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의혹,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란

등록일 2021년04월03일 17시1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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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이하 LH) 직원이 경기도 광명·시흥시가 신도시에 지정되기 전 토지 약 23,000㎡ 를 매입했단 사실이 알려졌다. 토지에 나무를 과도하게 심어 보상을 노린 것까지 밝혀져 LH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LH 직원 투기 논란의 △진행과정△문제점△앞으로 필요한 논의에 대해 알아보자.

◆ 논란의 중심에 선 LH

이번 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모임’(이하 민변)은 기자회견을 통해 LH 직원 약 10명의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지역 내 토지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LH는 관련 직원을 직위 해제해 사건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번 달 2일 신도시 지정이 공표되기 전 LH 직원 5명이 미리 입수한 정보로 낮은 가격에 시흥시 과림동의 총 5,000㎡ 부지를 매입했단 사실이 밝혀졌다. 단독주택용지의 우선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협의양도인택지 공급제도*의 보상을 염두한 것이다. 또한 같은 날 지난 2017년 다른 LH 직원이 약 2,000㎡ 크기의 시흥시 토지를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토지는 구입 당시 그린벨트 지정 구역이었다. 그린벨트 구역은 편의 시설과 입지 이점이 없어 투자 가치가 거의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1년 뒤 그린벨트 해제 논의 공론화 이후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LH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구매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땅 매입 자금 대부분을 대출받은 점과 매입한 토지에 나무를 과도하게 심은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시흥시 과림동 토지를 매입한 LH 직원 모두 북시흥농협 과림지점에서 본인의 최대한도까지 대출을 받았고 대출 금액은 총 58억 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로 농업 계획서를 작성해 농업인 자격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북시흥농협은 이를 묵인하고 대출을 진행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한 곳에 집중된 대출이 조직적 투기 정황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한편 LH 직원이 토지에 심은 왕버드나무는 일반적으로 1그루당 4㎡ 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토지엔 1㎡ 당 25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개발지로 지정된 후 묘목이 심어진 땅은 나무의 가치와 옮겨 심는 비용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 LH 직원의 △광명시 옥길동△시흥시 무지내동△시흥시 정왕동 나무 이식 보상비는 총 87억 원에 달했다.


◆ 불거진 LH의 도덕성 문제

LH가 부정부패 관련 문제에 대한 사후 처리가 미흡했단 점이 이번 사태의 원흉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LH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폐합 후 설립됐다. 이에 LH는 △독점개발권△용도변경권△토지수용권이란 3개의 특권을 소유한 기업이 됐다. 신도시 개발을 위해 국민 소유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거나 용도를 변경시킬 수 있기에 LH는 최상의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 LH 내부 자체 청렴도 조사에선 이번 해까지 10년간 미공개 정보 이용 사례가 0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선 4년 내내 최하위 등급을 받아왔다.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 따르면 출장비를 부정 수급한 임직원이 3,000명에 달했으며 그 출장비는 약 5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부정 출장비 환수 이후 해당 임직원에 대해선 어떤 인사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2018년 국무조정실 공직기강 점검에서 LH 직원이 직원 간 소개로 토지를 매입해 5천만 원의 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LH 측은 경고 처분만 내렸을 뿐 전매 차익을 환수하지 않았다. 지난 18일엔 아파트 자재 납품 중소기업에 3년간 약 3억 원가량 접대를 받았단 사실도 밝혀졌다. 중소기업의 회계장부에 접대비와 휴가비를 비롯한 뇌물 수수 내역이 기록된 것이다.

기업의 내부 정보를 가볍게 여기는 LH 사내 분위기도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2014년부터 현직 직원이 겸직 금지 규칙을 어기고 온라인 부동산 유료 강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직원은 다른 곳에서 듣지 못하는 정보라며 강의 중 LH 내부 정보를 활용했다.

◆ LH 투기 논란, 근본적 해결책은?

지속적인 집값 상승으로 주택 마련이 힘들어진 시민에 비해 LH 직원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겼단 점은 LH 투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시민들은 LH 직원이 투기 목적으로 부당하게 매입한 토지를 매매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투기 의혹이 드러나도 토지 매매 취소나 부당 이득 환수는 불가하다. 이에 시민단체 ‘국민의소리’는 지난 18일 LH 규탄집회를 열고 공직을 활용한 부당 이득 환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임직원은 기관의 필요성에 답해야 할 것이다”며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과거 주택공사·토지공사로 회귀하거나 기능별로 조직을 5개로 나눠 지자체에 권력을 분산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LH 투기 논란 이후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잇따라 발의됐다. 1가구 1주택 보유를 원칙으로 무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주거기본법 개정안과 미공개 정보를 통한 부당 이득 전액 몰수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LH 사장이 직원 토지거래 정보를 전수조사하는 법안을 통해 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겠단 내용도 담겼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LH 투기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특검 도입을 합의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구성 전 검찰을 우선 투입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단 입장이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자 투기·부패근절 대책회의를 열어 ‘공직자 투기 및 부패방지 5법’을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법안은 △공공주택특별법△공직자윤리법△부동산거래법△이해충돌방지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으로 구성됐다.
한편 프랑스에선 정부의 독자적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협력해 공공시설 건설을 계획한다. 조직을 인력 관리 부서와 사업 실행 관리 부서를 나눠 권력을 분산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지방정부에 토지를 강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개발이익을 모두 징수하는 개발부과금 제도를 도입해 개인의 부정 이익 취득을 막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례처럼 LH가 국민 정서에 호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협의양도인택지 공급제도: 공공택지 수용지역에 1000㎡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그 지역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단독주택용지를 우선 분양받는 제도


김현익 기자 01hyunik@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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