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가 가진 18조 원가량의 주식이 직계존속에게 상속될 시 10조 원이 넘는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대기업 경영 존폐가 우려된단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상속세에 대한 여론이 대립 중인 가운데 민법과 경제학 전공 학자인 가정준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상속세제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Q1. 상속세의 정의와 납부 및 산정 방식을 설명해주세요.
상속세란 사망자 즉 피상속인이 유언·법률에 따라 상속인에게 재산을 이전할 때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상속인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6개월 내 피상속인 주소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해요. 상속인에겐 순상속재산에 따라 정해진 세율을 곱한 금액이 상속세로 부과되죠.
순상속재산이란 상속재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만약 피상속인이 사망하며 상속재산 10억 원과 부채 4억 원을 이전했다면 순상속재산은 6억 원이 돼요. 상속세율은 순상속재산의 규모가 클수록 누진적으로 증가합니다. 즉 상속된 재산이 많다면 자연스레 상속세 또한 큰 금액이 부과되죠.
Q2. 상속세제의 목적은 무엇이며, 현재 상속세제는 목적에 부합하고 있나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상속세제 목적은 부의 세습과 집중을 막고 균등한 분배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에요. 상속세 납부 대상자는 우리나라 국민 중 극소수에 해당합니다. 이들 상속에 세금을 매겨 국민을 위해 사용될 세수 조달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상속세 세수 비중은 전체 국세의 약 1%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세를 활용해 소득재분배를 온전히 달성하긴 어려워요. 상속세의 이상인 빈부격차 완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적연금△재정지출△조세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적연금과 재정지출 효과는 일정 기준에 도달 혹은 향상하는 데 비해 조세 분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효과를 보이고 있어요. 결국 소득재분배 효과 상승을 위해선 전체 세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에 집중해야 합니다.
Q3. 최근 상속세제 찬성과 반대 측 사이 대립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양 측 주장의 근거가 어떻게 되나요?
상속세제를 찬성하는 사람은 상속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은 상속세를 징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다른 세금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지적해요. 상속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피상속인 소유의 부동산·부채 등을 계산하는 데에 큰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죠. 상속세가 다른 세금보다 징수비용에 있어 비효율적이란 겁니다.
이들은 이중과세 문제를 비판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0억 원 상당의 집을 소유할 때 그는 이미 △보유세△소득세△양도세△취득세 등 다양한 세금 납부 의무를 지닙니다. 피상속인이 이 의무를 완료해 그 집의 소유권을 얻더라도 피상속인의 사망 시 상속인은 그 집에 대한 상속세를 피할 순 없어요.
Q3-1. 상속세제의 대안으로 자본이득세 도입을 주장하는 여론이 있습니다. 자본이득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자본이득세는 근로소득 외 자본자산의 매각으로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입니다. 주식을 통해 번 돈에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이와 같은 경우죠. 상속세의 역할을 자본이득세가 담당하는 거예요. 영국과 미국의 상속세가 적은 이유도 자본이득세와 같은 세금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본이득세를 소득세율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려고 해요. 자본이득세의 총액이 상속세의 총액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죠.
Q4.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55%의 상속세율을 가진 일본 다음으로 높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상속세율을 부과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국민의 상속세 찬성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상속세를 내는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1%도 되지 않아요. 상속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반면, 이에 찬성하는 사람은 절대다수입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상속세가 형성됐다고 생각해요.
또한 재벌을 향한 국민의 반정서도 무시할 수 없죠. 우리나라에서 재벌의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율은 60%에 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에요. 결국 국민의 감정적 판단이 상속세제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Q4-1. 우리나라는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때 주식평가액에 20%의 할증률이 붙습니다. 주식과 같은 특정 분야 상속에만 할증이 붙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할증 제도는 최소한의 개인에게 더 많은 상속세를 부과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개인재산엔 △동산△부동산△주식△현금 등이 있어요. 일반 개인의 재산은 현금·부동산이 주를 이루지만, 큰 부를 소유한 개인은 동산·주식이 주된 재산을 형성하죠. 물론 일반 개인도 주식을 보유할 수 있어요. 하지만 회사의 최대 주주가 될 정도의 큰 주식을 보유한 경우는 매우 예외적입니다. 이런 할증으로 소수 최상류층을 향한 선택적 세금 징수가 가능해지죠.
Q5. 한국의 상속세율이 높아 보이는 것은 명목세율일 뿐, 실효세율은 그리 높지 않단 지적이 있습니다.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에 차이가 있다면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궁금합니다.
명목세율이란 각 세법이 정하고 있는 세율입니다. 실효세율은 일정 소득에 각종 공제 및 감면을 거쳐 산출된 세율이죠. 즉 실효세율은 실제로 납부가 요구되는 금액을 일컬어요. 우리나라는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괴리가 큰 편이지만 상속세를 아주 많이 부담하는 사람들에겐 그 괴리가 의미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는 공제제도에 의거합니다. 만약 아내와 자녀 1명을 두고 50억 원 재산을 보유한 남편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는 30억 원, 자녀는 5억 원까지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50억 원 재산 중 아내와 자녀가 각각 법정 상속분 30억 원, 20억 원을 상속받는다면 아내는 공제제도로 인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죠. 하지만 자녀는 20억 원에서 5억 원을 뺀 15억 원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해요. 이렇듯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부가된 상속재산 중 일부 공제가 많습니다. 명목세율은 높아 보이지만 정작 실효세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이 또한 부부간 상속의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Q6. 앞으로 우리나라 내 상속세제에 대한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요?
세금 관련 제도의 목표 수정이 필요하단 사실은 분명합니다. 정치적 다수인 일반 국민은 상속세 완화에 대한 반발감과 재벌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경우가 많죠. 이를 따져본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장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상속세제 논의에서 가장 필요한 사안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만약 상속세를 폐지하더라도 다른 대안은 필요해요. 그 대안이 부의 세습과 집중을 막고 균등한 분배를 달성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상속세 납부 대상이란 가정하에 해당 제도를 평가하는 태도도 필요하죠. 감정적 주장을 최대한 배제한 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김민주 기자 01minj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