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노동 사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장실습생··· 개선 방안은?

등록일 2026년10월07일 15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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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기업 및 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산학 연계 교육과정인 ‘현장실습학기제’는 매년 수만 명의 대학생이 전공 실무를 익히는 통로이다. 그러나 동시에 △문제 제기의 어려움△보험 사각지대△안전사고△초과근무가 반복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본 기사를 통해 △현장실습학기제의 현황△현장실습학기제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알아보자.

 

 

◆현장실습학기제의 현황

현장실습학기제는 대학과 기업 및 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며 학생이 전공 관련 산업현장에서 실무를 수행하고 학점을 인정받는 산학 연계 교육과정이다. 현장실습학기제는 전체 실습 시간 중 직무 관련 교육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표준과 자율로 구분된다. 해당 비율이 10% 이상 25% 이하이면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이며 25%를 초과하면 자율 현장실습학기제에 해당한다.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실습 활동을 통해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와 직무능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는 교내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전공 관련 현장 직무교육을 실현하고 산업 현장의 직무 요구사항 및 변화를 대학 교육에 반영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한편 기업 차원에서는 우수 인재를 충원하고 정부와 대학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을 얻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김용균 재단△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 4개 단체가 모여 만든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대응팀이 발행한 ‘2024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현장실습학기제 이수 학생 수는 37,834명으로 전년 대비 69.2% 증가했다. 전체 대학 현장실습 참여기업 수 역시 지난 2021년 16,873개에서 2022년 27,778개로 64.6% 증가했으며 현장실습에 참여한 대학은 같은 기간 239개에서 261개로 늘었다.

 

현장실습학기제는 학생들이 취업 전 실무 경험을 쌓고 조직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대학 4학년 재학생 A 씨는 “요즘에는 ‘인턴 경험을 쌓기 위해 또 다른 인턴 경험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첫 실무 경험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학교와 연계된 현장실습학기제 참여를 통해 첫 직무 경험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로와 회사 생활에 관해 나눈 다양한 이야기와 조언들도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장실습학기제의 문제점

그러나 현장실습학기제는 △단순 노동력 활용△학생 교육과 안전 및 인권 보호 미흡△산재보험 미가입△문제 제기 및 구제 어려움이라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먼저 현장실습이 실무 교육보다 단순 노동력 활용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대응팀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현장실습학기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3%가 현장실습이 학습보다는 근로 중심의 노동력 활용에 가깝다고 답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충남 천안시의 한 특수 목적대학교 재학생 B 씨는 현장실습에서 직무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공과 맞지 않는 단순 작업만 반복하도록 요구받았다.

 

학생들의 안전 및 인권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선 실태조사 결과 현장실습학기제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과 상해 및 산재보험 교육을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2.9%에 그쳤다. 또한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한 학생도 3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 현장실습생은 직장 내 성희롱을 목격하고 결국 현장실습을 중단했다. 지난해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은 사단법인 대한한돈협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습장에서 학생은 노동자도 학생도 아니고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라며 “고된 노동이 누적되면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사망 사고 발생 확률이 확대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실습 기관이 학생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대학 산학협력 활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의 약 29.2%인 4,047명이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였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그 수치가 참여 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47.3%인 3,693명에 달해 더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실습 기관에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있음에도 이처럼 높은 미가입률이 나타난 것은 실습 기관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창원대학교(이하 창원대)의 지난 2022년 감사 자료에 따르면 창원대는 지난 2021년 여름학기 현장실습학기제를 운영하면서 한 기관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학생 5명의 현장실습을 허가하는 등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산재보험에 미가입한 31개 기관에서 현장실습학기제를 운영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실습학기제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생의 문제 제기 및 구제가 어려운 점도 문제다. 교육 미흡과 단순 작업 요구 등의 현장실습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밝혔던 재학생 B 씨는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작업 과정에서 별다른 보호장구도 제공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B 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오히려 담당 부장으로부터 힐난과 폭언을 당하고 결국 실습을 그만두게 됐다. 이처럼 현장실습학기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인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는 교육과 노동의 경계에 놓여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논리로만 운영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앞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전반적인 대학 실습의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 규정은 실습 기관이 현장교육담당자를 배치해 학생을 지도 및 관리하도록 하는 한편 학교가 현장실습 운영을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습 대학이 늘고 참여 기업이 수만 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책임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보다 면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는 ‘전문 실습 지침(Professional Placement Guidelines)’을 통해 학교가 주선하는 실습을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지침은 학과나 과목의 필수 요건으로 이뤄지는 실습을 대상으로 학생이 실습의 주된 수혜자가 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대학이 실습을 주선하기 위해선 대학과 실습 기관이 실습 내용을 정한 협약서도 체결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지도교수가 학생과 상호작용을 하며 실습 과정과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습 중 학생의 학습과 수행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지침처럼 우리나라도 이미 마련된 실습 협약과 수행 점검 절차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로 이어지도록 현장실습에 대한 대학의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습 기관의 안전 점검과 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습 전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학생은 42.9%에 그쳤으며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를 강요받거나 폭력적 상황을 경험한 응답자는 17.1%로 나타났다. 이는 현장실습 전 안전교육과 위험 요인에 대한 사전 점검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국 보건 안전청은 학생이 현장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실습 기관이 학생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고 있는지 주선 기관이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한 주선 기관이 △건설△농업△제조업 같은 고위험 환경에서는 학생이 수행하거나 관찰할 업무와 위험 요인을 사전에 검토해야 하며 △교육△감독△훈련이 실제로 적절하게 마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적용해 위험 업종처럼 사고 가능성이 높은 실습 유형에 대한 사전 현장점검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 미가입 문제는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있는 공립 기술 및 직업 중심 고등교육기관인 RRC Polytech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 대학은 학생에게 현장실습을 제공하는 고용주가 실습 시작 전에 매니토바주 산재보상 위원회의 산재보상 제도를 적용받고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이 실습 중 사고를 당했을 때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사전에 마련하고 있다. 실습 기관이 산재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했는지 대학이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 본다면 산재보험 미가입으로 인한 학생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현장실습학기제 내 문제 제기의 어려움은 각 학교 상담 센터와 연계해 익명 신고와 같은 학생 구제 창구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해 봄 직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동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이미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업주가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근무 장소 변경 등의 보호조치를 하도록 한다. 또한 신고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장실습학기제에서도 학생의 신고가 학점이나 평가상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고자 보호와 독립적인 조사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명지대학교의 경우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과정에서 현장실습 지원서 작성과 함께 센터 산학교수와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대학 현장실습지원센터 운영 규정 예시에서도 ‘현장실습 학생 상담 및 지도’를 센터의 주요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상담 기능을 단순한 실습 참여 상담에 그치지 않고 실습 중 부당한 업무나 권리 침해를 익명으로 신고하고 학점 및 평가상의 불이익 없이 구제받을 수 있는 창구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취업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과 실무를 경험하기 위해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학교의 보호를 받으며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과 더불어 연계 기관 및 대학 모두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강수현 기자 12soohyeon@hufs.ac.kr

한예진 기자 13yej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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