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제40대 사범대학 학생회장 재선거(이하 사범대 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에 후보자가 사과문을 게시하고 재선거를 무효로 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됐으며 이외에도 선거와 관련해 다양한 부정행위들이 종종 발견됐다. 이는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우리학교 선거 관리 현황△원인 및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선거 관리 현황
우리학교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학생회장단 선거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선거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결정△조절△진행△통제할 권한을 갖는다. 이에 중선관위는 바람직한 선거를 위한 제반 사업이나 선거 관련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한다.
그러나 지난달 1일 시행된 단과대학 및 학과 학생회장단 재선거 과정에서 일부 지역선거관리위원회(이하 지역선관위)의 부정행위가 포착되는 등의 논란이 발생했다. 이후 특정 단과대학 및 학과에서 선거가 무효 처리된 사례가 발생하며 중앙재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재선관위)는 단과대학 및 학과 지역선관위 통제를 비롯한 선거 총괄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사범대 선거였다. 사범대 선거의 경우 후보자 추천 연서에 △이름△학과△학번을 적는 부분 대신 모바일 학생증을 첨부하는 부분만이 있어 중재선관위로부터 사과문 작성을 권고받았다. 또한 후보자 추천 구글 폼(Google Forms)을 직접 제작 및 배포했으며 지역선관위가 후보자 추천을 독려한 것을 포함해 사범대 선거 과정 전반에 있었던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채영서(사범·영교 22) 사범대학 선거 예비 후보자(이하 채 후보자)가 추천인 명단의 일부를 삭제한 후 추천인 수를 허위로 보고한 것이 적발됐다. 이것은 예비후보자와 지역선관위 위원장의 선거 무산을 위한 논의의 결과였다. 이에 중재선관위는 추천인 수 부족을 이유로 무산 공고됐던 사범대 선거에 대해 사범대학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무산 결정을 취소하고 재선거 무효를 공고했다. 이후 설캠 총학생회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임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반성 중에 있다”며 “실망하셨을 사범대 학우분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채 후보자의 사과문이 게시됐다. 임세환 사범대학 선관위 위원장 또한 총학생회 SNS에 “선거가 가지는 민주성을 해쳤을 뿐만 아니라 사범대학 학생들의 유권 의지를 무시하고 기만하였다”며 “정말로 반성하고 있으며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라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와 더불어 해임 요구서를 받고 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현재 사범대학은 임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ELLT(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학과 재선거 관리위원회(이하 재선관위)에선 △선거관리위원 구성 공고를 정해진 기간 안에 하지 않은 것△투표일 연장 공고를 늦게 한 것△후보자 등록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재선관위로부터 사과문 작성을 권고 받았다. EICC(English for International Conferences and Communication)학과 재선관위는 구성 인원이 부족해 양해문 작성을 권고 받았으며 중국외 교통상학부 또한 재선관위 위원 구성 공고를 정해진 기간 안에 하지 않아 사과문 작성을 권고받았다. 제58대 중재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재선거에서는 총 9건의 선거 관련 문제가 적발됐으며, 이 중 시정 권고로만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한 규정 위반 사례에 대해 중재선관위는 전체학생대표자 회의의 의결을 받아 징계 안건을 상정했다.
◆원인 및 문제점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손명진 제58대 중재선관위 위원장(이하 손 위원장)은 “선관위와 후보자 간의 유착관계 형성이나 지역 선거 내부에서의 조작으로 인한 선거 공정성 침해는 현재 발전된 우리대학의 선거 세칙으로도 막을 수 없어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된다”며 “특히 중재전관위에서도 파악하기 힘든 내부 사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김하은 제 58대 중재선관위 부위원장(이하 김 부위원장)은 “모든 의결과 결정이 회칙과 세칙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선관위 성원들이 이에 무지할 경우 선거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선거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선거가 무효 처리된 사범대학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고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를 해소했다.
이런 문제가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경기신문은 ‘부정선거로 얼룩진 한국외대 용인캠퍼스’라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1월 총학 투표 기간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중선관위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해당 후보가 사퇴한 후에도 중선관위의 선거 개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한 후보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상황은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원광대 학교 총학 선거에서 한 후보가 선거운동 중 다른 후보를 비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선관위가 그에 대한 대책으로 일부 학생들의 표를 집계에서 제외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 2016년에는 한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정 학과 학생들에게 ‘우리 과는 기호 2번을 뽑으라’는 메시지가 전송됐으며 학생들을 교실에 집합시키고 특정 후보에 투표를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해당 대학의 중선관위는 자체적으로 회의를 진행 및 대학본부 측에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처럼 대학 내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반복될 경우 유권자인 학생들이 대표자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투표에 참여할 동기를 잃게 된다. 이는 곧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져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을 방법이 줄어들게 돼 교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나아가야 할 방향
손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대표자의 자리로 의사를 표명하고 그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가 선거의 민주성과 공정성의 무게를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도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무게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선 관위와 후보자들이 스스로 선거 관련 규정에 대해 많은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김 부위원장은 “선거와 관련하여 한 직책을 맡는 순간 유권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유권자 모두가 선관위 위원이 되어 단위의 대표자가 우리의 대표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역시 좋은 지향점”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선거 과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투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유권자인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가 선거 과정에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참여해 투명한 선거 과정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선관위 차원에서 선거 규정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후보자와 각 지역선관위가 적극적으로 이에 참여해 선거 규정을 비롯한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도에 대한 무지로부터 행해질 수 있는 의도치 않은 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선거관리위원과 후보자에 대한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해 적절 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것과 지역선관위를 감시하는 기구가 제 대로 작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난달 선거에서 여러 부정행위들을 적발한 것도 중선관위 및 총학생회의 감시 기능 덕분이었다. 이러한 감시 기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거가 흔들린 것은 학내 민주주의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학생들이 학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선 올바른 선거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백승준 기자 08seungjun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