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 살아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 ‘쇼코의 미소’는 한국인 ‘소유’와 일본인 ‘쇼코’ 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그간 다른 사람들과 맺어왔던 관계를 돌 아보게 한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쇼코가 소유의 집에서 일주 일 간 머물며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쇼코의 등장으로 소유의 집 엔 활력이 돈다. 쇼코가 오기 전까지 소유의 할아버지와 엄마는 밥을 먹을 때조차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쇼코가 나타나자 집안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바뀐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소유의 할아버지는 쇼코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애정표현에 익숙하지 않던 소유의 엄마 역시 활기있는 나날을 보낸다. 쇼코는 일본에 돌아가서도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냈지 만 쇼코가 대학에 입학하며 더 이상 소유네 가족에게 편지가 오지 않는다. 쇼코의 편지가 끊겼을 때부터 소유는 이상한 공허함을 느끼고 잊히지 않길 바라는 정신적 허영심을 자각한다. 그는 그제서 야 자신이 쇼코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이길 원했다는 걸 깨닫는다.
소유는 멀리 있는 쇼코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다. 이렇게 누군가의 사랑을 원하면서도 그는 가까운 가족인 할아버지와는 서로 사랑을 주고 받지 않는다. 쇼코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소유의 욕구는 사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충족되지 못한 사랑을 멀리 있는 사람에게 바라는 일종의 결핍일지도 모른다. 소유가 쇼코에게 바란 것처럼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는 결국 사랑받고자 하는 욕 구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남기 위해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보통 사람들은 사랑을 받기 원하고 주려하진 않는다. 하지만 사실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 의미가 더 커지며 사랑을 서로 주고받을 때 그 사랑은 배가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봐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는 데에 인색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남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자신만을 위하는 개인 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 지 않고 정을 덜 주는 사람이 관계의 우위를 차지한단 사고가 만연 하다. 이 분위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서로 먼저 사랑을 표현하고 마음을 내어줘 우리 사회가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되길 바란다.
김예주 기자 05yej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