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시대,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록일 2022년09월28일 18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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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서 정부가 공립학교 교원 정원을 줄인다는 소식이다. 올해 2022학년도에 34만 7888명인 교원이 2023학년도에는 34만 4906명 으로 감축된다 한다. 이를 두고 논의가 분분한데, 사실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감소 국가다. OECD 국가의 평균 출 산율이 1.59명인데, 우리나라는 0.81명이다. 인구 감소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이웃나라 일본이 1.33명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50년 후에는 3천 8백만 명이 감소 할 것이라니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이런 아찔한 현실 앞에서 해외의 한 언론은 ‘한국 여성 출산 파업 중’이라고 보도 했는데, 인구감소 문제를 두고 여성의 결단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회성 출산 장려금을 주는 정책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장 려금에 기대어 아이를 낳겠다는 여성은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인구감소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문제가 되었고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으리라는 위기감이 이미 실감되는 시절,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대학의 생존과 관련된 현실적인 자구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치와 역량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학의 역할 을 차분히 되짚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기르지 못한 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삶의 비전을 그 사회가 심각히 결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는 단순한 소득의 문제도 아니다. 이 질문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잠재적 역량 과 가치를 기본에서 되묻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 끝도 없는 거친 경쟁과 일회성 의 면피, 혐오와 배제가 난무한 사회에서 누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까? 이런 곳에 서 어떤 건강한 지표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꿀 수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미국의 법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은《 역량의 창조》란 책에서 사회의 평균적 지표를 올리는 것만으로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다양성과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면서 각자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량은 한 개인의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잠재성까 지도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식의 낡은 가치를 좇을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잘 키워 나가는 방향으 로 교육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사회적 약자△젠더△장애인△노인△동물의 권 리△보살핌의 중요성△환경 윤리△헌법과 정치 구조의 문제까지 직시하는 힘, 사회의 현재적 문제를 진단하고 미래의 가치를 주도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해 지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인구 절벽 시절에 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그러므로 대학이 개인 과 사회의 역량을 재창조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그를 위해 무 얼 해야 하는가로 바꿔 물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역량을 공동체의 역량과 연결하 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이 빅데이터 교육 등 기술적 역량 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 즉 스몰 데이터에 근거한 해석 작업 또한 잠재성을 키우는 데 있어 필수적이 기에 대학의 인문교육이 감당할 몫은 여전히 적지 않다.

45개의 다양한 언어 안에서 융합 미래교육을 표방하는 우리대학의 가치와 중요성 이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이 주제를 두고 고심하던 금요일 한낮 학보사에 들러 기사를 마감하는 기자들을 만났는데 모두 자기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는 얼굴이 진지하고 환했다. 신나는 일이 많지 않은 시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만나니 누추한 일상이 빛으로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빛 은 내 개인의 열망을 공공의 책무와 맞추어 나가는 조화에서 나온 것이었다. 학생과 교수자의 개인적 역량이 공동체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면서 이 사회를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 어떤 위기 앞에서도 대학이 포기하지 말아야 할 교육의 비전이자 가치이다.

 

 

·정은귀(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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