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편,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등록일 2026년10월07일 16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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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으로 공공기관은 기존 524개에서 109개가 줄어 총 415개가 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1년 상호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분리됐던 발전 5사*가 25년 만에 ㈜한국발전으로 다시 통합된다. 더불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추진을 발표해 이번 해 4분기 중으로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을 둘러싸고 공공기관 간 상호 견제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공공기관 개편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김영성 우리대학 행정학과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이번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은 변화한 환경에 맞춰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배치하는 정책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발전△에너지△주택△철도△항만 등 국가 핵심 인프라 분야 기관의 기능을 전략적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현재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유사 및 중복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며 셋째는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을 정비하는 것입니다. 이번 정책은 일률적인 통폐합 정책이라기보다는 기관의 기능을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정책입니다.

 

 

Q2. 이번 공공기관 개편이 가져올 기대효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번 개편이 가져올 가장 중요한 기대효과는 분산된 자원과 기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발전회사들이 각각 수행하던 연구개발이나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통합적으로 추진한다면 대규모 사업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부 역시 발전 5사 통합을 재생에너지 전환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Q2-1. 반대로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이번 개편은 단순한 기관의 감축보다 기존 기관의 기능이 어떻게 조정되는지가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정책 수요가 발생할 때 기존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기보다 조직이나 자회사를 만드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다시 기능 중복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통합 자체가 자동으로 효율성을 가져오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조직이 커지면 의사결정 단계가 늘어나거나 관료제가 비대해지는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통합 이후 실제 중복 기능과 비용의 절감 및 국민의 체감 서비스 개선 정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3. 이번 개편에서 전국 4개 항만공사**가 ‘한국항만공사’로 통합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각각의 공공기관이 하나로 통합될 경우 어떤 효과를 가질지 궁금합니다.

우선 항만공사 통합은 공사 간 과당 경쟁을 줄이고 국가 전체의 항만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항만은 단순한 물류 시설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고용△기업△산업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화 산업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와 국가 균형발전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통합으로 인한 지역경제 발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조정력을 강화하면서도 지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Q4.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서 나타난 분리 기조가 25년 만에 통합으로 전환됐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를 이끈 요인은 무엇인가요?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행정 조직도 그 구조가 영구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환경과 시대적 요구 변화에 따라 적절히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의 세계적 흐름에서는 기관 간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였습니다. 이와 달리 지금은 △대규모 투자△에너지 안보△재생에너지 전환과 같은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된 정책 환경에 따라 여러 발전사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자원과 역량을 통합할 필요성이 훨씬 더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Q5. 이번 개편에서 타 기관들이 통합된 것과 달리 지난 2009년 통합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다시 분리될 예정입니다. 기관의 통합과 분리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행정학적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공기관의 통합과 분리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행정학적 기준은 다양합니다. 이 중 이번 LH 분리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 기준은 ‘어떠한 조직 형태가 해당 기능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능 간 연계가 강해서 기관이 통합됐을 때 시너지가 발생하고 거리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통합이 적절합니다. 반면 서로 다른 목표와 기능 때문에 한 조직 안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하거나 한 기능이 다른 기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면 분리를 하는 게 낫습니다. LH의 경우 개발사업과 주거복지라는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하나의 조직에서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두 기능 사이의 목표 충돌과 책임 소재의 명확성 확보 문제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Q6. 개편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임금체계 통합△조직 개편 등으로 인한 노정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공공기관 내부의 조직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합 대상 기관의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통보하기보다는 개편의 목적과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보수 체계△인력 재배치△직무 체계 등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기존 직원들의 고용과 처우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지면 개혁에 대한 조직 내부의 저항이 커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통폐합 기관 직원의 고용 승계와 기존 노동 조건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통합 과정에서 직원의 처우가 나빠지지 않도록 합리적인 보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갈등 관리보다 직무 중심의 인사 체계와 투명한 보상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Q7. 정부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 곳을 대상으로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1차 지방 이전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1차 이전의 중요한 성과는 공공기관을 각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지역의 연계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물리적 이전만으로 지역의 자생적인 경제 성장과 자동적인 인구 유입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이후에도 △기업△연구 기관△지역대학과의 연계가 충분하지 않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2차 이전에서는 ‘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옮길 것인가’보다 ‘이전한 기관이 해당 지역의 △대학△산업△연구 기관과 어떤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할 것인가’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7-1. 이전 대상과 배치를 결정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나요?

우선 기관의 업무 특성과 지역의 산업 및 연구 역량의 연계성을 고려해야 하며 △교육△교통△의료△주거 등 노동자와 가족의 정주 여건 개선도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지역 간 형평성을 기준으로 이전 기관의 수를 정하기보다는 해당 지역에 몇 개의 기관을 집적해 전략적인 성장거점 지역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Q8. 이번 개편이 단순한 기관 수 감축에 그치지 않고 효율성 제고와 기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 수 감축이라는 양적 성과가 아니라 질적 성과 향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공공기관 통합으로 인해 △인건비△행정비용△조직이 줄었다고 해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중앙 집중화돼 대응성이 감소한다면 성공적인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편 이후에는 공공기관별로 명확한 기능과 책임을 설정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성과와 비용효율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전 5사: 지난 2001년 전력 시장 경쟁 도입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 설립된 5개 화력발전 공기업(△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전국 4개 항만공사: 주요 무역항의 전문적 관리·운영을 위해 설립된 해양수산부 산하 4개 항만 공기업(△부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

 

 

이정윤 기자 13jung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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