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일본·일본어 98) 앵커(이하 김 앵커)는
2005년 SBS 입사 후 △경제부△사회부△스포츠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모닝와이드’△‘국민의 선택’△‘주말 8시 뉴스’의 진행을 도맡았다.
이어 2017년부터 평일 8시 뉴스의 진행을 시작하며 ‘지상파 평일 뉴스 최연소 남성 메인 앵커’로 자리매김했다. 매일 저녁 뉴스에서 소신 있는자세로 시청자를 마주하는 김 앵커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일본어과에 진학했던 이유가무엇인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언어들이 재밌었죠. 그래서 외국어를잘하는 사람이 신기하고 부러웠어요. 어학을 배우고 싶단 생각에 우리학교 일본어과에 진학했습니다.
Q2. 언론인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어릴 때 삼촌께서 기자로 일하시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기자란 막연한 꿈을 품고 있었죠. 군대를 전역한 후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끼고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는데 기자가 떠오르더라고요. 미래에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느껴서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Q2-1. 학창시절 언론인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매일 아침 신문 두 개를 사서 읽었어요. 하나는 아침에 지하철로 통학하는 시간에 읽고 또 다른 하나는 오후에 도서관에서 읽었어요. 여러 사건에 대해 내 생각을 가다듬는 훈련을 한 거죠. 글을 많이 써보려고도 노력했습니다. 나중엔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며 기자 공개 채용 시험 준비를 했어요.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니 현직언론인을 만나볼 일도 없었고 굉장히 막막했단 생각이드네요. 그래서 지금 언론인을 준비하는 친구를 만나면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Q3. SBS 입사 후 △경제부△사회부△스포츠부△정치부에 몸담았습니다. 이 중 가장애정을 담아 일하셨던 부서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스포츠부에서 일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 어릴 때부터 스포츠 경기와 뉴스를 매일 찾아볼 만큼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입사 후 3년 정도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중, 문득 스포츠 기자를 젊을때 해보지 않으면 훗날 후회할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거예요. 특히 올림픽과 월드컵 현장에 가서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해보고 싶었고요. 그러나 스포츠 기자는 전문 영역이기에 입사 당시 스포츠 기자를 별개로 모집해 지원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스포츠 부서로 보내 달라고회사에 직접 말씀드렸습니다. 그 당시엔 굉장히 드문 일이었지만 회사에서 저를 흔쾌히 스포츠부로 보내주셨
어요. 그리고 스포츠부에 가서 적은 연차엔 경험하기 어려운 해외 출장도 가고 현장 중계도 해봤어요. 이때 쌓았던 많은 방송 경험이 지금 앵커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Q3-1. 우리학교에서 공부한 게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됐나요?
제가 스포츠부에 있던 당시 일본 선수를 취재할 때 도움이 됐죠.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정상에 있던 때, 피겨 빙상 취재를 나가면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등 일본 선수를 만났어요. 그래서 일본어를 사용해 선수와 인터뷰를 하거나 선수 일정을 알아보거나 했습니다.
Q4. 기자란 직업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기자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선생님이고, 찾아가는 모든 현장이 교과서예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일이 기자가 취재해야 할 영역이잖아요. 어느 날 화재 현장에 취재를 나갔더니 집 구조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인 것을 발견했어요. 이런 사실을 우리가 학교 다닐 땐 알 수 없죠. 이렇게 기자는 현장에 직접 나가여러 사실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만약 회사에서“ 요즘비트코인 사기가 많다니까 알아봐라”라고 하면 전 비트코인에 한 번도 투자해본 적이 없지만 이에 대해 공부해야 해요. 이렇게 매일 공부하고 배우는 것이 기자의 일이자 이 직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Q5. 16년 동안 보도했던 많은 사건 중 가장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참사 당일저녁 제가 목격한 팽목항의 모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것 같아요. △경찰관△소방관△지역주민△전국의 취재진이 작은 항구에 다 모여 있었지만 사람들의 웅성거림보다 유가족분들의 울음과 분노의 소리가 제일 크게들렸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을 취재하는 게 어쩔 수 없는 기자의 일이긴 하지만 어린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가족 앞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게 죄송했어요. 특히 오전에 전원구조란 오보를 전한 언론 중 하나이기에 더욱 고통스럽고 반성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며칠 뒤 서울로 다시 올라왔는데도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아마 저와 비슷한 시기에 언론에 몸담은 사람은 이 사건을 오래 기억할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Q6. 매일 저녁 생방송을 진행하는 데 있어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매일 얇은 칼날 위에 올라서서 정답 없는 쪽지 시험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8시란 마감 시간 안에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단 점이가장 힘들죠. 뉴스는 한 방송사가 하루 동안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선후배, 동료 기자들이 하루 또는 며칠간 고생해서 취재한 뉴스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뉴스에서 전하는 말이 SBS의 목소리가 될 수 있기에 내가 이 단어를 써도 괜찮을까?’ 혹은‘ 시청자들이 이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요. 말 한 마디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방송이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죠.
Q7. 언론인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피해가가지 않을까?’ 혹은‘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단 겁니다. 끊임없이 국민들이 괜찮은지 고민하는 게 언론인이 가져야 할 감각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경제△연예△정치 분야의 권력자를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고 국민들은 편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해요. 권력자가 힘을 멋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7-1. 어떻게 그 자질을 기를 수 있나요?
주식투자처럼 자신에게 꾸준히 투자해야 해요‘. △하루△일주일△한 달 몇 시간’ 이렇게 정해놓고 내게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거예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해보거나△신문과 책을 읽거나△좋아하는 것들을 해보며 자신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야만 언론인의 감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학생 때 배우는 이론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이 훗날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 작고사소한 경험들이 나중엔 인생의 큰 자산이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호기심을 갖고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8. 언론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느덧 8시 뉴스 앵커자리에 앉은 지도 이번 해로 4년이 됐는데요. 심신이 지칠 때가 많아서 문득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지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나중에도 현장이나 스튜디오에서 시청자와 소통하며 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싶습니다.
Q8-1. 삶의 가치관이 있나요?
전 사회 구성원이 공동체를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옮기기 위해 노력하면 이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에게 좀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의무 중 하나인 거죠. 제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옮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사회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Q9. 마지막으로 언론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언론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며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미디어 환경이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잖아요. 그리고‘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하며 너무 조급해하기보다 자신에게 좀 더 투자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였으면좋겠어요.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