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만 아름답던 러시아

등록일 2021년05월08일 16시5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나는 7+1 파견 프로그램으로 2019년 8월부터 7개월 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머물렀다. 어학 능력 향상을 위해 1년을 계획해 떠났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다. 어학당에서 공부하며 현지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 무산됐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면 매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모든 감각이 곤두선다. 어학당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 긴장이 풀려 금세 피곤해진다. 외국 생활이 마냥 자유롭고 기쁘단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외롭고 억울한 상황도 종종 벌어졌다. 언어가 서툴단 이유로 종업원의 비웃음을 받았고 동양인이란 이유로 갑자기 다가와 알 수 없는 큰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지에 가는 이유는 생생한 언어를 배우고 온몸으로 문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 밖에 나가면 어학 수업이 시작된다.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마트에서 계산할 때△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걷고 있을 때 우연히 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러 상황 속에서 살아있는 언어를 맛보다 보면 그것들이 몸에 축적되고 언어 실력이 늘어 있다. 외국 생활 6개월이면 귀가 열리고 또 6개월 보내면 말이 트인다고 한다. 실제로 난 현지에 있을 동안 듣기 실력이 폭발적으로 향상됐다.
모스크바엔 크고 예쁜 공원이 많다. 난 틈날 때마다 주변 공원에 가서 산책을 했다. 난 수많은 공원 중 기숙사와 가까운 ‘고리키 공원’을 가장 좋아했다. 가을엔 잔디밭에 놓인 선베드에 누워 여유를 만끽하기도 하고 강 위로 가로등의 불빛이 어른거리는 풍경을 보며 걷기도 했다. 겨울엔 대부분의 모스크바 공원이 야외 아이스링크를 만든다. 베데엔하 공원과 고리키 공원의 아이스링크가 제일 화려하고 넓었다. 덕분에 오후 4시가 되면 러시아의 긴 겨울을 즐겁게 보냈다. 또한 모스크바 중앙에 위치한 ‘붉은 광장’엔 축제가 자주 열린다. 하나의 축제가 끝나면 연이어 또 다른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의 성격에 따라 공간을 조금씩 다르게 꾸며놓는데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12월 초부터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며 놓은 곳을 거닐며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교환 학생을 준비 중이지만 향신료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약간의 조언을 하고 싶다. 러시아의 대부분 요리엔 향신료인 고수나 딜이 들어가 먹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주문 시에 향신료를 빼달라고 말해야 한다. 생활할 땐 힘들었지만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드나들 수 있길 바란다.


글·사진 이담빈 (서양어·노어 17)

관리자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