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3,000건이 넘는 이혼 상담을 한 최유나(영어·영통 04) 이혼전문변호사(이하 최 변호사)는 부부간 이별을 중재하고 법적 해결을 돕는다.
최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는 만화 ‘메리지 레드’와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 등을 통해 이혼에 대한 대중의 공감을 샀다.
다양한 이혼 사례를 공유하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이혼이 가진 선입견을 없애려 노력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최 변호사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영어통번역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영어통번역학과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이과 학생이었지만 스스로 문과 성향을 띠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과에 진학해야 할지 헷갈렸는데 평소 언어를 좋아한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영어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영어를 익히면 미래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우리학교 영어통번역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2. 변호사란 꿈을 어떻게 가지게 됐나요?
처음부터 변호사의 꿈을 꾼 건 아니었어요. 재학 중에 이중전공으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언론계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된 선배의 말을 들어보니 업무 강도가 보통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평소 체력이 좋지 않아 많은 고민이 됐죠.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로스쿨 진학을 권유하셨습니다. 변호사란 직업이 적성에도 맞아 보이고 체력소모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죠.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기자△변호사△PD를 동시에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법학적성시험 준비를 하며 KBS와 MBC에 원서를 넣었어요.
MBC 1차 시험에 합격해 2차 시험도 보러 갔지만 기자나 PD가 되는 길은 바늘구멍보다 좁단 사실을 깨달았죠.
언론고시에 많은 시간을 쏟을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언론고시보다 로스쿨의 문턱이 낮아 보였죠.
시간 낭비 없이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었고 그렇게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Q2-1. 이혼전문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혼 사건이 아닌 민·형사 사건은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변호사들은 성취감을 이유로 이혼 사건보다
민·형사 사건을 맡고 싶어 하더라고요. 민사 사건에선 큰 액수의 돈이 오고 가고, 형사 사건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제한단 측면에서 성취감이 큽니다.
이혼 사건은 누가 이기고 지는 재판이라기보단 서로 합의하고 중재하는 소송이죠. 마치 정산하듯 재산을 분할하고 아이가 있는 경우엔 유권을 합의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과정이 적성에 더 잘 맞아 이혼전문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어요.
Q3. 가장 인상 깊었던 재판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있다 보니 양육권 다툼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감정 이입이 됩니다. 남편이 부인에게 아이를 6개월간 보여주지 않은 일이 있었어요.
아이에 대한 사랑을 이용해 상대에게 고통을 준 거죠. 법정에서 당사자가 울며 얘기를 하는데, 그때 이혼전문변호사의 무게와 현실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아이를 통해 푸는 행위는 옳지 않아요.
여러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감정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부모 입장에서 참 괴로웠던 사건이었어요.
Q4. 이혼전문변호사 일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나요?
변호사가 된 후로 혼자 있는 생활이 좋아졌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사람을 좋아했는데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버겁더라고요. 저만 보면 고민거리를 상담하는 사람이 많아요.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자신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또한 아무리 재밌는 드라마를 봐도
감흥이나 자극이 없어요. 변호사가 되기 전엔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어요. 산전수전 다 겪은 느낌이죠.
Q5. 지난해 통계청에서 실시한 이혼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유가 있다면 이혼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체감하나요?
이혼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느껴집니다. 처음 변호사가 된 2012년 당시엔 이혼을 이기적 행위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존재했어요. 그래서 배우자의 외도나 폭행을 참는 경우가 허다했죠.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경향이 덜합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행복을 찾는 분위기가 보편화된 것 같아요.
Q6. 변호사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개인적인 가치관과 충돌할 땐 어떻게 극복하나요?
직업적 가치관과 개인적 가치관을 분리하려고 합니다. 일하다 보면 가치관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여러 상담을 하다 보면 의뢰인의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변호사는 법에 의거해 의뢰인을 변호하는 사람입니다. 변호사 일을 하며 제 가치관을 의뢰인에게 주입한다거나 의뢰인을 증오하는 행위는 직업윤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해요.
Q7.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역지사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렵지만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죠.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상대를 생각하는 건 역지사지가 아니에요. 상대의 가치관에서 그 사람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전자처럼 행동한 뒤 역지사지를 했다고 착각하죠. 깊은 관계일수록 상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유지하기 힘들어요.
Q8. 변호사 일을 하며 가장 보람찰 땐 언제인가요?
배우자의 신체적·정신적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한 채 살아오신 어르신들을 이혼시켜 드릴 때 정말 뿌듯해요. 연세가 있는 어머님들 중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법에 무지한 경우가 많아요. 일생을 배우자로부터 무시당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다 보니 이혼할 용기조차 내질 못하시죠. 그런 어머님들이 이혼하면서 받은 돈으로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제 변호가 의뢰인의 새로운 삶에 물질적·정신적 도움을 줬단 생각이 들어 보람차죠.
Q9.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는 만화 ‘메리지레드’와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를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누구에게나 좋지 않은 일은 일어날 수 있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단 말을 하고 싶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왜 자신에게만 이렇게 힘든 상황이 주어졌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하는 분이 많아요. 그러나 이혼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당신에게만 지독한 불행이 찾아온 게 아닙니다. 그러니 눈앞에 닥친 일이 너무 힘들더라도 이를 이겨내고 잘 살아갈 수 있단 용기를 주고 싶어요.
Q10. 인생의 목표가 있나요?
언젠간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를 갖기 전까진 육아의 고충을 크게 공감하지 못했죠. 그러나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변호사 일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싱글맘·대디를 존경하게 됐죠. 이분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금전적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집필하는 등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요.
Q11. 변호사를 꿈꾸고 있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란 직업을 굉장히 추천합니다. 인생을 배로 사는 기분이거든요. 이 직업을 갖지 않았으면 몰랐을 타인의 이면을 보며 스스로 성숙해질 수 있죠.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법조인이 되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해요.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편협한 원칙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민주 기자 01minj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