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에서의 시간들

등록일 2023년05월10일 19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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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학기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프랑스의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Aix-Marseille University)에서 공부했다. 내 이중전공인 프랑스학과 평소 관심 있던 심리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해당 대학교를 선택하게 됐다. 프랑스는 심리학 역사가 깊은 나라이기에 프랑스에서 심리학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내 교환학생 목표는 불어로 심리학 강좌를 수강하고 국립 음악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였다. 우선 프랑스는 대형수업(CM)과 토론식 소규모 수업(TD) 두 가지 수업 유형이 있는데 심리학은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전공이라 한 과목만 수강하더라도 CM과 TD 모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업의 질은 기대했던 것 만큼 훌륭했고 대형강의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소규모 강의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보다 깊은 내용을 학습할 수 있었다. 난 수업 내용을 원활히 이해하기 위해 미리 수업 자료를 번역했고 수업이 끝난 후엔 녹음을 들으면서 놓친 부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았던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지역은 교통이 불편해서 수업을 들으러 갈 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심리학 공부였기에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었다. 

 

한편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기 위해선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는데 프랑스는 대학교와 지역 국립 음악원이 협약을 맺어 음악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기회를 제공했다. 난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제 1 바이올린에 지원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교향곡과 춤곡으로 오디션을 봤다. 힘들었지만 연주하는 순간만 큼은 감회가 남달랐다. 특히 오디션 곡 중 하나는 프랑스 작곡가인 생상스(Saint-saens)의 곡이었는데 작곡가가 태어난 곳에서 그 작품을 연주한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결국 운 좋게 오케스트라에 입단했고 3개월의 연습 끝에 연말 연주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규모의 관객 앞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현지 친구들과 경험했던 수아레(Soirée)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는 홈파티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프랑스는 생일이나 특별한 날엔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수아레 문화가 있다. 집에서 하는 파티였지만 모두가 옷을 차려입은 뒤 술을 마시고 춤추며 재밌게 즐겼다.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갔던 대규모의 창고 파티에선 다 같이 술을 마시고 카운트다운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이러한 문화는 우리나라에선 보기 어려운 색다른 파티 형식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다녀오는 교환학기인 만큼 현지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길 추천한다. 난 이번 기회에 내게 잘 맞는 학문 분야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타지에서 사는 것이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엔 경험하지 못해 미련만 남았던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이젠 내 성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비록 항상 외국인으로서 외로움을 느꼈지만 타지 생활이란 두려움을 극복하고 교환학생을 경험한 것은 이젠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오수경(국제지역·브라질 19)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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