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의 세상은 책장 속이었다. 부모님이 책장 속에 넣어주시는 책 한 권 한 권이 나에겐 크나큰 우주였고 꿈을 뿌리내리게 해준 나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는 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던 것 같다. 단어 하나하나가 만들어주는 문장과 세계가 그려내는 풍경들이 어린 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날 성장시켜줬다.
중학생이 돼서 비로소 글이 나에게 준 매력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난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나의 꿈이 마음 한 켠에 싹튼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삶이 어느 순간 날 벼락에 세워놓을 때마다 줄곧 글에게 기대게 됐다. 일기장 위에 메모장 위에 쏟아낸 내 마음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갔다. 이때였을까. 글쓰기는 나의 위로이자 나의 무기가 됐다.
또 고등학교 시절엔 입시를 위해 평일엔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읽으며 독후감과 보고서들로 나의 의견과 학술적인 내용을 잘 쓰는 법을 연습하게 됐다. 동시에 주말이 되면 블로그(Blog)에 내 일상과 머릿속 생각을 적어내려가며 나만의 문체와 목소리를 찾아가는 연습을 했다. 평일과 주말을 오가며 멈추지 않던 나의 글에 대한 열망과 애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밑바탕이 됐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글은 나에게 단순히 소통의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세상과 마주하는 나만의 방식이었고 내 안의 이야기를 나에게 묻고 또 들을 수 있게 해주었으며 때로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게 해주는 등불이기도 했다. 책장을 넘기며 다른 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펜을 들어 내 이야기를 써내려갈 때마다 내 안에 나를 알아가며 조금씩 더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챙기게 되었다, 글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나다움으로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용기를 얻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우리 학과 학회인 오발칸(Oh! Balkan!) 블로그 팀장을 맡으며 처음으로 나를 위한 글이 아닌 우리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위한 글을 쓴단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그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해 지금 외대학보 기자가 되며 나의 글쓰기 여정은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에 접어들었다.
이렇듯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방황과 꿈이 공존했던 청소년기를 지나며 나는 글을 통해 조금씩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나만의 여행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스스로를 치유하며△내 안의 꽃을 피우고△다양한 경험△책을 읽으며 내면을 키워가며 나만의 색깔을 찾아온 이 모든 과정들이 지금의 나를 온전한 모습으로 성장시켰다. 글 속에서 자란 아이가 이제는 글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어른이 됐다. 이 꽃을 다 피울 때까지 나는 글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나만의 용기들과 진실을 담은 진심 어린 나의 글들로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내 사명이 됐다. 앞으로도 나의 이러한 여행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