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위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를 중심으로 한 SNS 소비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공동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써보고 파는 제품이기에 신뢰할 수 있으며 일반 쇼핑몰보다 저렴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광고와 다른 품질△배송 지연△환불 거부 등의 피해 경험을 호소하는 부정적 입장도 존재한다. 이에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시장 현황△인플루언서 공동구매의 문제점 및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시장 현황
최근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의 판매 파트너가 돼 업체와 수익을 공유하는 공동구매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볼번스 마켓 리서치는 국내 인플루언서 이코노미 시장 규모를 지난해 62억 3천만 달러로 추산했다. 실제로 외대학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51.1%가 최근 1년 이내 인플루언서 공동구매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품목별로는 △뷰티(17.4%)△식품(15.2%)△건강식품(13.0%) 순으로 많았고 1회 평균 지출액은 3~5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5.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SNS 플랫폼 거래 관련 상담 3,960건을 분석한 소비자 피해 금액 자료에 따르면 5만 원 미만이 1,132건(41.2%)으로 최다였지만 500만 원 이상의 고액 피해도 16건 확인됐다.
공동구매에 대한 법적 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은 인플루언서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상품을 추천할 경우 이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한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와 제13조 그리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역시 각각 △청약철회권△통신판매업자 신원 공개 의무△기만적 광고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 공동구매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완벽히 방지하고 처벌하는 데 있어 여전히 법적 공백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서 지난 2021년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국내 SNS 마켓 266곳 중 265곳(99.6%)에서 △관련 규정 미안내△청약 철회 기간 축소△환불 거부 등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방해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인플루언서 공동구매의 문제점 및 원인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시장의 주요 문제로는 △가격△신뢰△책임 측면이 꼽힌다. 우선 인플루언서가 최저가라는 공동구매의 가격적 이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최저가가 아닌 경우가 있다. 외대학보에서 △가전△건강기능식품△뷰티△식품△패션 분야별로 최저가 문구와 함께 판매 중인 공동구매 물품을 선별해 인터넷 최저가와 비교한 결과 공동구매 가격이 더 저렴했던 제품은 5개 중 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제품은 오히려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쌌으며 특히 한 건강기능식품은 공동구매 과정에서 홍보된 할인율이 35%에 달했지만 실제론 온라인 최저가보다 7.2%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두 품목도 공동구매 가격과 인터넷 최저가의 차이가 각각 19,000원과 34,000원으로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공동구매 가격과의 비교를 위해 사용된 표기 정가를 온라인 최저가가 아닌 백화점 오프라인 가격으로 설정해 할인 효과가 더 높아 보이게 한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최저가가 아니라 정가를 기준으로 광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해 실제 공동구매 업체 관계자 A 씨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홍보 효과만 노린 광고의 개념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인플루언서에게 수수료까지 주고 나면 마진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라고 답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인플루언서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으로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기 위해선 최저가와 할인율을 더 극대화해서 표기해 판매량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동구매를 진행했던 인플루언서 B 씨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품목마다 다르지만 보통 매출의 15~20%를 수수료로 받는다”라고 답했다.
