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를 시작으로 대학가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AI가 도입된 지 3년이 흐른 시점에서 우리학교에도 부정행위란 새로운 문제점에 직면하며 기술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현황△AI 부정행위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현황
이번 논란은 연세대에서 벌어진 부정행위로 시작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 연세대 3학년 수업 ‘자연어 처리와 챗GPT’ 중간고사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후 △고려대학교△동국대학교△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에서 잇따라 동일한 유형의 부정행위가 적발되며 대학가에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우리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월 비대면 시험으로 이루어진 우리학교의 한 교양수업에선 일부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단 글이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을 통해 전해졌다. 시험뿐 아니라 보고서와 같은 과제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례가 존재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제 및 프로젝트 등을 위한 자료검색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대학생이 91.7%에 달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처음엔 많은 양의 과제를 감당하기 어려워 AI 사용을 시작하게 됐다”며 “경쟁사회에서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아서 계속 의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수기 우리학교 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학생들이 성적에 대한 불안심리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며 “그러나 한편으론 학생들이 AI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해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외대학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보고서 제출 과제에서 AI를 활용해 본 적 있다는 답변이 83.3%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한편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사태에 대해 우리학교 교수 B 씨는 “AI가 상용화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그 도덕성의 책임은 부정행위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막지 못한 교강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AI 부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이처럼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론 AI 부정행위 기준의 모호성과 평가방식의 환경을 꼽을 수 있다.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에 AI를 학습보조 도구로 사용한 것인지 혹은 부정행위를 위해 활용한 것인지에 대한 감별이 어렵단 것이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6월 조사한 결과 국내 대학들 중 AI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곳이 77.1%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의원실 발표에서도 구체적인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국립대는 △국립한밭대학교(이하 국립한밭대)△충남대학교△한국체육대학교 단 3곳에 그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순 선언에만 그치며 실효성이 떨어진단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전북대학교는 학생이 지켜야 할 AI 활용 원칙으로 △기술 발전에 맞춘 지속적인 학습 방법 개선△목적에 부합한 활용△윤리적 활용△자기 주도적 AI 활용△활용 결과의 정확성 검토△효과적인 AI 활용 방법 모색 등을 제시했지만 모두 학생 자유의지로 맡긴단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우리학교 역시 마찬가지로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학사종합지원센터는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타 대학의 AI 부정행위 사례를 인지하고 있으며 우리학교 또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개설되는 대형강의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리학교를 포함해 부정행위가 발생한 대학들 중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대형강의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부정행위가 발생했던 우리학교 비대면 교양과목 역시 수강인원이 최대 100여 명으로 시험 관리 감독이 어렵단 지적이 제기됐다. MBC뉴스에 따르면 이러한 비대면 대형강의가 지속적으로 개설되는 이유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강의실 관리 비용 절감과 강사료에 수강생 인원 할증이 붙는 것을 꼽았다. 결국 학교 측의 비용절감과 강사진의 이익증진이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현재까지도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험환경 속에서 답을 내기 쉬운 단답식 및 객관식의 시험유형이 더해지며 학생들에게 비대면 시험은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우리학교 재학생 C 씨는 “감독자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험 창 옆에 AI 화면을 띄워놓게 된다”며 부정행위의 현실을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기술의 발전을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AI와 대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공존하기 위해선 굳어진 기존 교육제도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I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한다면 지속적인 부정행위가 줄어드는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국립한밭대의 경우 구체적인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어 출처 미표기 시 주의 조치가 내려지며 AI 결과물을 무단 제출할 경우엔 성적 불이익 또는 논문 심사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 결과물 표절 및 위조가 확인된 경우엔 논문 철회 및 학위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때 부정행위가 적발됐던 중앙대학교의 경우도 교수자용 및 학습자용 가이드라인을 분리해 제시할 뿐 아니라 교수자에게 △교수자의 사전 승인 또는 출처 표기 후 AI 사용 가능△자유롭게 AI 사용 가능△AI 사용금지 등 총 3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해 강의계획서에 필수적으로 명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을 참고해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만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이드라인이 단순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체크리스트 형태로 제정하여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 차원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AI 가이드라인 역시 확립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이광복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개별 대학 차원을 넘어 정부와 학계가 협력해 범국가적 ‘AI 연구 및 활용 표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부정행위 적발 시 강력한 제재 방안△AI 생성 데이터의 검증절차 및 기준 확립△AI의 연구 참여 역할 한계 명시△AI 활용 시 투명한 출처 표기 의무화를 주장했다.
단답식 및 약술형 시험문제의 비율을 늘리고 트러스트 록(Trust Lock) 기능을 도입한다면 비대면 대형강의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수업방식은 비용절약과 시공간 제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단 긍정적인 점도 존재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경우 시험 관리감독이 어려워 부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트러스트 록은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으로 시험 화면과 외부 프로그램의 동시 실행을 차단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사전에 설치한다면 시험감독 인원 없이도 시험을 치룰 수 있단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기기 동시 접속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시험문제의 비율을 늘리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B 씨는 “역사와 같은 인문학의 경우 서술형을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며 단답형이나 약술형 문제 수를 늘리고 시간을 제한두는 방법도 가능하다”며 “제미나이(Gemini) 기준 AI가 추론모드로 답을 형성하는 데 보통 30초 내외가 걸리는데 20문제를 냈다고 가정하면 답을 추론하는 시간만 10분이 걸리기 때문에 문제 수를 늘리고 시간을 줄인다면 AI를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부정행위의 수단이 종이에서 전자기기로 변화하면서 이제는 AI가 중심이 된 가운데 하루빨리 진리의 상아탑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이하은 기자 11ha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