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세상을 색에 비유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각기 다른 고유한 색을 띠고 있다. 난 색안경을 쓰고 내가 판단하는 대로 겪은 일에 색을 지정하곤 했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던 습관으로 인해 나는 아픈 경험을 했다.
외대학보에 들어오기 전 난 색안경을 끼고 내가 본 세상만이 정답이라 믿었다. 그 마음은 내 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매사를 편견에 갇혀 판단하던 습관 이 기사에 반영돼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만 전달하는 기자의 본질과 멀어졌다. 사실 외대학보 면접 때부터 선배 기자는 이런 내 문제점을 예측했던 것 같다. 면접 당시 선배 기자로부터 내가 쓴 기사가 중립적이지 못해 수정이 필요하 단 답변을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내 글에 담긴 편견에 대해 고민했다.
정기자가 된 후 작성한 첫 보도 기사는 전면 수정이 필요했다. 기사 속에 정확 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작성했고 편향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수정 작업을 거치며 내 기사에 녹아든 편향된 색을 빼는 작업은 힘들었다. 편견이 빠진 객관적인 기사를 작성하리라 결심했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의 발행을 거치며 내 글이 점점 객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네 번째 신문 발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취재를 위해 작성한 설문지에 담긴 내 편향된 질문이 취재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그 애정 어린 비판은 사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의 필요성을 잊고 있던 내게 경각심을 줬다.
6개월 동안 몇 번의 발행을 거쳐 정기자 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됐지만 아직도 기사에 사실만을 작성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내가 색안경을 쓴 걸 인식한 것만으로도 외대학보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학내 기자 생활 동안 얼마나 더 예기치 못한 순간이 펼쳐질지 두렵지만 한편으로 내 기사가 어떻게 변화될 지 기대된다. 앞으로 내 문제점을 잊지 않고 발전시켜 모두에게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학내 기자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