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떠올렸을 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비싼 물가가 떠올라 ‘스위스가 유학을 하기 적합한 곳일까’란 고민이 들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보고 싶어 호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루체른(Lucerne)에 있는 대학교에 지원했다. 스위스는 △독일△이탈리아△프랑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버스나 기차로 쉽게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단 점이 신기했다. 덕분에 학기 중에도 △독일△비엔나△영국△이탈리아△프랑스△핀란드△헝가리 등에 다녀올 수 있었다.
기숙사는 혼성으로 5명씩 배정된다. 각자 방이 있고 거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방식이라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룸메이트들과 요리를 해 먹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좋았다. 매일 기숙사 창밖으로 보이는 필라투스 산(Pilatus)과 리기산(Rigi) 그리고 시간 맞춰 밥 먹으러 나오는 양 떼와 염소들을 보며 스위스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스위스는 외식비가 특히 비싸 외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교환교의 친구들과 처음 스위스 대표 음식인 퐁듀(Fondue)를 먹으러 갔다 치즈와 감자만 먹었는데 인당 5만 원이 나와 충격을 받았다. 이후 룸메이트 중 스위스 현지 친구가 직접 해주는 퐁듀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스위스를 방문하게 된다면 퐁듀 말고도 다양한 재료에 치즈를 녹여 얹어 먹는 라끌렛(Raclette)을 한 번쯤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연환경이 풍부한 곳인 만큼 등산이나 러닝과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모였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경험은 교환학생 친구들과 다 같이 그린델발트(Grindelwald)로 등산하기로 했던 날이다. 가기 전날까지도 ‘등산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는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함께 간 친구들 한 명도 빠짐없이 7시간의 등산을 무사히 마쳤다. 그린델발트의 정상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가 있어 관광객이 많은 장소이지만 보통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바로 이동해 등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사람 없이 한적하고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스위스는 교통비가 비싸지만 그만큼 기차 시스템이 잘 돼 있다. 열차 지연이나 취소로 악명 높은 주변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그렇다. 스위스 도시들은 반나절이나 하루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 당일치기로 기차여행을 다니기 좋다. 기차 이동 중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너무 아름다웠기에 기차를 타는 것 자체도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졌다. 길게 스위스에 머무를 계획이 있다면 모든 교통수단을 절반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하프 페어 패스(Half-fare Pass)를 추천한다. 더불어 저녁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무제한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트 패스(Night GA Pass)를 같이 구매한 것이 교통비를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스위스에서 한 학기를 살아본 경험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교환학생을 갔을 때 고민 되는 상황이 있다면 뭐든 용기 내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6개월이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후회 없는 교환 생활을 즐기고 오길 바란다.
김예은(중국중언문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