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새벽,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수백만 명의 시민이 시위대와 자경단을 형성해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며 항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강경한 태도로 군정을 이어가며 무력진압에 나서고 있다. 군부와 시위대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 군부와 시위대의 상황△군부 쿠데타의 배경△국제사회의 반응 및 조치△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시위의 전개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는 국민민주연맹(NLD)이 압승한 지난해 11월의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지난 총선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한 사회 혼란과 위기를 예방한단 명목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군 병력 54만 3천여 명과 경찰 병력 9만 3천여 명을 동원한 군부는 쿠데타 이후 정부 내각을 대거 교체하기 시작했다. 장·차관 24명의 직책을 박탈하고 국방부 및 외무부 등 11개의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했다. 그리고 국민민주연맹(NLD)의 의장인 아웅 산 수치 국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구금했다.
현재 군부는 1년간의 군부 통치가 끝나면 새로운 선거를 열어 승리한 정당에 권력을 이양하겠단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미얀마 군부의 정권 장악 이후 국민들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초반 시위는 시민들이 저녁마다 각자 집에서 냄비를 두드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과 납세 거부 운동이 이어졌다. 이후 대학생과 의료 관계자를 주축으로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거리 시위가 시작됐다.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의 각 대학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쿠데타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국민은 각종 SNS를 이용해 시위 정보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에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달 22일엔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최대 규모의 파업이 시행됐다. 2021년 2월 22일 오후 2시를 뜻하는 ‘22222 파업’에 전국 각지의 공장과 상업 시설 등이 임시 휴업에 돌입했고 △공무원△법조인△승려△은행원△의료인△자영업자 등 각계각층이 동참했다. 22222 파업은 과거 ‘8888항쟁’을 모태로 삼아 구축됐다. 8888 항쟁은 1988년 8월 8일 당시 양곤에서 수 만 명의 학생이 독재자 네 윈 육군총사령관의 하야와 민주화를 요구했던 사건이다.
이와 같은 규탄 시위에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하며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군부는 시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야간 통행과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했다. 모든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하고 정부 청사와 도로 곳곳에 병력을 배치해 감시태세를 강화했다. 교통뿐만 아니라 △인터넷△전화△텔레비전 등 각종 통신매체도 차단했다. 군부는 쿠데타 규탄 시위대에도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며 퇴학 처분을 내렸다.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물대포와 실탄을 발포하는 등 무력을 가해 현재까지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 시위대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팔뚝에 혈액형과 전화번호를 적는 등 군부에 굴하지 않고 항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지난달 25일, 양곤에서 약 천 명의 친군부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들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돌을 던지고 흉기로 위협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시민 간의 충돌도 심화되고 있다.
◆ 민주화 6년 만에 또다시 발발한 군부 쿠데타, 그 배경은?
1948년 미얀마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62년에 네 윈 육군총사령관에 의한 쿠데타로 53년간 군부 독재가 이어졌다. 2008년 군부 정권은 자신들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헌법에 따라 군부는 의회에서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국경경비△국방△내무 등 치안 관련 부처의 관할권을 부여받았다. 또한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국가비상사태 시 군사령관은 자동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을 수 있게 했다. 2015년에 열린 총선에서 문민정부가 설립돼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헌법은 여전히 과거 군부가 제정했던 그대로 이행되고 있다. 이에 미얀마 의회 내 군부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개헌 시도가 계속됐지만 군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군부는 지난달 1일 헌법에 근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민아웅 흘라잉 군사령관을 중심으로 국가운영평의회를 조직한 군부는 선거부정을 이유로 지난 총선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정부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이유로 선거연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부는 무슬림계 ‘로힝야족’을 포함한 소수 민족 거주 지역에서 치안 불안을 이유로 투표가 진행되지 않아 군부의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이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발표했다. 총선에서 약 1,050만 건 이상의 선거 부정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해결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군부가 제시한 선거 부정 의혹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장준영 우리학교 동남아연구소 교수(이하 장 교수)는 군부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명백한 근거는 없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미얀마 유권자가 약 3,800만 명에 달하므로 1,000만 건 이상의 선거 부정이 있었단 군부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과장된 수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 국제사회의 반응과 앞으로의 방향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무력 진압에 대해 각종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먼저 국제기구는 미얀마 군부에 즉각적인 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제재를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군사 쿠데타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자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 제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유엔(UN)은 미얀마 군부의 시민을 겨냥한 총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단 입장을 밝히고 인권이사회에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미얀마 군부는 즉각 탄압과 폭력을 중단하고 수감자를 석방하라”며 미얀마 국민의 인권과 최근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진행된 초 모에 툰 주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의 군부 쿠데타 비판 및 제재 요구 연설에 미국과 유럽연합 대사는 지지의 뜻을 보냈다.
영국과 캐나다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주역들을 대상으로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조치 적용의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미얀마 정부에 대한 대외 원조 중단 방침을 밝혔다. 과거 군부 쿠데타와 민주항쟁을 겪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미얀마의 군부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얀마 시위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어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미얀마 국민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미얀마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와 제재방침을 시사했음에도 미얀마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 명백한 내정간섭이라 비난했다. 이어 이번 달 3일엔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견뎌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 국가 또한 미얀마 쿠데타 사건에 개입해선 안 된단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 쥔 주 유엔 중국 대사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국내 문제로 규정하며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미얀마 내정에 간섭해선 안 된단 입장을 피력했다.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 속에 미얀마 사회는 혼란을 겪고 있다. 장 교수는 미얀마 시위의 전망에 대해 “과거엔 군부의 잔인한 무력 진압이 모두 성공했지만 이번엔 강력한 투쟁 의지를 가진 시민들이 불복종 운동을 통해 연대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과거완 다른 전개로 나아갈 것이라 예측했다. △군부△반군부△친군부 간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시위 양상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