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윤 대통령은 해당 회의에서 물가 상승 해결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전 세계에 인플 레이션(inflation)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공급망△금리△ 환율이 요동치며 국내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손종칠 우리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초래한 영향과 대책에 대해 알아보자.
Q1. 지난 4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 비자물가지수(CPI)는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8.3%p 상승했으며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넘어서는 등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습 니다. 인플레이션이 세계적 추세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국의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 기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유동성 공급은 지금까지의 금융 및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사용돼왔어요. 이런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중반까지 1% 내외의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 문제가 △미·중의 무역갈등△우크라이 나·러시아 전쟁△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공 급망 위기 등 예전부터 지속된 공급 측면의 요인과 연결되며 인플레이션을 대폭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어요. 수요 측면에선 *리오프닝(reopening) 이 이뤄지며 수요 압력이 증가한 것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부동산 가격의 상승도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어요. 코로나19 시기 단기금리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만드는 주요국의 제로금리 정책은 △ 독일△미국△영국△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을 단기간에 급등시켰습니다. 부동산 가격 자체는 소비자물가에 직접 반영되지 않지만 시차를 두고 임대료에 영향을 주게 돼요. 따라서 임대료도 소비자물가 구성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인입니다.
Q2. 이번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 후 인플레이션 기세를 꺾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을 염두에 둬야 한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미 연준) 이사회 위원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해 초부터 이어진 ***빅스텝 기조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까지 언급 되고 있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미 연준이 중립금리를 바로 타겟팅(Targeting)할 수도 있지만 이 결정이 장기 균형수준으로 이행되기까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실물시장엔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위의 배경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선 2000년대 이후 정책금리 조절이 0.25%p로 관행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흐름을 보였던 것도 위의 이유 때문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정책금리를 대폭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1980년대 미국처럼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현재 미국처럼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선제적으로 안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빅스텝, 즉 0.5%p 인상을 단행했으며 더 나아가 자이언트 스텝 이야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Q2-1. 금리 인상 정책의 부작용이 궁금합니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 기업의 투자가 축소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금 리 인상은 대출 시 부담이 증가함을 의미합니다. 금융 시장 측면에선 △가 상화폐△부동산△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금리 인상은 유동성을 축소하고 이로 인한 시장 이자율 상승은 주가 하락 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2-2. 회의 후 미 연준의 발표에 따라 미국이 금리 인 상과 더불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양적 긴축을 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11월 미 연준이 테이퍼 링을 실시했는데 테이퍼링과 양적 긴축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테이퍼링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수도꼭지 주변을 테이프로 감아 물이 새는 구멍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하되 그 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죠. 양적 긴축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흘려보냈던 물을 다시 흡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와 주 택저당증권을 금융시장에 매각하는 사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막대한 유동성의 흡수와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규모 축소란 결과가 뒤따르게 됩니다.
Q2-3. 이번 물가 상승이 주로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 이란 판단하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 연준의 대처가 미온했단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요에 의한 인플 레이션과 공급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수요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활성화돼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가계가 소비를 늘려 재화와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보통 수요에 의한 인플레이션엔 정책금리 인상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공급에 의한 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입니다. 이땐 경기와 상관없이 국제 유가가 단번에 오르며 기업의 생산비용으로 전가됐고 결과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습니 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경기침체가 뒤따를 수 있어요.
Q3. 지난달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3월 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1%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p 상승 한 반면 이번 해 1분기 국내총소득(GDI)은 1.9%로 전 기 대비 0.6%p, 지난해 동기 대비 0.1%p 성장에 그쳤습니다. 물가 상승에 반해 소득이 감소하며 스태그플레 이션(stag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의 스태그플레이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에선 스태그플레이션보단 경제가 낮은 수준의 양의 성장률을 보이며 인플레이션은 중간 수준을 유지하는 슬로우플레이션 (slowflation)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해 초엔 리오프닝이 이뤄지고 보복 소비와 보복 투자 등 일정한 경기 확장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또한 지난 15년간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 속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에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 예측했어요.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인플레이션을 지속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단기간 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 따라 인 플레이션 실현 경로가 달라지겠지만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서 스태그플레 이션보단 인플레이션의 지속성과 강도가 더 높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Q4. 과거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했나요?
2000년대 이후엔 물가안정목표제와 정책금리를 통해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한 이자율 정책으로 대응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후 반부터 1990년대 IMF 외환위기 전까지 30년 동안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압축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를 배경으로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 력이 높았기 때문에 10% 전후를 넘나드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죠. 이에 IMF 외환위기 이후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되고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책 무가 명확해지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2011년까지 3% 내외의 낮고 안정 적인 인플레이션을 달성했습니다.
Q4-1. 우리나라는 현재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요?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0.25%p씩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을 봤을 때 우리나라가 미리 선제적으로 움직인 측면은 적절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최근 15년간 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의 기저를 이뤘던 요소들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요. 그동안은 △온라인 위주의 유통 구조△원유 수요의 대체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중국의 세계무역 기구(WTO) 가입 이후 값싼 제조품의 대량 공급 등의 요인이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리오프닝으로 인한 온라인 쇼핑 확장의 둔화 가능성△미·중 패 권경쟁△우크라이나 전쟁△중국의 GDP 성장으로 인한 저임금 저비용 제품 생산 어려움의 이유로 앞으로의 물가가 지난 15년의 낮은 인플레이션 시 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은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중립금리를 향해 맞추는 것이 유일한 수로 보입니다. 특히 공급망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기에 공급망 및 수입선 다변화 등 교역 관계를 고려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할 것 같아요.
Q5. 다른 나라는 현재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1990년대 이래로 인플레이션 안정은 오랜 기간 중앙은행의 책무로써 정 립돼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엔 유로존(Eurozone) 국가 간의 다양한 처지 등으로 인해 정책금리보단 우선 양적완화를 축소한 이후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예외적으로 일본의 경우는 지난 20년 동안 약한 디플레이션을 겪다가 최근에야 오랜 기간 목표로 했던 2% 내외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추세 가 더 지속적인지 여부를 살펴보며 가장 늦게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리오프닝 :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현상
**자이언트 스텝 : 금리를 한 번에 0.75% 올리는 것. 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금리는 0.25%씩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질 땐 이보 다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기도 함
***빅 스텝 : 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올리는 것
****대차대조표 : 특정 시점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자본△자산의 잔액에 대 한 정보를 보고하는 양식
한 비 기자 04hanb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