광고와 후기의 신뢰성 문제도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외대학보의 설문에서 ‘후기·댓글이 실제 소비자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문항에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차지했다. 공동구매에 참여해 본 대학생 C 씨는 “식품을 공동구매로 샀는데 이물질이 나와 후기에 썼더니 전화로 제품을 새로 보내줄 테니 써준 후기를 삭제해도 되냐고 물었다”라고 전했다.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문항에서도 △과장광고 의심(56.7%)△인플루언서 신뢰 부족(46.7%)△제품 품질에 대한 불신(46.7%) 등 신뢰 관련 응답이 상위권을 차지해 공동구매 참여자와 비참여자 모두 신뢰 문제를 핵심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표시·광고 관련 법제는 오프라인 유통을 전제로 설계돼 인플루언서 기반의 새로운 판매 방식까지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인플루언서 B 씨는 앞선 인터뷰에서 “공동구매 제품 선정 과정에서 실제로 직접 사용해본 뒤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라며 “검토 과정에서 꼼꼼히 보고 거르는 제품들도 많다”라고 답해 소비자들의 오해에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문제 발생 시 대응 기준 미비 및 책임 주체의 불명확성도 주된 문제 중 하나다. 실제로 공동구매 시 발생하는 피해 대응과 관련해 공동구매 진행 업체를 취재한 결과 A 씨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업체의 고객 서비스 기준에 따라 한 달 이내면 무료 교환·환불을 진행하며 1년 이내면 무상 수리가 원칙이다”라고 밝혔고 D 업체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교환△반품△사은품 증정으로 대응한다”라고 답해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 B 씨는 “소비자 응대나 환불 문제는 본사나 벤더사*에서 한다”라며 선을 그었다. △벤더사△업체△인플루언서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피해 상황에 대처하려 하지 않아 발생한 실제 피해도 확인됐다. 지난 1월 한 업체가 충분한 물량 확보 없이 여러 인플루언서와 무분별하게 전자기기 공동구매를 진행했고 배송 날짜까지 거짓으로 안내한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3개월가량 공동구매 물품을 받지 못했고 인플루언서와 업체가 서로 책임을 미룬 탓에 환불 절차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당시 공동구매를 진행한 인플루언서는 공동구매 마감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SNS를 통해 배송 지연 및 환불 관련 안내문을 게시했으며 배송 관련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차단한 것이 밝혀졌다.
이는 현행법의 빈틈에서 기인한 문제였다. 공동구매의 경우 판매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거래 구조가 복잡해 소비자가 책임 당사자를 확인하고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개인 간 거래(C2C)에서 플랫폼의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 확인 의무는 시행됐지만 여전히 공동구매에 관여하는 △벤더사△업체△인플루언서 간 책임을 구체적으로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외대학보의 문의에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경제민원상담과는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는 수수료를 받고 제품을 홍보하며 △판매△중개△추천보증이 겹치는 복합 행위이므로 표시광고법의 규제를 받으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라며 “인플루언서가 직접 주문을 받거나 반복적으로 공동구매를 주도한다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SNS 및 메신저를 통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 간 거래 형태는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공동구매의 가격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려면 ‘최저가’나 ‘할인율’의 근거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정가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표시할 때는 해당 정가가 실제 판매 가격을 반영하는지 확인하고 비교 대상이 오프라인 정가인지 온라인 판매가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예컨대 ‘인터넷 최저가’라고 광고한다면 가격을 비교한 상품의 △규격△비교 시점△판매처 등 기준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가격 인하 표시 규정을 시행 중인 유럽연합에서는 할인 가격을 광고할 때 원칙적으로 해당 판매자가 할인 직전 최소 30일 동안 적용한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 가격으로 표시하도록 한다. 이 규정은 판매자가 기준 가격을 일시적으로 올려 할인 폭을 부풀리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를 참고해 국내 공동구매가 이뤄질 때도 가격 이력과 비교 기준을 공개하게 하고 근거 없이 ‘최저가’나 ‘최대 할인’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광고와 후기의 신뢰를 높이려면 법적인 제재가 동반돼야 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024년 10월부터 별도의 소비자 후기·추천사 규칙을 시행해 허위 후기의 △구매△제작△판매를 모두 금지하고 있으며 특정한 긍정 또는 부정 의견을 조건으로 한 보상이나 부정적 후기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행위 등도 함께 금지하고 있다.
나아가 공동구매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서로 미루지 않도록 △벤더사△업체△인플루언서△플랫폼의 책임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일례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3년부터 ‘Influencer Legal Hub’를 운영하며 △광고 표시△소비자의 반품 권리△인플루언서가 판매자가 되는 경우의 정보 제공 의무 등을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플루언서의 활동이 광고인지 직접 판매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책임과 소비자 권리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관련 규정의 집행을 강화하고 있어 참고해 봄 직하다.
인플루언서는 더 이상 상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물론 유통 과정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새로운 판매 주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하며 소비자를 보호할 제도 역시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제도 역시 변화할 때 인플루언서 공동구매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벤더(Vendor)사: 제조사 또는 공급사와 유통사 또는 판매 채널·셀러 사이에서 상품 공급 및 중개하는 중간 유통 기업. **FTC(Federal Trade Commission): 미국의 소비자 보호 및 공정거래를 담당하는 연방 기구로 광고·표시 규제에 관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김민서 선임기자 09kimminseo@hufs.ac.kr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