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지난 5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이하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이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접전을 벌인 끝에 트럼프 후보가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하며 매직넘버 270명을 넘기고 재선에 성공했다. 경합주로 꼽혔던 7개 주를 모두 차지하며 승기를 잡은 트럼프 후보는 플로리다(Florida) 주 웨스트 팜 비치(West Palm Beach)에서 “신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함이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 선거가 앞으로 미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을 김진아 우리학교 Language & Diplomacy 학부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투표하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독특한 대통령 선거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독특한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각 주에서 실시되는 일반 투표에서 다수표를 획득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확보하는 승자독식제로 운영되죠. 전체 선거인단 수는 538명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된 △연방하원의원 435석△연방상원의원 100석△워싱턴 D.C.에 배정된 3석을 합산한 것입니다. 대통령 당선을 위해선 과반수인 270표 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Q1-1. 이러한 방식으로 선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행 미국의 선거 제도는 1787년 헌법제정회의에서 그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연방제 국가의 특성을 이용해 주의 자율성과 국민 개개인의 정치 참여를 균형있게 보장하고자 했죠. 이러한 기본 원칙 하에서 각 주는 다양한 선거 방식을 시험해 왔으며 점진적인 발전을 거쳐 현재의 제도로 정착됐습니다.

 

Q2.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가 각각 어떤 전략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했는지 궁금합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후 의사당 난입 사태로 드러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헌법을 위협한 사건들을 부각시키며 이번 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선거라는 메시지를 내세웠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높은 이자율△바이든 정부 초기의 인플레이션 상승△일자리 불안 등 경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Q3.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초접전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른 시간에 결과가 나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과대평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는 지난 2016년과 2020년에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나타난 현상이었죠. 이번에도 여론조사 기관의 편향성과 민주당에 유리한 조사 결과 보도가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예상보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대도시 노동자와 유색인종 계층의 분열이 심화되면서 결과가 달라진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Q4. 미국인들이 2020년과 달리 다시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요인 중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체감과 실제 경제 지표의 간극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 정책적 차별점이 부각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민주당 지지 유권자 중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던 점이 주요 이유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 지역의 투표자 수가 감소한 반면 백인 비율이 높은 공화당 우세 지역은 투표율이 높아져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Q5. 트럼프의 당선은 한미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동맹국들이 미국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비핵심 지역 개입 축소와 동맹국의 방위력 증대 등을 주장해왔기에 트럼프 2기 정부의 동맹 정책은 바이든 정부와 상당히 다른 방향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 압박정책에는 지속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동맹 재평가와 선택적 파트너십이 강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Q6.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공화당은 선거 기간 중 호혜무역법 통과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강력 대응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상품에 60% 관세와 더불어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 등을 언급해왔죠. 이러한 고율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며 자유무역 협정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에도 미국은 우리나라에게 자동차나 트럭 관세 재협상 등을 요구한 바가 있는 만큼 현재 한미간 적자가 발생하는 분야를 미리 파악해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7.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에 따라 주요 행위자인 미국의 정권 변화는 대북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대북 정책에 끼칠 영향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특정 발언보다 정책 여건과 법적 절차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단기적 대화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변화된 태도와 군사력 강화 등을 고려할 때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와 교환 요구가 이전과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국무부장관 지명자인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공화당 인사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비핵화와 인권문제 개선 등을 촉구해왔습니다. 따라서 행정부가 실질적 협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8. 미국 밖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율 관세는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전략*의 일환입니다. 즉 해외에서 제조한 상품의 수입을 줄이는 만큼 미국산 제조업을 활성화한다는 논리죠.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조치가 물가 상승과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화당은 단기적으로는 이와 같은 관세 정책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Q9. 중동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원조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써야 한다며 국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의 목표는 적대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동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면서 분쟁 종식을 추구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접근은 지역 분쟁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압박에 집중하려는 미국의 대전략과 일치합니다.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 미국에서 독립 혁명 및 연방 성립의 공로자들을 일컫는 말

*온쇼어링 전략: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정책

 

 

백승준 기자 08seungjun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