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 입학하며 목표했던 바는 교환학생이었다. 이번 해 초부터 준비한 7+1 프로그램으로 9월 초, 프라하에 오게 됐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다. 특히 “물보다 맥주가 싸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값싼 맥주가 널려 있다. 또한 현재 머물고 있는 학교인 ‘AAU(Anglo American University)’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단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개인적으론 몸도 마음도 바쁘게 움직였던 △서울에서의 생활△무게감 있는 우울과 방황△미래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비자 준비는 물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함께 오기로 한 다른 학생들이 교환학생 포기를 선언했다. 나 또한 갈등의 시간이 있었지만 포기할 용기가 없어 이곳에 왔다. 초반엔 외로움이 밀려왔다. 영어를 잘 못하는 탓에 주눅 들기도 했고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중세시대 건축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프라하 시가지의 건물들은 매일 봐도 무뎌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건축물은 예술의 정수이며 동시에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서 완벽하다. 그런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한 군데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은 꿈만 같다. 비록 체코의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악화돼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왠지 모르게 여유롭고 평화롭다.
매일 아침 초록으로 뒤덮인 햇살 쨍한 공원에서 운동하고, 룸메이트와 함께 요리하거나 포장해온 음식을 먹는다. 한국어 과외를 하거나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시간을 산책하고 사진 찍고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는 데 쏟는다. 일과에서 느낄 수 있듯 이곳 문화는 한마디로 느긋함이다. 조금 답답할 때도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여유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아쉬운 점이라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짼 아무래도 코로나19다. 심각해져 가는 바이러스의 여파로 거의 모든 곳이 문을 걸어 잠갔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경험하지 못할 것이 너무 많다. 그중 미술관에 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좋아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마음껏 감상하지 못해 안타깝다. 두 번짼 영어 실력이다. 이곳에서 영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음이 놀라웠다. 그렇지만 때때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단 것을 느낄 때 답답하고 미안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을 탓할 수밖에 없었고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누군가와 더 잘 이야기하고 싶단 이유로 열심히 공부해야겠단 다짐이 서 놀랍고 신기하다.
우리나라에 언제 돌아갈진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여행자△이방인△학생으로서의 이곳 생활이 더욱 값지다. 한편으론 우리나라에서 하던 고민을 여기서도 여전히 하고 있으며 완벽한 도피처는 없단 것도 알게 됐다. 마음속의 여유를 얼마만큼 가져가 남겨둘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모래알만큼 가져가더라도 모래시계처럼 쓰고 싶다.
글·사진 안유정(사회·미디어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