있어요. 하지만 100만 톤 이상 규모의 오염수 처리에 사용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Q5. 일본 내부에선 알프스의 정화설비 일부가 최종 허가 없이 작동되거나 방사성 물질이 규제 기준치를 넘은 경우가 있어 시설 관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알프스의 기술적 결함은 없나요?
알프스는 세슘과 스트론튬을 포함해 62가지 방사성 물질 제거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과장치△전기분해△합성수지의 효율성과 신뢰도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어요. 화학적 독극물이자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도 제거한다고 하나 근거자료도 없는 상태입니다. 도쿄전력의 발표에 따르면 알프스의 1차 처리를 거쳤음에도 오염수엔 방사성 물질의 70% 이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Q6. 알프스로 오염수를 처리하더라도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없다고 합니다. 삼중수소가 무엇인가요?
삼중수소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수소의 원자핵은 1개의 양성자로 구성되는데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1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뤄져요. 이때 삼중수소가 물 분자를 만나면 물의 분자 구조인‘ 수소-산소-수소’를‘ 수소-산소-삼중수소’ 또는‘ 삼중수소-산소-삼중수소’로 바꿉니다.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는 방사선을 방출해요. 이때 삼중수소가 대기 중으로 날아가게 되면 해양뿐만 아니라 대기도 오염되는거죠.
Q6-1. 삼중수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불임이나 기형 등 여러 신체 이상이 유발됩니다. 삼중수소 원자핵은 양성자보다 중성자가 많아 불안정해요. 그래서 중성자 1개가 양성자 1개로 바뀌며 전자가 1개 나오는 안정화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때 나온 전자를 β선이라 하는데 β선은 음전하를 띠고 있어 DNA의 이중나선을 끊어버립니다. 이 사슬은 끊어진 다른 사슬과 이어져 유전자 염기 배열을 흩뜨립니다. 즉 삼중수소로 인해 비정상 유전자가 계속 복제돼 신체 이상이 심화되는 거예요
Q7. 현재 기술로 삼중수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 전에 완성될 수 있는 개발 예정 기술은 없나요?
개발 예정 기술은 없으나 프랑스 기업인 베올리아(Veolia)사가 개발한 삼중수소제거설비‘ MDS(Modular Detritiation System)’를 보완하면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제거를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은 듯합니다. 일본 정부의 말대로 100만 톤 규모의 오염수를 100배 희석한다 해도 삼중수소가 제거되진 않아요. 1억 톤의 오염수가 만들어질 뿐입니다. 따라서 일본이 환경 보호 의지를 갖고 기술을 개발해 삼중수소를 정화한 뒤 방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Q8.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연간 해양 방출량은 212조 베크렐*입니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삼중수소 해양 방출량은 110조 베크렐로 우리나라의 약 절반 수준입니다. 일본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우리나라보다 적어 보이는데 일본의 오염수가 우리나라 오염수 방출보다 논란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본의 오염수엔 삼중수소 말고도 대량의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원전은 정상 운전 중 삼중수소만 냉각수에 섞여 조금씩 새어 나오고 나머지 방사성 물질은 핵연료 안에 그대로 갇혀있습니다. 반면 일본 원전은 핵연료가 모두 녹아내려 삼중수소 외에도 200가지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오염수에 들어있어요. 일본의 오염수엔 우리나라의 정상 원전 냉각수에 없는 방사성 물질이 있단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Q9. 후쿠시마에서 오염수를 방출하면 어느 범위의 바다까지영향을 미치나요?
방출 후 2년 반이면 오염수는 북아메리카 대륙 서해안까지 이릅니다. 적도를 따라 일본과 우리나라로 되돌아오는데도 5년이면 충분해요. 필리핀 쪽으로 내려가 중국해를 거쳐 대한해협을 지나는 경우엔 1년 후에 우리나라 해안까지 닿습니다. 만약 도중에 태풍이 불면 더 빠르게 우리나라 수역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어요.
Q9-1.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오염수 방출로 인한 환경오염이 정화되나요?
원자핵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삼중수소△세슘△스트론튬△탄소14△플루토늄은 각각 △120년△300년△300년△5만 6000년△24만 년 이상 지나야 해요. 방사성 물질이 처음 양의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합니다. 이 반감기의 10배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 초기량의 약 99.9%가 사라지기에 정화됐다고 볼 수 있어요.
Q10. 다른 원전에선 어떻게 방사성 오염수를 처리하고 있나요?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철근 콘크리트 석관에 보관했습니다.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에선 오염수 발생은 없었지만 방사성을 제거한 물질을 현장 보관했어요. 일본도 역내에 보관하는 국제관행을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출하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은 없어요. 모든 나라가 한마음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막아야 할 때입니다.
*베크렐: 베크렐은 방사선 방출 능력을 나타내는 방사능의 국제단위다. 1조 베크렐이면 1초
에 방사선이 1조 개 나온다.
정나윤 기자 02im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