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기획재정부가 다음 해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 폐)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고유 사무에 더이상 국가 재정을 쓰지 않겠단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역외 소비의 유출을 막고 지역 내 소비자 유인책으로 기능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측면도 존재한다. △지역화폐의 현황△지역화폐의 실효성△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지난 8월 30일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정부는 다음 해 지역화폐에 대한 지원액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는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시적으로 지역화폐를 지원했으나 그 효과가 미미했단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앞으로 해당 사업을 이어갈 의향이 있다면 자체적인 예산만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자체 재원만으로 지역화폐 사업을 운영하기 어렵단 판단하에 인천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지역화폐의 할인 혜택을 줄이고 있으며 대전광역시와 일부 지자체는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화폐란 지역 내 가맹점에서 결제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할인하거 나 캐시백 등으로 돌려주는 대안 화폐이자 상품권으로 △모바일형△지 폐형△카드형 등 다양한 발행 형태를 가진다. 지역화폐는 1832년 영국 의 노동증서*에 유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IMF) 이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지역화폐가 도입됐다. 오늘날 지자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 상품의 소비와 유통을 촉진해 낙후된 지역의 경제를 순환 시키는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이러한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해 해당 지자체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화폐의 유통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구입을 유도하기 위해 상품권을 5~10% 할 인해 발행하는 방식과 △아동수당△양육수당△재난지원금 등의 정부 지원금을 지역 화폐로 대체·전환하는 방식이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 지역화폐의 발행 액수는 1,000억 원이며 정부는 그중 10%인 100억 원을 지원했다. 당시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지 자체는 66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발생한 2020 년부턴 발행 및 국고 지원 규모가 대폭 확대되며 이에 따라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자체도 늘어났다. 지난해 지역화폐의 발행액은 20조 2,000억 원 규모였으며 정부의 지원도 1조 2,522억 원으로 증액됐다. 지난해와 이번 해까지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지자체는 232곳이다. 우리나라 지자 체 총수가 243곳인 점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화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화폐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
지난 2020년 12월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지역화폐가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비판 적인 논의가 존재한다. 지역화폐의 예상 효과는 지역 내 소비자들의 지출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조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지역화폐의 기능은 사회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지역화폐의 사용으로 소비자의 지출을 특정 지역 내로 한정시킨 경 우 단기적으론 지역 내 소매업의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선택의 범 위가 제약돼 소비자 후생 및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지출을 대형마트에서 소상공인으로 이전시키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및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생겨난 온누리상품권을 지역화폐가 단순히 대체하는 경우와 지역화폐의 도입 이전에도 소비자들이 지역 내 소형마트에서 가 계의 일정 부분을 지출하고 있었을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보고서에선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과정엔 중앙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광고홍보비용 및 행정 관련 비용과 같은 고정비용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를 저렴하게 매입한 뒤 관할 지자체를 통해 환 전하는 일명 ‘현금깡’에 대한 단속 비용 등의 손실도 존재한다.
그러나 2020년 12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정기 발간물 ‘지역 사랑상품권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분석’에선 지역화폐가 갖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발간물에 따르면 지역화폐 는 지역 내 소비를 증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지역화폐 이용자 1,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화폐 이용자의 지역 내 소비 금액은 약 30만 원 증가했다. 또한 발간물에선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일조했다고 밝혔다. 2020년 소상공인·자영업자 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화폐 가맹점은 지역화폐 도입 후 월평균 매출액이 3.4% 증가한 반면 비가맹점은 0.4% 감소했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전 국 소상공인연합회 광역지회 회장단은 “지역사랑상품권의 최종환전 비율은 99.8%이며 소상공인의 67.6%는 지역사랑상품권 도입 이후 매출 증가 효과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다음 해 예산안에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역화폐 사업의 운영을 축소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지역화폐 폐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 전광역시는 지역화폐의 예산 규모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지난 8월 월 간 운영비를 21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감액하고 캐시백 비율도 10%에 서 5%로 감소시켰다. 일부 지자체에선 지역화폐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할인 혜택을 조정해 재정 부담을 줄이며 운용 방안을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 9월까지 인천광 역시는 가맹점의 연 매출액에 구애받지 않고 결제금액의 10%를 캐시백 형태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달부턴 연 매출이 3억 원 이하인 인천 지역화폐 가맹점에서만 10%의 캐시백을 적용하고 3억 원을 초과하는 가 맹점인 경우엔 결제 시 5%를 적용한다. 조인권 인천광역시 경제산업본 부장은 “이번 개편안의 목적은 시민의 혜택을 최대한 높이는 것과 캐시 백을 차등 적용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전라북 도 익산시는 지역화폐에 대한 실효성이 컸기에 현재의 기조를 이어가겠단 입장으로 전라북도에서 부담하는 보조금과 자체 재원을 활용해 다음 해에도 할인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익산시의 지역화폐는 전국에서 가장 할인율이 높고 사용도 편리해 지역경 제 활성화에 크게 공헌했다”며 “지역에 도움이 되는 만큼 다음 해에도 현재의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에서 지역화폐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04년 일본의 도쿄 지역에서 발행된 지역화폐 ‘아톰(ATOM)’은 단순한 구매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없다. 해당 통화는 커뮤니케이션형 지역화폐로 지역 공동체의 상호부조를 촉진하기 위해 발행됐다. 아톰을 얻으려면 지역의 각종 환경 문제 해결 사업에 동참해야 한다. 거리를 청소하거나 비닐백 대신 재활용 백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면 아톰이 주어진다. 이처럼 지역 상권을 살리고 사회 공헌 참여율을 높이는 아톰은 지역화폐 제도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또한 지난 2012년 영 국의 브리스톨(Bristol)시는 지역화폐인 ‘브리스톨파운드(BP)’를 발행했 다. 소비촉진형 화폐에 해당하는 브리스톨파운드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유사하며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 수단으로 이용한다. 브리스톨시가 지원하고 지역공동체 기업이 운영한 해당 사업은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통해 가맹점을 유치했다. 브리스톨파운드는 브리스톨 시장과 직원의 일부 급여로도 지급됐으며 시민들이 지방세 등 세금을 납부하는 용도로 사용 할 수 있어 화제가 됐다. 브리스톨파운드 역시 아톰과 마찬가지로 성공 적인 지역화폐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역 사회 및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도입된 지역화폐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지자체는 해당 사업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역화폐의 실 효성에 관해 다각도로 분석하며 다양한 사례를 참고해 향후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노동증서: 상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가치를 노동시간으로 환산해 이를 상품·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게 만든 대안 화폐
명나디 기자 05nadi@hufs.ac.kr