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in, Hamburg!

등록일 2025년11월05일 12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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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부터 ‘언젠가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그렇게 난 우리학교 독일어통번역학과에 입학했고 이중 전공으로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처음 접한 독일어는 어렵고 복잡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언어였다. 그래서 방학에도 독일어 학원에 다니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 학과 수석으로 전액 장학금까지 받았고 독일어 자격증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꿈에 그리던 1년 간의 독일 교환학생 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막상 독일에 와보니 내가 지금껏 교과서로 배웠던 독일어가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첫 2주간은 한국에서 생각했던 내 실력과 현지에서 느껴지는 내 실력 간의 차이를 받아들이기 급했다. 어느 정도 독일 생활에 적응하고 나서야 새로운 표현과 단어들이 귀에 들렸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내 교환학생 생활이 시작됐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함부르크(Hamburg)에 있는 함부르크 대학교다. 함부르크 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학과’가 있단 것이다. 덕분에 나처럼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독일 학생 간 교류 행사가 많다. 내가 독일에 와 가장 먼저 사귄 친구들도 한국학과 학생들이다. 대부분의 한국학과 학생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에 서로 좋은 언어 교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행사를 통해 친해진 친구가 자신의 집에 초대해 줘 그 친구의 집에서 같이 김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독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에 갔던 것이다.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에서 열리는 맥주 축제로 전 세계에서 매년 600만 명이 찾는 독일에서 가장 큰 축제다. 난 함께 교환학생으로 온 우리학교 학생들과 이 축제에 참여했다. 함부르크는 독일의 북부 지역이라 뮌헨까진 기차로 6시간이 걸린다.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뮌헨까지 가서 즐긴 옥토버페스트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술이 핵심인 축제다 보니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가보니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겼다. 한 손으로 들기도 버거운 1리터짜리 맥주잔을 들고 처음 보는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독일의 건배사인 ‘프로스트(Prost)!’를 외치던 그날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난 여유를 모르고 살았다. △과제△대외 활동△수업△알바 뭐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독일에서 7개월을 살며 점차 여유를 누리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아무 공원에나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고 좋아하는 빵인 메트브뢰첸을 먹으며 계획 없이 기차여행을 떠나보기도 했으며 고민이 있을 땐 알스터(Alster)라는 함부르크의 호수를 바라보며 두 시간이 넘도록 홀로 사색에 잠겨보기도 했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던 내 인생에서 1년이라는 휴식이 주어지니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도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교환학생 생활의 절반이 넘어가고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된 지금은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일이라는 나라와 함부르크라는 도시에 푹 빠졌다. 항상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난 작은 희망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 됐고 늘 하던 것만 하려고 하던 난 새로운 것에 조금씩 도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지금 내가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변화들이 앞으로의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되는 요즘이다.

 

 

장은솔(통번역독일어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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