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에타는 학교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다루며 대학생 간 소통 창구로 이용된다. 실제로 에타 내에서 활발한 의견 개진과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내 자치활동에 대한 재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에타가 거의 유일한 여론 형성의 장이 돼가고 있다. 이에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의 현주소와 학생자치활동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란
에타는 같은 학교 학생끼리 사용하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다. 학교 인증을 통과해 가입한 학생이 직접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하는 체제로 전국 약 400개의 대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약 360만 대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에타에선 대학 생활에 필요한 △강의평가△교내 소식△시간표△학점 계산 등을 다양한 기능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대외활동을 찾아볼 수 있고, 교내 자치활동에 대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시간표를 짜기에도 편리하다. 수강신청 기간엔 재학생이 작성한 강의평가를 참고할 수 있어 유용하다. 또한 중고 서적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외에도 △다른 이용자와의 1:1 쪽지 기능△수업 일정 알림 기능△학사 공지와 일정 조회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곳에선 단순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익명이란 점을 이용해 평소 주위에 털어놓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김도원(중국·중외통 20) 씨는 “선배에게 직접 물어보기 곤란한 질문을 에타에서 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 익명 커뮤니티와 학생자치
에타 이용자는 익명으로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을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러나 익명성을 가면 삼아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사용된 글도 발견된다.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거짓 정보를 담은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우리학교 에타엔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캠퍼스 간 분란을 일으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또한 재학생 간 ‘강의 매매’도 에타에서 이뤄지고 있다. 장터게시판에선 중고 물품 거래 사기가 발생한다. 이외에도 △수업 필기와 시험 관련 정보를 사고파는 글△특정인을 저격하는 글△학내 사건·사고 글 등이 꾸준히 올라오며 각종 논란이 인다.
이렇듯 에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자유롭고 활발하게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이뤄지고 있단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해 우리학교 에타에선 △비대면 수업 전환 여부△융합인재대학 설립△특별장학금 편성 등 학내 중요 사안에 대한 많은 얘기가 게시됐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그러나 폐쇄적인 성격을 띠는 에타 특성상, 게시판 내에서 거론된 얘기가 변화의 키를 쥐고 있는 학교에 직접 전달되긴 힘들다.
학교에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각 대학마다 학생자치가 있다. 우리학교 재학생은 △전체학생정기총회(이하 정기총회)△총장과의 대화△총학생회장단(이하 총학) 투표 등을 통해 학생자치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에서 각각 총장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당시 참여 학생 수는 눈에 띄게 적었다. 각 캠퍼스 총학과 학내 언론 등의 인원을 제외하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학생이 참여했다. 특히나 참여율이 저조했던 글캠의 경우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이 아니었고, 통학생의 경우 셔틀버스 시간으로 인해 참석의 어려움이 있었단 점을 감안해도 적은 수였다. 물론 재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한 총학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학생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재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다른 행사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재학생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한 대표적 행사인 정기총회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기총회가 개의되기 위해선 전체 재학생의 10% 이상 출석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이에 필요한 정족수는 지난해 기준 각각 설캠 826명, 글캠 678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7일 설캠 오바마홀에서 진행된 정기총회는 400여 명의 재학생이 참여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바 있다. 같은 날 글캠은 백년관 컨퍼런스홀에서 정기총회를 실시했으며 700여 명의 학생이 모여 성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참석 인원이 이탈해 모든 안건이 의결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학생의 주장과 요구는 학교 측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
일 년간의 학생자치를 이끌어갈 총학이 선출되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지난해 설캠은 제52대 총학 ‘푸름’의 임기가 끝난 후 총학 후보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자리를 잠시 대체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글캠 제41대 총학 선거에는 유권자 6,950명 중 3,156명이 참여해 총 투표율은 45.36%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각 단과대나 다른 교내 자치단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실질적으로 입후보나 투표와 같은 직접적인 학생자치에 참여하는 인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처럼 우리학교 재학생의 실제 학생자치 참여율은 저조하다. 학교에 실질적 변화를 촉구하기엔 거리가 먼 익명 커뮤니티인 에타에서만 활발한 논의가 오가는 실상이다.
◆ 나아가야 할 방향
김나현(서양어·프랑스어 15)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김 회장)은 에타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인 만큼 그곳에서 나온 총학에 대한 의견도 존중함을 전했다. 하지만 에타에 대해 직접적인 관리와 소통을 하기엔 힘듦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에타 이외에도 총학에서 운영 중인 제보 창구가 많다”며 “△공식 채널△홈페이지△SNS 등을 통해 직접 들어온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에게 이러한 창구의 적극적인 활용을 장려했다. 박장원(자연·화학 17) 글캠 총학생회장(이하 박 회장)은 “에타는 학교 웹메일만 있으면 이용 가능한 곳이라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외부인△교직원까지 있기에 이곳에 올라오는 것을 정회원의 공식적인 의견으로 바라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재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총학에선 설문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
우리학교 설캠 학생지원처 관계자는 에타 내의 글을 직접 보진 않지만, 설캠 총학과 회의 시 관련 의견을 전달받고 있다. 학생지원처는 설캠 총학을 통해 학생의 의견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글캠 학생지원처 관계자는 “교내에 재학생이 요구 사항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은 학생지원처에 직접 전화하거나 학교 홈페이지 민원사항에 글을 작성하는 것뿐이다”며 학생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음을 시사했다.
한 에타 이용자는 우리학교 입시에 관한 다른 이용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실제 우리학교 입학처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어 해당 면담을 정리해 에타 게시글로 올렸다. 익명의 재학생이 대표의 역할을 맡아 의견을 전달한 경우다. 또한 지난 8월 2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선 ‘한국외대 소통하라’란 문구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는 에타 내 이용자에 의해 시작됐다. 학교 운영에 불만을 가진 재학생이 에타에서 나누는 의견을 학교 측에 전하고자 행동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경영·경영 16) 씨는 “에타에서만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닌 에타 내의 의견이 외부로 전달되는 사례가 더 많아졌음 좋겠다”고 전했다. 전혜수(사회·미디어 19) 씨는 실제 학생자치보다 에타에서 활동이 더 활발한 이유로 △익명성 보장△물리적 시간·비용 절감△편리성 등을 들었다.
학교 운영에 재학생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선, 익명 커뮤니티에서의 역동적인 참여가 학생자치 현장으로 이어져야 할 때다.
김하늘 기자 01haneu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