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영화 ‘원스(Once)’의 감독 존 카니(John Carney)가 연출한 음악 드라마 작품으로 명문 음반사와 계약한 연인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Greta)의 상처와 현실 앞에서 좌절한 음악 프로듀서 댄(Dan)의 만남을 그린다. 영화는 뉴욕의 골목골목을 배경 삼아 순수한 음악을 추구하는 두 사람이 함께 앨범을 만들며 치유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명문대 음반사와의 계약을 꿈꾸며 뉴욕에 온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데이브(Dave)와 함께 새로운 꿈을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타가 돼가는 데이브의 음악은 점차 상업적 음악으로 변한다. 결국 데이브는 그레타의 음악이 더이상 필요 없다며 다른 여인의 품으로 떠난다. 그레타는 자신의 전부였던 △공동의 음악△사랑△함께한 꿈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날 밤 뉴욕의 한 바에서 술과 상처 속에 부르던 그레타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 있다. 한때 천재 프로듀서였지만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되고△아내와 이혼을 앞두고 있으며△사춘기 딸과도 소원해진 댄이다. 그는 그레타의 노래에서 세공되지 않은 원석 같은 빛을 발견한다. 그 빛은 자신도 음악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순수함이었다다. 댄은 현실의 침묵을 깨고 그레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처음에 주저하던 그레타는 댄의 진심 어린 설득에 이내 응한다. 하지만 둘이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돈△대형 음반사의 지원△정식 스튜디오 없이 작업이 진행됐지만 댄과 그레타는 뉴욕 전역을 스튜디오 삼기로 결정한다. △건물 옥상△고가도로 아래△지하철 역△허름한 골목과 같이 뉴욕 곳곳에서 그들은 거리 뮤지션들을 불러 모아 순수한 열정 하나로 음악을 만들어간다. 때론 경찰에 쫓기고 때론 주민들에게 방해받으면서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과정이 순수했고 그것이 가장 진정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상처받은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다시 일어선다는 데 있다. 그레타는 댄과의 작업 속에서 데이브의 배신이 자신의 음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반대로 댄은 그레타와의 협력 속에서 상실했던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족과의 관계를 되찾는다. 댄의 딸은 아버지와 함께 그레타의 곡을 연주하며 화해의 시간을 가지고 전 아내와도 공유할 추억이 생긴다. 영화는 상처란 영원하지 않으며 때로 옆에 있어줄 누군가의 음악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하다. 세상이 상업성을 요구하고 성공을 정의할 때도 누군가는 순수한 음악을 지키려 한다. 인기를 포기하고 진정성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도 두 사람은 뉴욕의 거리에서 그것을 해낸다.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하는가? 누가 우리를 평가하는가?’라고 묻는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1달러로 앨범을 유통하는 순간 하나의 이어폰으로 나눠 듣던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된다. 상처 위에 피어난 노래는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울린다.
이해봄 기자 11haebo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