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와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서 시장 보궐선거(이하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그 결과 서울시장엔 오세훈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하 오 시장)이, 부산시장엔 박형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하 박 시장)이 당선됐다. 한편 이번 선거에선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갈린 20대의 표심 차이가 두드러졌다. 일부 국회의원과 언론사는 이런 결과의 원인으로 20대 전반에 자리한 젠더 갈등을 지적했다. 이에 우리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특이점과 그에 대한 20대의 생각에 대해 알아보자.
◆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특이점
지난달 실시한 보궐선거 이후 20대 유권자의 표심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KBS△MBC△SBS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의 55.6%가 오 시장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20대의 과반수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지지한 양상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그러나 20대 유권자의 표심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었다. 72.5%의 20대 남성 유권자가 오 시장을 선택했으나, 20대 여성 유권자의 경우 40.9%만이 오 시장의 편에 선 것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격차가 나타났다. 20대 남성 유권자의 63%가 박 시장을 지지한 반면, 20대 여성 유권자의 41.3%만이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토록 성별에 따른 표심 차이가 20% 포인트 이상 극명하게 나타나는 연령대는 전 연령 중 20대가 유일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높은 보수정당 지지율은 눈에 띄는 현상이다.역사적으로 20대는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띄는 유권자 집단이었다. 그러나 이번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보수정당 지지율은 60
대 이상 연령층의 보수정당 지지율에 육박했다.한편 20대 여성 유권자도 이전과는 다른 투표 양상을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거대 양당 구도가 건재하다. 그럼에도 서울 20대 여성 유권자의 15.1%는 제3후보에 표를 던졌다. 소수정당·무소속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전체 연령대와 성별그룹을 통틀어 20대 여성이 유일했다.
◆ 우리학교 재학생의 생각은?
외대학보는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표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재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중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남성 유권자 김경문(국제지역·한국 17) 씨△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남성 유권자 김성식(영어·영어 16) 씨△민주당을지지하는 여성 유권자 A 씨△민주당을 지지하는 남성 유권자 B 씨△여성의당을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 C 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
취재원들의 생각은 20대 전체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으며,외대학보의 방향과도 무관하다.
Q1.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표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씨 (민주당 지지): 전임 시장의 성 추문이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다 . 그렇기에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 채로 선거가 진행됐다. 성별과 관계없이 민주당을 지지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의 표심이 성별에 따라 이토록 크게 차이 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B 씨 (민주당 지지): 민주당의 공감 능력이 국민의힘에 비해 부족해 이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잘 긁어준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안건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책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의 편에 섰고, 이에 만족한 유권자의 지지가 보궐선거의 결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김성식 씨 (보수정당 지지): 부동산값 폭등과 일자리 절벽 등 현 정부의 정책적 무능에 경제적으로 취약한 20대가 직격탄을 맞아 이 같은 표심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지금의 20대는 과거 고도성장기의 혜택을 누렸던 기득권층과 달리 공동체적 대의에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 있지 않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계속된 실업으로 인해 20대는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 개혁과 같은 이상주의적 대의를 내세우는 민주당에 표를 던지기 쉽지 않았다.
Q2. 20대 남녀의 표심이 갈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씨 (민주당 지지):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 차이가 표심을 갈랐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여성 친구 중 아무리 민주당에 실망하더라도 국민의힘은 뽑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20대 남성은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20대 여성보단 적다고 느껴진다.
C 씨 (여성의당 지지): 민주당의 몇몇 여성 우대 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로 인해 표심이 갈리지 않았나 추측한다. 그러나 민주당을 페미니즘 정당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여성의 삶을 개선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의 성 추문 사건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가해 사실이 밝혀진 후, 후속 대처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전에 민주당이 가진 페미니즘 이미지가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김성식 씨 (보수정당 지지): 젠더 이슈와 이념적 성향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본다.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인 여성할당제와 여성우대정책 등은 양성평등으로부터 이탈했다고 느낀다. 이에 상대적으로 남성들, 특히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완 거리가 있는 젊은 세대가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기성세대 남성에겐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20대 남성에겐 페미니즘은 반발의 대상일 뿐이다.
김경문 씨 (국민의힘 지지): 페미니즘 정책으로 인한 혜택 유무 차이라고 생각한다. 성평등 정책의 이득을 보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설 자리가줄어들었다고 인식한다.
Q3. 20대 남성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경문 씨 (국민의힘 지지): 성평등 사회라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결혼 과정에서 집을 마련하는 쪽은 남성인 것 같다. 그렇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을 직격탄으로 느낀 20대 남성이 보수화된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본다. 대부분의 국민이 성평등에 동의하지만, 민주당 정책은 이를 넘어서 한쪽 성별에 치우친 성차별 정책을 표방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억눌렸던 20대 남성이 표심으로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
B 씨 (민주당 지지): 이를 20대 남성의 보수화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생각한다. 20대 남성 내 압도적으로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그저 현 정부에 대한 반발의 결과라고 본다.
Q4. 20대 여성의 표심이 여러 갈래로 나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A 씨 (민주당 지지): 다수 여성이 페미니즘의 여러 갈래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최선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다. 최악을 피하며 차선을 판단하는 기준이 20대 여성의 표심을 갈랐으리라 본다.
C 씨 (여성의당 지지): 보궐선거의 원인이었던 젠더 이슈에 대해 거대 양당에선 명쾌한 해결 방안을 내놓은 후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수정당·무소속 후보 중에선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후보가 존재했다. 사표를 각오하더라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는가 혹은 젠더 이슈가 아닌 다른 가치를 우선에 두는가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성식 씨 (보수정당 지지): 20대 여성의 40%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유는 여성우대정책과 관련 없이 20대 전반을 억누르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소수정당·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10% 이상의 여성은 현 정부가 페미니즘 정책을 실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 청년에게 필요한 정치는?
지난달 12일에 열린 민주당 내 선거 리뷰 모임에서 일부 의원들은 20대 남성의 지지를 잃은 원인으로 페미니즘을 꼽았다. 민주당이 과도한 페미니즘 정책으로 20대 남성의 공감을 얻지 못했단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민주당이 청년 남성의 결집력을 과소평가했고 여성주의 운동에 전념한 것이 참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선거 패배 원인을 페미니즘 탓만으로 돌리는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를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젠더 갈등을 부추길수록 청년의 삶 개선 여지는 더욱 줄어든단 것이다.“ 성별 가르기를 통해 지지 기반을 결집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누군가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이를 정당화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 응한 우리학교 재학생들은 20대 남녀의 엇갈린 표심의 원인으로 젠더 갈등이 있단 사실엔 동의했다. 그러나 투표 시 제1기준이 젠더 이슈였다고 주장한 재학생은 절반 이하였다. 청년층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교묘한 책임 회피가 아닌 선거 결과의 올바른 진단과 진지
한 성찰이다. 정치권은 이번 보궐선거가 주는 교훈을 본받아 다음 해 3월에 있을 대선에선 젠더 이슈와 더불어 부동산과 일자리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민주 기자 01minj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