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고 싶은,

등록일 2017년03월08일 22시5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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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당산역으로 가는 603 버스가 있다. 2호선 당산역을 가기 위해 603 버스를 탔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말이 크게 들린다. 밝은 버스 기사님이다. 나는 이어폰 속 음악 소리를 한 단계 줄였다.
버스가 한 정류장에 섰다. 어떤 아주머니가 기사님에게 길을 물었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603 버스를 타세요. 아 참, 지금 이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를 타고 가서 반대 방향 603 버스를 타면 환승이 될 겁니다” 자세한 설명이 크게 들린다. 친절한 버스 기사님이다. 나는 이어폰 속 음악 소리를 두 단계 줄였다.
버스가 신호 대기에 걸렸다. “이 노래는 한 여인을 위해 한 남자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여인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한 번쯤 한 사람에, 사랑에 미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노래 소리와 설명이 크게 들린다. 울림을 주는 버스 기사님이다. 나는 이어폰 속 음악 소리를 네 단계 줄였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에서 버스가 오도 가도 못했다. “아까 쉬는 시간에 내 동료가 돈에 대한 걱정을 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내가 말해줬어요. 인생을 살면서 돈보다 중요한 것은 너무 많다고. 너무 심려치 말라고”라는 조언이 크게 들린다. 지혜로운 버스 기사님이다. 음악 소리 대신 빗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버스는 신호 대기를 만났다. 버스는 여러 정류장에서 많은 사람들도 만났다. 버스는 주르륵 내리는 비도 만났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기사님, 그냥 빨리 여기 근처에 내려줘요” 한 아저씨가 내리는 문에서 버스 기사님을 향해 소리쳤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류장에서 내려드리겠습니다” 그 사이에 버스는 정류장을 만났다. “안녕히 가세요” 버스 기사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나는 버스 기사님의 목소리를 만났다. 나는 인생의 지혜도 만났다.
나는 당산역 정류장에 내렸다. 밝은 인사 끝에 떠나려는 버스를 뒤돌아보고 차량 번호를 되뇌었다. 또 만나고 싶은 버스다.

조규린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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